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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힘] 이 난감함... (구선애)

시선의 힘

by 제3시대 2016. 1. 2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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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난감함...




구선애
(한백교회 교인)


 

지난 주일은 시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스무번째 맞는 제삿날이었습니다. 

12년 전부터 저희 집에서 제사를 모시고 있습니다 

제수는 기본적으로 밥과 국을 올리고 떡과 술은 물론, 삼색 나물, 고기, 생선, 전들, 그리고 탕. 포, 밤, 대추, 제철에 올릴 수 있는 모든 과일 등 음식이란 음식의 종류들을 다 올립니다. 

상다리가 휠 정도로 올리고야 정성을 다했다는 느낌이 드나 봅니다. 

시댁에서 지낼 때는 시어머님 주관아래 제수를 마련했으나 저희 집으로 제사를 모셔오면서 제수 마련은 전적으로 제 책임이 되었고 남편이 제관 즉 제사장이 되었습니다. 

처음 몇 해 동안은 그동안 하던 데로 했지만 해마다 조금씩 제수를 줄였습니다. 

일하면서, 혼자 손에 버겁기도 했고 형식적이고 가지 수 늘린다는 느낌도 크기에 고구마 전, 삶은 계란 등을 제수에서 제외 시켰습니다. 

삶은 계란 찾는 남편에게 전 부치는데 스무 개짜리 계란 한판 다 들어갔다고 우스게 소리를 하며 오금을 박았습니다. 

그러면서 남편에게 혹시 제사상에 빠진 품목이 있더라도 찾지 말라고, 모두 모인 앞에서 지적하지 말라고 미리 당부를 해 놓아도 올해도 고구마 전, 삶은 계란 타령을 형제들 앞에서 또 했습니다. 

밉상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까짓것 계란 3개만 삶고 고구마 2개만 구우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시 계란을 삶고 고구마 전을 굽는다는 건 그동안 제가 조금씩 간소화 시킨 의례를 다 되돌린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에 제가 양보가 안 됩니다. 

저는 그간 제사를 지내는 동안 귀신이 들어와야 된다며 열어 놓던 현관문을 혼백은 시공간을 초월한다며 닫았고 집 밖에서 태워 공중에 날리던 지방을 대야 위에서 태워 재를 집안으로 가져 오도록 했는데 이 모든 걸 다시 돌려야 합니다. 

이웃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기도 하고 개신교 신자들이 많은 요즈음은 이웃들이 노골적으로 싫어하기도 합니다. 

제가 양보가 안 되는 더 큰 일이 있습니다. 

‘제사를 잘 지내야 복을 받는다’ 는 남편의 정서가 저로 하여금 양보가 안 됩니다. 

사업 실패하고 난 후 조상이 돌보길 간절히 기원하는 남편이 참으로 딱하고도 안쓰러워, 또 아버지 잃은 형제들의 애통을 존중하여 10여년은 봐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젠 그만 할 때도 된 것 같습니다. 

복 받고 집안 잘되는 건 사람이 할 일이지 죽은 조상이 할 일은 아닙니다. 

제삿날은 돌아가신 분을 기억하며 그 분이 베풀어 주신 은덕과 사랑에 감사하고 남은 자손들이 모여 앉아 우애를 돈독하게 할 자리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올해도 남편의 불만을 짐짓 모른 체, 제사 준비를 했습니다. 

해마다 참석 인원이 조금씩 줄더니 올해엔 18명이 참석했습니다. 

1부는 제사, 2부는 형제애를 돈독히 하는 애찬입니다. 

제수는 대표 음식으로 마련하고 모이는 형제들이 좋아하는 갈비와 회를 주 메뉴로 했습니다. 

총 경비가 70만원을 조금 넘었습니다. 

갈비를 호주산으로 했기에 그 정도입니다. 

유쾌한 가족들이 배불리 먹고 마시고, 남은 음식 한 보따리씩 들고들 돌아갔습니다. 

남은 음식이 아닙니다. 첨부터 싸 보낼 분량까지 감안하여 마련한 음식입니다. 

수고했다며, 잘 가라며 인사하고 돌아섰지만 찜찜합니다. 

그 놈의 삶은 계란, 고구마 전에 “저래서 복 받겠나~!”하는 시누들의 소리가 자꾸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아이고~~~~~ 


ⓒ 웹진 <제3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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