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은 그 상을 수여할 자격이 없다

“소녀 말랄라”와 노벨평화상


조민아

(세인트캐서린 대학 조교수)

 


열 여섯살 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 

파키스탄의 스와트 계곡에서 살던  말랄라는 2009년 열 한살의 나이로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세력 탈레반의 여성 탄압과 교육권 박탈을 비판하는 글을 BBC의 블로그에 올리면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녀는 파키스탄 정부군과 탈레반의 전투 속에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면서도 교육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잃지 않았다. 2012년에는 무장괴한의 습격을 받아 머리와 목에 치명상을 입었지만, 전세계인들을 향한 말랄라의 메시지는 오히려 더 힘차고 단호해졌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극단주의자들은 책과 펜을 두려워 한다. 교육은 그들을 겁먹게 한다.” 말랄라의 말이다. 이 멋진 여성이 2014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나는 말랄라의 수상 소식이 불편했다. 그녀의 용기와 업적이 찬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불편했던 것이 아니다. 여성교육권을 위한 그녀의 신념은 더 널리 알려져야 하고, 더 많은 이들의 비전이 되어야 한다.  나를 불편하게 했던 것은, 그녀에게 상을 수여하는 손길들이다. “그들”은 과연 말랄라에게 “평화상”을 내릴 자격이 있는가? 


노벨평화상이 “평화상”으로서의 공신력을 의심받기 시작한 것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다각적인 후보 추천과 심사과정을 거치지만, 평화상 수상자를 최종 결정하는 이들은 노르웨이 국회가 임명하는 5명의 위원들이다. 중립을 최대한 유지한다고는 해도 국제정치의 알력과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노르웨이는 미국과 정치적, 경제적 협력관계를 돈독하게 맺고 있는 대표적인 우방 국가이다.  국방 장비와 방위력에 있어서 미국에 적지 않은 의존을 하고 있는 노르웨이로서는 선정 과정과 심사에 끼치는 미국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다. 


역대 가장 격렬한 논쟁을 야기했던 수상자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외교관 헨리 키신저이다(1973년 수상).  그는 베트남전 당시 미국, 북베트남, 남베트남, 베트콩 사이 협상을 주도하여 평화조약을 맺게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정작 협상을 주도한 미국은 인도차이나 반도에 공산주의가 뿌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전대미문의 학살전을 벌여 수백만명의 생명을 살상한 전쟁의 주범이다. 맹폭과 민간인 학살, 고엽제 살포 등 미국이 벌인 전쟁범죄는 키신저가 평화상을 수상했던 그 당시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국은 전쟁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해 키신저와 공동 수상자로 지명된 베트남의 독립운동가 레득토(黎德壽, 여덕수)는 수상을 거부했다.  


노벨 평화상 논란이 정점을 찍은 것은 버락 오바마에게 상이 수여된 2009년이었다. 오바마는 “국제외교와 다자간 대화,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의지, 또 핵무기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정치적 태도(공로나 업적도 아니고)”를 인정 받아 대통령직에 오른지 불과 1년이 되기도 전에 평화상을 수상했다. 수많은 평자들이 수상 선정 이면에 작용했던 미국의 영향력을 짚어 내며 노벨 위원회가 자충수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평화를 향한 의지가 돋보였다던 오바마는 이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소말리아, 리비아, 이라크에 이어 시리아에까지 무차별 공습을 퍼부으며 무려 7번이나 전쟁을 감행했다. 특정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던 이전의 형태에서 벗어나  “이슬람주의 세력”의 주요 활동지역을 타겟 삼아 미국을 위시로 다국적 국가들이 참여하여 전격 소탕작전을 벌이는 형태의 전쟁을 제안하여 중동 전쟁의 새로운 국면을 열기도 했다. 


그 말 많고 탈 많은 노벨 평화상을, 말랄라가 수상했다. 말랄라의 고향 파키스탄에서의 반응은 엇갈린다.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를 비롯한 정부 각료들은 말랄라의 용기를 높이 평가하며 축사를 보냈지만, 파키스탄 언론들은 수상 소식을 전달하는데 미온적이었다. 가장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이들은 물론 탈레반 강경세력들이지만, 탈레반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파키스탄인들 또한 말랄라의 수상 소식이 마냥 자랑스럽지는 않은 듯이 보인다. 대표적인 이유는 파키스탄에 넓게 퍼져 있는 서구에 대한, 특히 미국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


파키스탄은 1950년대 이후부터 미국과 우방 관계를 맺고 경제적 지원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 두 국가의 관계는 조지 부시 전 미대통령이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엇갈리기 시작한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세력의 성장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두 국가가 서로 다른 의견을 갖게 된 것이다. 파키스탄 집권세력이 지속적으로 친미 성향을 유지한데 반해, 민중들은 미국 정부와 파키스탄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파키스탄을 싸움터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실제로 지난 10여년 간 근본주의 이슬람 세력과의 갈등으로 야기된 일련의 폭력 사태들로 희생된 파키스탄인은 3만명에 이른다. 그중 거의 삼분의 일이 자국 군인의 손에 죽었다. 파키스탄인들은 자신들의 의사와는 무관한 내전을 겪으며 삶을 파괴당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은 2011년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오점을 남겼다. 파키스탄의 주권을 무시하고 이 나라 북서부에 지상군과 무인기(드론 Drone)를 투입하여 수많은 민간인을 살상한 것이다 (“Will I be next?’ US drone strikes in Pakistan,” Amnesty International USA Report, 2013년 10월). “해당지역의 급격한 탈레반화”를 막고 “탈레반 무장세력 소탕”을 목적으로 한다는 미국의 드론 공습은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정세를 감안한다면, 이번 수상 결정에 미국의 입김, 특히 “이슬람 세력의 이미지를 악화하여 중동지역에 대한 서구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정치적인 의도가 숨어 있다”고 말한 일부 파키스탄 언론 (“The antagonism towards Malala in Pakistan,” BBC News, 2014년 10월 10일)의 지적을 그저 과장된 음모론이라 치부할 수만은 없다.  파키스탄인들이 갖고 있는 불편한 감정을 더욱 부추기는 것은 말랄라에 대한 서구의 태도이다. 알다시피, 미국과 유럽은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탈레반의 폭력을 거부해 온 이 젊은 여성에게 가히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이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서구 언론은 “말랄라와 같은 착한 파키스탄인”들과 “이슬람주의에 경도된 나쁜 파키스탄인”들을 분리하는 수사들을 끊임없이 사용해 왔다. 그들은 말랄라가 어떻게 “악의 세력”에 맞서 싸워 왔는지를 영웅담으로 만들어 퍼뜨려왔고, “사악한 이슬람주의자들”의 습격으로 목숨이 위태로워진 말랄라를 살리기 위해 자신들의 우월한 의학기술을 총동원했고, “무장괴한으로부터 언제 또 습격을 당할지 모를”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든든한 경호원 역할을 자처해 왔으며, “위험하고 가난한 고향”에서 이루지 못한 그녀의 꿈을 이루어 주기 위해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마치 이런 “인재를 썩히고 방치하고 있었냐”고 핀잔이라도 주듯 각종 국제 회의의 연사로 초청해 그녀의 얼굴에 스포트라이트를 터뜨리고 있다. 


이 이야기 구도, 우리에게 이미 익숙하다. “무지와 폭력의 미개한 세상에서 고통 받는 원주민 소녀를 구해내는 백인들”의 이야기. 여러가지 모양새로 각색되어 디즈니 만화에도 자주 등장해 온 진부한 멜로 드라마.  탈식민 주의 이론가들에 의해 많은 비판을 받은 그 낡은 서사. 찬드라 모한티(Chandra T. Mohanty)의 논문 “Under Western Eyes: Feminist Scholarship and Colonial Discourse”는 이러한 이야기 구도가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심층 분석한다. 


모한티는 “제 3세계”—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의 여성들을 “가부장제의 희생자들”로 일반화하여 묘사하고, 반대로 이 지역의 남성들을 “가부장적 폭력 구조를 지속, 심화시키는 주범”으로 묘사하며, 이와는 대조적으로 서구를  “이미 해방된 주체들, 선진화한 조력자들”로 묘사하는 서구의 접근방식에 문제점이 많다고 비판한다. 모한티에 의하면 이러한 이분법적 구도는 해방의 주체가 되어야 할 여성들이 속해 있는 지역의 역사적 상황과 정치사회적 갈등을 단순화할 뿐 아니라, “우리(서구)”와 “저들(제3세계 여성)”을 구분하여 차이점을 부각시키고, “저들”을 “우리”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들로 전형화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구도는 “제 3세계” 여성이 “희생자”의 위치를 벗어나는 순간 자동적으로 “억압자들과 한편”이 되거나 혹은 “서구인들과 한편”이 되는 것처럼 조장하여, 지역공동체들 내의 반목을 양산하고 연대 가능성을 차단하기도 한다. 모한티의 주장은 말랄라가 파키스탄인들에게  “서구의 꼭둑각시”로 이해되어 비난 받고 있는 까닭을 잘 설명한다. 여성교육을 향한 말랄라의 신념이 그녀의 고향 사람들에게 설득력있게 전달되기도 전에 식민주의가 만들어낸 이분법의 도식에 갇혀 버리고 만것이다. 


말랄라의 메세지가 “억압받는 제 3세계의 모든 여성들에게” 닿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서구의 언론들은 정작 말랄라가 부딪히고 있는 갈등과 오해를 해소하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하다.  어느 블로거가 토로한 것 처럼, 서구 언론들은 말랄라를 통해 자신들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일에만 전력을 기울인다. 그들은 말랄라의 확고한 신념과 용기가 사실 그녀의 깊은 이슬람 신앙을 통해 형성되었다는 것을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그들의 아젠다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또 2006년, 말랄라의 고향에서 또래의 소녀가 다섯 명의 미군들에게 강간 살해 당했다는 사실은 가능한 빨리 잊고 싶어한다(Why I can’t celebrate Malala’s Nobel Prize: http://middleeastrevised.com/2014/10/11/why-i-cant-celebrate-malalas-nobel-peace-prize/). 영국의 평론가 조지 갤러웨이(George Galloway)는 서구 언론들의 양면성을 비꼬며 “만약 말랄라가 드론 공습에 의해 살해되었다면 영국언론들은 그녀의 이름조차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다” 라는 트위터를 날렸다. 냉소적이긴 해도, 갤러웨이의 지적은 옳다.  


처음으로 돌아가자. 열여섯살 당차고 현명하고 꿈많은 여성 말랄라를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녀가 가진 강고한 용기과 여성교육에 대한 열정을 우리는 오래 오래 찬사하고, 그녀의 말들을 가슴에 간직해야 한다. 그러나 말랄라의 신념과 열정을 기억하기 위해 그녀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라는 사실까지 덧붙여 기억해야 할 이유는 없다. 거부하지 않고 받았으니, 그녀의 선택이었겠거니 존중하면 된다. 


내가 기억하고 싶은 말랄라는 노벨평화상이라는 별로 돋보이지 않는 경력을 갖고 있는 말랄라가 아니다. 열한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자신의 꿈과 고향땅 친구들의 꿈을 위해 목숨을 걸고 블로그에 글을 올린 말랄라, 탈레반 뿐 아니라 서구의 위압적인 정치인들과 지식인들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밝힐 줄 아는 말랄라, 수상 이후 버락 오바마를 만나 “드론 공격이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파키스탄 민중을 분노하게 한다”고 말한 말랄라,  “드론 대신 책을 보내달라”고 미국인들에게 호소한 말랄라 (MSNBC Interview, http://www.msnbc.com/ronan-farrow/watch/exclusive-ronan-speaks-with-malala-yousafzai-346760259967),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학교 재건을 위해 5만달러를 기부한 말랄라. 이 벅차게 아름다운 여성 말랄라를, 나는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이미 지도자인 그녀가 어떻게 더 깊어가는지, 어떻게 더 성숙해가는지, 고통 속에도 꿈을 잃지 않는 세상 곳곳의 말랄라들과 어떻게 연대하는지, 나는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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