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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교회 내 '권력 사유화'는 사회적 문제다(김진호)

시평

by 제3시대 2018. 8. 1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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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내 '권력 사유화'는 사회적 문제다[각주:1]

 

김진호

(본 연구소 연구실장)




오전 7시 반, 그는 간단히 식사를 하고 교회로 간다. 7시50분 도착, 10분 남짓 기도를 하고 바로 어린이교회학교에서 그가 맡은 반 아이들을 집집마다 방문해 손에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며 다시 교회로 간다. 9시30분에 시작한 어린이 예배와 분반공부가 끝나는 시간은 10시30분. 잠시 쉬었다가 11시 대예배에 참석한다. 낮 12시20분, 식사를 한다. 오후 1시30분부터 두 시간 동안 자신이 팀장인 대학부원 몇 사람과 성경공부를 한다. 4시부터는 대학생부와 청년부의 리더모임에 참석한다. 두 시간 동안 강도 높은 제자훈련이 계속된다. 그 후 한 시간 정도 공동식사가 있다.

오후 7시부터 저녁예배가 시작된다. 8시쯤 예배를 마치면, 리더들은 활동이 부진한 대학생 회원들을 각각 분담하여 심방한다. 교회가 대학교 근처에 있고 학생부 회원들이 대개 기숙사나 하숙집에 살고 있는 터라 심방할 집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9시가 넘으면 심방을 끝낸 리더들이 속속 교회로 되돌아온다. 9시30분쯤부터 리더들이 모여서 심방한 이들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그 나눈 얘기를 가지고 돌아가며 기도를 한다. 리더모임이 끝나는 시간은 10시30분쯤. 그리고 거의 11시가 다 된 시각에 그는 후들거리는 다리로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온다.

1980년대 중반 열렬한 대학생 신자였던 그의 일요일 하루 일과는 이랬다. 그렇다고 평일 교회활동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수요예배에도 참여해야 했고 토요일엔 대학부 전체모임이 있었다. 지방 소도시에서 빵집을 하는 부모님께 학비 부담을 드리지 않으려고 그는 대학생 시절 내내 과외 알바를 했지만 수·토·일요일을 제외한 날에만 과외지도를 해야 하니 알바자리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학비를 마련할 수 없어 세 학기를 휴학했다. 군복무까지 포함해서 그가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7년이 넘게 걸렸다.

겨우겨우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했다. 물론 직장 다니는 동안의 교회 청년 활동도 만만치는 않았다. 아무튼 그는 그렇게 최선을 다해서 신자로 살았고 어느덧 50대 중년이 되었다. 이렇다 할 사회적 스펙은 만들지 못했지만 그는 적어도 그 교회에선 누구보다도 신실한 교인이었다.   

한데 그는 최근 장로 투표에서 탈락했다. 그것도 1차 탈락이다. 20여명의 후보 가운데 절반에도 끼지 못했다. 그가 보기엔 장로로 입후보한 어느 누구도 대학생 시절부터 그만큼 열과 성을 다해 일한 사람은 없었다. 아니 2차 경선을 통과하여 장로로 피택된 4명은 모두 일요일에만 겨우 교회에 나오는 사람들이었다. 3명은 어릴 적부터 부모님을 따라 교회에 나왔지만 대학부나 청년부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고, 그 힘든 제자훈련을 이수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세 사람은 모두 부모님의 지원을 받아 대학 졸업 직후 유학길에 올랐다. 그리고 네 사람은 모두 대단한 전문직 종사자였다.

요컨대 부모의 후광이 없이 오직 신실한 종교심만으로 교회 활동에 열정을 쏟아부었던 이는 교회의 이너서클에 진입하는 첫째 관문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무수한 파워엘리트가 즐비한 그 교회에서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그가 굉장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 자본을 소유하게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그와 같은 사람이 그 대열에 진입하는 일은 매우 예외적이다. 왜냐면 초대형교회에 속하는 그 교회가 창출하고 있는 막대한 사회적 혹은 상징적 자본은 신자들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배분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종교적 열정에 비례해서 배분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실은 대체로 소수의 특권집단들에 의해 독과점되고 대물림되었다.   

세계적 규모의 초대형교회인 명성교회가 담임목사직 부자세습을 했다는 것으로 개신교뿐만 아니라 전 사회가 떠들썩했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이 교회가 소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 재판국에서 이 문제를 심의한 결과 이 교회의 담임목사직 세습은 세습이 아니라는 놀라운 판결을 내렸다. 아버지목사는 온갖 특권을 누리며 대단한 스펙을 쌓은 아들목사에게 자신의 교회까지 물려줬는데, 그것이 세습이 아니라니 그 상상력이 놀랍다. 세습금지법은 권력의 대물림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는 없어도 교회 세습만은 막자는 소극적 법안인데, 그것조차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하니 그 법은 법의 취지를 지켜내기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법인 셈이다. 

한데 교회의 권력 대물림은 목사들의 교회세습만이 아니다. ‘고소영’ ‘사미자’ 등 교회를 매개로 해서 벌어지는 일체의 권력 사유화 현상은 한국사회 전체에 심각한 폐해가 되고 있다. 교회의 권력 공공성 문제는 전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다. 


ⓒ 웹진 <제3시대>




 



  1.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7132056015&code=990100#csidxd2a39b8cfe69fccb7bec285c312c45d 이 글은 경향신문 칼럼 '사유와 성찰' 란에 동일한 제목으로 7. 13에 게재된 글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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