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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힘] 꿈을 꾸는 아이들(정세환)

시선의 힘

by 제3시대 2009. 2. 1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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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는 아이들

정세환
(강릉대학교 치과대학 교수)

강원도 강릉의 북단에 위치한 주문진에는 아이들의 웃음이 늘 넘쳐나는 네 곳의 생활공간이 있습니다. 강릉의 시민사회·종교단체들이 IMF경제한파를 거치면서 지역의 실업과 빈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보고자 창립한 (사)함께사는세상이 강릉에서 가장 열악한 주문진에 지역민들과 함께 만들어낸 소중한 공간들입니다. 2001년에 개소한 ‘꿈나무’ 지역아동센터(방과후공부방)를 필두로, 지역의 요구에 따라 하나씩 늘려 가다보니 어느덧 ‘해나비’, ‘파란바다’ 그리고 작년에 만들어진 ‘소돌’까지 150명가량의 아이들이 방과 후에 함께하는 주문진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곳이 되었습니다. 이름들도 하나같이 참 예쁘게 지었지요?

제가 이들 공부방을 알게 된 것은 함께사는세상의 일원으로 참여하기 시작한 지난 2004년부터였고,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이들을 총괄하는 비상근 소장직을 맡았던 작년이었습니다. 제게는 그 어떤 경험보다도 소중했습니다. 많을 것을 생각할 수 있었고, 얼마간의 보람과 아쉬움도 느꼈습니다. 무엇보다도 지금보다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방과후공부방에 관심과 협력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큽니다. 제 글이 방과후공부방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이제 간략하나마 주문진공부방에 대한 소개를 좀 더 드려보겠습니다.

꿈나무 공부방이 처음 개소되었던 2001년만 해도, 정부의 지원이 거의 없어 민간의 자발적인 노력에 의해서 운영되었다고 하더군요. 종사자 한 명의 추가 인건비를 마련하기도 힘들었던 때라, 한 두 명의 종사자가 40~50명씩 되는 어린이들에게 급식을 제공하기에도 힘이 부쳤다고 하고요. 급식조차도 지역에서의 다양한 협력을 이끌어내서 겨우 가능할 수 있었답니다. 공부방을 이용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훨씬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자원의 한계로 인해 더 이상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웠었다고 지금도 애기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2004년부터 정부지원과 지역자원의 공유가 보다 본격화되면서, 두 번째 공부방인 해나비가 개소되었고, 2007년에는 중고등학교 청소년 전용 공부방인 파란바다까지 개소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단순 보호와 급식제공을 넘어서서, 아이들의 자존감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 학습지도 프로그램, 미술과 체육을 포함한 각종 문화취미활동 프로그램, 치아건강과 정신건강 등을 위한 보건프로그램, 여름 겨울 캠프운영 등 다양한 활동들이 이루어지는 생활공간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부족한 것이 많지만, 그나마 현재와 같은 프로그램이 가능해진 것은 전적으로 지역사회의 연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지역사회가 함께했던 예로써, 제가 직접 경험했던 치아건강 프로그램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잘 아시듯이, 대부분의 아이들은 충치로 인해 많은 고생을 합니다. 가난한 집의 아이일수록 그 정도가 더 심하고요. 이들 아이들에서 더 큰 문제는 충치가 생겨서 아픈데도 불구하고, 보호자가 제때에 치과에 데려가서 치료를 받게 해 주지 못한다는 겁니다. 주문진공부방의 많은 아이들도 충치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여러 활동가들이 모여서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에 대해 머리를 맞대었습니다. 우선 치료를 담당해줄 치과를 섭외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였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강릉대치과병원을 섭외 일순위로 생각하고, 병원 집행진과 구성원들에게 여러 차례의 설명회를 가졌고, 결국 공공의료의 일환으로 본인부담금 전혀 없이 아이들의 충치 치료와 예방을 맡아주겠다는 승낙을 얻었습니다. 이 문제가 풀리자 더 큰 난관이 있었는데, 아이들을 차로 20분 거리의 치과로 데려가는 일이 그것이었습니다. 한 부모 가정, 조손 가정인 경우가 많고, 부모가 있더라도 상당수 가정이 맞벌이를 하고 있어, 대부분의 가정이 낮 시간에 아이를 치과에 데려갈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어렵더라도 공부방에서 책임지고 아이들을 치과에 데려가는 방식을 택하는 것으로 결정했었습니다. 본격적인 시작을 앞두고는 주문진뿐만이 아니라, 강릉시내 전역에 있는 방과후공부방들이 모두 참여하기로 논의가 되었고, 그 과정에 보건소와 강릉시의 참여와 지원까지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보건소에서는 아이들에게 칫솔질 교육과 1년에 두 차례 칫솔을 제공했고, 강릉시에서는 12인승 차량을 제공해주어 아이들의 이동이 보다 원활할 수 있었습니다. 강릉대치과병원 이외에도 한 곳의 치과가 추가로 참여해주셨습니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으나,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이 해결되었을 뿐만 아니라, 주문진의 네 개 공부방을 넘어서 강릉시 전역의 20개 공부방이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치과 치료와 예방에 소요된 금액으로만 해도 6천만 원 이상의 이득이 있었고, 공부방에서 급식을 먹기 전에 손을 씻고, 먹고 난 후에 칫솔질하는 아이들이 부쩍 늘어난 것은 당장의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더 큰 성과였습니다. 작년의 성과를 정리하면서 올해에는 시력저하로 고생하는 아이들에게 정기적으로 안경을 제공해주는 사업을 추가하기로 하였습니다. 이 역시도 잘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10년 전 IMF경제한파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요즘같이 어려운 경제상황에는 더 많은 아이들이 방과 후에 거리에서 방치될 것이라 추측됩니다. 작년 말에 지역아동센터별 운영비 지원액을 월 230만원에서 460만원으로 올리고자 했던 예산안이 결국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삭감되었기에, 올해에도 방과후공부방의 열악한 상황은 정부지원으로는 쉽게 개선될 수 없어 보입니다. 민간에서의 자발적인 관심과 참여만이 유일하게 남은 희망이라 여겨집니다. 이 글의 제목인 ‘꿈을 꾸는 아이들’은 네 곳의 주문진공부방에서 연합으로 연 1회 발간하는 소식지의 제목입니다. 정말이지 많은 아이들이 방과후공부방에서 자신의 장래에 대한 새로운 꿈을 꾸고 있습니다. 가난으로 인해 꿈을 꾸는 것조차 잊고 있는 아이들에게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방과후공부방에서는 금전적 혹은 물품 후원뿐만 아니라, 여러분의 몸 혹은 지식을 이용한 각종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여러분에게 상상 그 이상의 기쁨을 선사할 것입니다.

※ 주문진 방과후공부방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으시다면, 홈페이지(www.ggnet.or.kr)를 방문하시거나 전화(033-642-1813)주십시오. 후원금을 보내주실 분은 ‘농협. 172996-55-004261. 함께사는세상’의 계좌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 웹진 <제3시대>

<이제 급식 전 손씻기, 급식 후 칫솔질은 기본>

<용평 물놀이 시설에서의 즐거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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