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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선거의 제왕이 던진 ‘거창한 농담’ (김진호)

시평

by 제3시대 2016. 3. 8.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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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제왕이 던진 ‘거창한 농담’[각주:1]

 


김진호

(본 연구소 연구실장)




    이젠 놀랍지도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 세계를 향해 힘주어 발표한 드레스덴 선언도 그냥 거창한 농담이었다. 2014년 1월6일, 신년 기자회견 때 박 대통령은 불쑥 ‘통일대박론’을 꺼냈다. 그해 3월28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일명 ‘드레스덴 선언’이라고 하는 ‘한반도 평화통일 구상’을 발표함으로써 통일대박론이 일회적 립서비스가 아닌,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 준비된 것임이 명백한 듯했다. ‘통일대박’이라는 말에서 시사되듯 여기에는 한반도의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비전이 깔려 있는 듯이 보였다. 그것은 드레스덴 선언의 ‘남북한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이라는 제안과도 맞물린다.

    하지만 이 제안 이면에는 그 이상의 아이디어가 들어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 전해인 2013년 10월 박 대통령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주장했다. 중국과 중앙아시아, 러시아, 유럽을 잇는 새로운 실크로드를 건설함으로써 미래 한국경제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신선했고 극적이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극적이라는 말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처음 명시된 때가 2013년 10월8일, 제주에서 열린 ‘유라시아 공간정보인프라 국제콘퍼런스’의 기조연설이었는데, 그로부터 불과 20여일 전인 9월16일에 개성공단이 재개되었기 때문이다. 그해 4월9일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 무려 160여일 만에 재가동된 것이다. 개성공단 폐쇄는 그해 2월에 북한이 제3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에 대한 제재조치의 일환이었다.  

    당시 박근혜 정부의 대북 강경책은 이명박 정부가 제시한 황당한 대북정책인 ‘비핵개방 3000’의 연장선상에 있다. 즉 두 정부를 잇는 대북정책은 ‘선핵폐기론’이었다. 다만 MB 정부가 북한이 먼저 핵을 폐기하면 국민소득 3000달러가 되도록 돕겠다는 ‘당근형 선핵폐기론’을 제시한 것이라면, 박근혜 정부는 핵을 폐기하지 않으면 모든 가능한 수단을 다해 제재를 가하겠다는 ‘채찍형 선핵폐기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당근이든 채찍이든 효과는 없었다. 박근혜의 채찍은, 유시민씨의 비유처럼 채찍 길이보다 먼 곳의 상대를 향해 휘두른 격이었다. 더욱이 그 채찍이 개성공단 폐쇄였다면 그것에 맞아 깊은 상처를 입는 이는, 그녀가 어머니의 마음으로 보살피겠다던 이들, 바로 그녀가 대통령인 나라의 국민이었다.

    하지만 이후 남북한 간의 교류는 거의 없었다. 박근혜 정부는 드레스덴 선언 이후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별로 취하지 않았다. 또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보다는 당장의 보수 결집에 이니셔티브를 두는 방향으로 정책을 실행에 옮겼다. 올해 1월6일 북한의 제4차 핵실험이 있었고, 2월10일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마도 2013년처럼 재개되지는 않을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2005년 시작된 개성공단의 꿈은 11년 만에 수포가 된 셈이다. 이제 124개 개성공단 입주업체는 아마도 거의 모두 도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종업원 수가 1만명이 넘는다고 하니, 그들 모두가 실직자가 되는 셈이다. 게다가 협력업체가 5300개인데, 이 기업들도 심각한 위기에 빠질 것이다. 이로 인한 국제신용도의 실추는 말할 것도 없다. 

    그뿐만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엉뚱하게도 이것을 미국 사드(THAAD)의 국내 배치와 연관시켰다. 북한 핵실험과 사드 배치라는 두 개의 무관한 사항이 박근혜 정부에 의해 하나로 엮였다. 알려져 있다시피 사드 배치는 한반도를 새로운 위험에 노출시킬 것이다. 동북아의 냉전질서를 격화시킬 것이고, 그 핵이 되어버린 한반도를 모두의 표적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그런 현실로 인해 막대한 경제적 비용이 치러질 것이고, 그것을 둘러싼 국론분열도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필요로 할 것이다. 또 무기구매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사드가 배치되면 그 전자파로 인한 민간인과 자연생태계의 막대한 피해도 예상된다. 물론 대중국 무역도 커다란 타격을 받을 것이다. 

    “도대체 왜?” 의당 나와야 할 질문인데 이젠 놀랍지도 궁금하지도 않다. 다만 다시는 ‘선거의 제왕’이라는 타이틀의 통치자를 만나지 않았으면 할 뿐이다.  □ (올빼미)


ⓒ 웹진 <제3시대>


  1. 이 글은 경향신문의 2월 19일 칼럼 <선거의 제왕이 던진 ‘거창한 농담’>(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2192039035&code=990100)의 원고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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