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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의 눈] 더불어 존엄한 삶 (신윤주)

비평의 눈

by 제3시대 2016. 6. 6.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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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존엄한 삶



신윤주



   창문을 열면 인왕산 자락이 빼꼼히 보이는 집에서 결혼하고 네 해를 살았다. 바다는커녕 개울가로도 둘리지 않은 한 동짜리 아파트였지만 건축할 당시의 유행을 따랐는지 유난히 벽이 희었고 한쪽에는 등대를 닮은 파이프가 기둥처럼 솟아 있었기에, 하늘이 파랗게 맑은 날이면 나는 사진으로만 봤던 산토리니의 풍경 속에 들어있기라도 하듯 황홀해했다. 그리고 언제나 계절은 안방과 거실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널찍한 창 너머에서 바람과 풍경과 소리를 실어 날라주었다.    

   그 널찍한 창 너머에서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를 들은 건 이사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어느 날 정오 무렵에 여자는 왕복 이차선 너비의 골목 쪽으로 난 창가에 서서 삼십분 이상 욕설을 퍼부어댔다. 쌍시옷이 잔뜩 들어간 말들로, 분노를 담아 힘껏, 세상을 향해 자신의 남편과 남편의 내연녀에 대한 험담을 쏟아냈다. 아랫집 여자였다. 적잖이 거슬리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경비 아저씨에게 내려갔다. 아랫집 여자 아무래도 좀 이상한 것 같다고, 어떻게 조치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상의를 할 요량이었다. 하지만 아저씨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오히려 여자를 안타까워했다. “남편이 바람이 나는 바람에 저렇게 됐다나봐. 그냥 놔 둬.”   

    또 하루는 문 밖 복도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우리 집보다 위층에서부터 씩씩대고 중얼중얼하며 계단을 내려가는 아랫집 여자의 소리였다. 옥상에는 왜 갔을까. 얼마 뒤에 보니 인터넷이 되지 않고 있었다. 전화 상담을 통해 할 수 있는 조치를 해보았지만 해결이 되지 않아 결국 서비스 기사분을 불렀다. 그는 옥상 위에 전선이 다 끊어져 있다고, 처음 있는 일은 아니라고 했다. 누군가 전선에 일부러 가위질을 해놓는 것 같다고 했다.  

    여자의 맞은편 집에 사는 302호 부부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앞집에서 이상한 전파 소리가 들린다며 무작정 쳐들어가 소리를 추적하려 한 것이다. 우리 집에도 올라온 적이 있다. 아기 소리가 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우리 부부 사이에는 아기가 없다. 여자는 막무가내였다. 장롱에 아기를 숨겨 놓았을 거라며 집에 들어오려는 걸 겨우 문간에 세워두었다. 지나치게 확신에 찬 여자를 보며 확실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반응들은 어떤 소리 혹은 응시에 대한 반응 같았다. 그런 가설을 세운 뒤로는 여자와 여자의 딸이 외출하는 시간에 복도나 계단에서 마주치게 될 경우에 되도록 두 사람이 보이지 않는 듯이 행동했다. 그러던 중에 여자가 어린 딸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러 외출하는 시간과 내가 집에서 나서는 시간이 이틀 연속으로 비슷한 때가 있었다. 내려가던 계단에서 멈춰서는 것도 애매해서 최대한 둘을 쳐다보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나는 다시 경계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여자는 딸에게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아니 저 여자는 왜 자꾸 우리가 나가는 시간에 나와? 미쳤나봐. 확실히 미쳤어.” 

    그때는 정신병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증상들은 DSM의 진단 체계를 따라 조현병(정신분열증)으로 분류되거나, 다른 분류법에 의거하여 편집증으로 진단되기도 하는 정신 질환에서 흔히 확인되는 양상이었다. 정신의학에서 말하는 ‘정신자동증mental automatism'에 걸린 사람은 늘 어떤 목소리가 자신에게 뭔가 말한다고 느낀다. 들리는 말의 내용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끊임없이 중얼대는 목소리가 있고 나중에는 그 목소리에 적대감이 서려 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각주:1] 환청이나 환각과 더불어 망상은 정신병에 걸린 사람들에게서 어렵지 않게 발견되는 증상으로 꼽힌다. 환청이나 환각이 떨어져나가지 않은 충동의 대상인 목소리나 응시가 출현하는 순간에 발생하는 증상이라면, 프로이트-라캉주의에서 망상은 이러한 현실적인 것the real과 대면하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의미를 고정하는 자가 치료 기제로서 의미를 지닌다.[각주:2]  

    자서전적 기록에 의한 프로이트의 분석 사례 중 편집증 환자 슈레버에 관한 것이 있다. 슈레버는 42세에 처음으로, 51세에 두 번째로 발병을 했다. 슈레버가 두 번째로 발병 했을 때 그는 항소심 법원의 재판장으로 임명된 상태였다. (나중에 라캉은 슈레버가 재판장으로 호명된 사건을 두고 부성 은유 혹은 상징적 은유 기능의 잠재적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계기로 보았지만,) 당시 슈레버 자신은 과중한 업무 때문에 병이 생겼다고 믿었다. 불면증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증세로 고통 받던 슈레버는 첫 번째 발병 시에 치료를 받았던 병원에 재입원을 결정하고, 이후 증세는 급격히 악화되었다. 프로이트는 슈레버가 입원했던 존넨슈타인 요양소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슈레버의 증상이 악화되는 과정을 전한다. 


    ‘즉 그는 뇌가 물러졌다거나 혹은 자기는 곧 죽을 것이라는 등의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환각을 근거로 한 피해망상이 이미 증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비록 초기에는 가끔 나타나기만 했지만 말이다. 동시에 감각 과민증이 심하게 나타났다. 후에 시각적인 환각과 청각적인 환각이 점점 자주 일어났고 동시에 일반 감각도 혼란스러워졌다. 이런 환각이 그의 감정과 생각을 지배했다. ...... 그는 목욕탕에 빠져 죽으려고 몇 차례 시도했고 “그를 위해 준비되어 있는 청산가리”를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의 망상은 점점 신비적이고 종교적인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신과 직접 대화한다고 하였고 혹은 자기는 악마의 놀이감이라고도 했고 ...... 나중에는 자기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는 또 자기를 괴롭히고 다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여 그들에게 욕을 퍼부었다.[각주:3]  


    이러한 과정이 지속되는 동안 슈레버는 고문에 가까운 목소리에 끊임없이 시달렸고 결국 그 목소리의 메시지에 순종하듯 자신의 망상 체계를 완성했다. 처음에는 여자로 변하는 환각이 든다는 것이 괴롭기만 했지만 점차 이러한 생각과 화해해 가면서 자신의 몸으로 느낀 여성적 포지션의 흥분을 권리이자 의무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는 결국 새 인류를 낳는 소명을 맡은 여자가 되기로 한다. 슈레버에게 이 서사가 받아들여야만 하는 운명 혹은 현실에 해당하는 것이었다면 완전히 다른 현실 감각 위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 서사는 정신병자의 망상 체계일 뿐이다. 어떤 정신병자의 망상 체계는 실제로 타자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귀결되기도 하기 때문에 망상을 환자 스스로의 회복을 꾀하는 일종의 서사 체계로서 이해한다고 해도 인식 기반의 차이 이상의 불안과 공포를 유발할 수 있다.  

    보름쯤 전에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있었던 살인 사건의 범인 역시 정신병을 앓는 주체였다. 경찰은 피해자의 상처 부위가 깊고 잔인했다는 점을 보아 이 사건은 면식범에 의해 저질러진 일일 것이라고 추측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사실 둘은 원한 관계가 없었다. 원한 관계 뿐 아니라 어떤 종류의 관계도 맺은 적이 없었다. 그러므로 살해된 젊은 여성은 범인에게 어떤 잘못을 할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그런 그녀가 그를 무시하고 공격했다는 여성 일반(에 관한 망상)에 대한 죗값을 치렀다. 그녀에게 ‘희생양’이라는 말 외에 어떤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그러나 여성에게 적절한 이름을 붙이는 일에 서투른 한국 사회의 몰지각한 호명 방식을 따라 그녀를 ‘화장실녀’라고 부르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부적절한 호명은 그녀에게 꽂힌 두 번째 비수였다. 아니, 어쩌면 살아있는 동안 무수히 반복된 공격의 연장이었을지 모른다.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 현상은 강남역 살인 사건을 대하는 대중의 반응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확연히 얼굴을 드러냈다.  

    2006년도에 신조어와 유행어 1위를 기록한 ‘된장녀’라는 단어의 등장을 기점으로 여성들은 ‘~녀’로 손쉽게 호명되기 시작했다. 희화화되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 모르겠다. 사회적인 현상으로서 범주화될 수 있는 여성들은 ‘된장녀’, ‘김치녀’, ‘건어물녀’ 등 주로 먹을거리와 연관된 이름들로 시작되어 ‘취집녀’, ‘무개념녀’, ‘오크녀’ 등으로 무수히 이어지고 그 외의 단발적 사건 속에서조차 언론의 주도로 가십성 ‘~녀’들이 생산되었다. 

    신조어는 기존의 어휘들로는 담아낼 수 없는 어떤 사물이나 개념을 가리키기 위해 새로 만들어내는 말이다. 일군의 ‘~녀’ 시리즈를 한 범주의 신조어군으로 분류할 수 있다면, 특히 최근 10~15년 사이에 기존의 이데올로기로 해석할 수 없는 새로운 유형의 여성이 출현했다는 뜻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 시리즈의 첫 주자인 ‘된장녀’에 관한 묘사를 표본적으로 살펴보면 몇 가지 키워드가 발견되는데, 명사(구)로는 ‘외국계 커피전문점’, ‘뉴요커’, ‘패밀리 레스토랑’, ‘남자 탤런트’, ‘남자 선배’, ‘비싼 밥’, ‘문자메시지’ 등이, 그리고 용언에 해당하는 구문으로는 ‘착각하다’, ‘수다를 떨다’, ‘빌붙다’, ‘얻어먹다’, ‘의미없는 ...... 작성하다’, ‘시간을 허비하다’ 등이 나타난다.[각주:4] 기존의 이데올로기를 통해 보았을 때 (반대 성의 연예인에 관해 평가하고 시시덕거리는 것은 남자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인데) 여자가 남자 탤런트를 두고 평가의 잣대를 들이미는 일은 가당치 않으며, 스타벅스로 대표되는 외국계 커피전문점에 밥값에 준하는 돈을 지불하고 커피를 향유하는 것은 스스로 뉴요커라는 착각하며 사치하는 것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한 소비 주체가 여자라는 이유로 여전히 남자 선배에게 빌붙어 비싼 밥을 얻어먹으려고 하는 것은 기회주의적인 행동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남자’이고 ‘선배’이기 때문에 밥을 사줘야할 것 같은 압박감이 그들을 괴롭게 한다. 이것이 십여 년 전의 인식이다.  

    이 딸들의 어머니들은 자신들을 길러낸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순응했으나 반감도 가지고 있었다. 가족 내 남성 형제들에 대하여 박탈당했던 권리를 딸에게는 회복시켜주고 싶지만 동시에 성 역할에 관한 한 아직 일정한 혼란을 겪는다. 이 아들들의 아버지들은 자신의 아내가 자신의 어머니 세대와는 다르다는 것에 대하여 일정한 불만을 지니기 쉬우며 산업의 역군으로서의 자부심과 급변하는 산업 구조에서 파생되는 변화 속에 불안을 느낀다. 이들 부모 세대의 욕망 속에 전근대적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포섭될 수 없는 여성과 남성이 출현했다.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교육을 받고 경쟁했으며 사회에 진출했다. 이제 남성들은 공적인 장에서 양적으로 배가된 대상들과 경쟁해야 하고 사적인 장에서 이전보다 까다로운 타자들에게 구애해야 하게 되었다. 새로운 여성은 남성의 선택을 기다리는 대상에 머무는 대신 유혹하고 선택한다. “ ‘선배 졸려염 ㅠㅠ’ 같은 의미 없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하고 난해한 해석의 문제를 야기하는 주체인 것이다. 만일 이러한 여성 주체를 ‘~녀’라는 이름으로 호명하는 것을 통해 고정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이야말로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시대착오적 망상일지 모른다.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산업화 세대의 정상성이 더 이상 유효할 수 없는 시대에 수정되지 않은 여성적 정상성을 요구하는 이들에게서 발견되는 정조가 여성혐오다. 그러나 산업화 세대의 도덕규범은 이미 영토를 초월한 교류를 통해 세계적 보편을 상당히 공유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상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성 역할, 성적 취향, 성 정체성, 나아가 혼인, 출산, 성매매 포르노 등에 관한 도덕규범과 법규범이 제시하는 정상성은 한국 사회에는 더 이상 정상적인 여자, 정상적인 성, 정상적인 결혼, 정상적인 인간이라는 것이 없음을 시사한다. 정상성은 신화일 뿐이다. 정상성의 경계를 완전히 허무는 것은 쉬운 과제가 아니겠지만 기준을 조정해나가는 일은 상대적으로 가능한 접근이다. 가령 범죄에 대한 규정과 접근을 달리함으로써 범죄율이 감소하고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다시 사회에 복귀하고 사회 안에서 생산적인 역할을 감당하는 사람의 비율이 늘어나는 효과를 낸 네덜란드의 사례가 있다. 결과적으로 교도소 운영에 필요한 예산은 절감되었고 대신 범법자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은 늘어났다.[각주:5] 이 사례의 시사점은 한국 내 범법자를 처우하는 법제도를 변경하는 일에 있다기보다는 사회적 약자들의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에 있어서의 변화에 있다. 지금껏 한국 사회가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방식이 격리하거나 못 본 체하고자 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그들을 사회 안으로 끌어안고 더불어 지낼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해야 한다. 약한 것은 근절해야 하는 질병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개인과 우리 사회를 이루고 있는 구성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강남역 살인 사건의 가해자는 3월 말 경에 가출을 하고 한동안 한 지하철역의 남자화장실에서 노숙을 했다고 한다. 만일 그가 가출을 하지 않았거나, 가출을 했더라도 좀더 안정적인 사회적 보호 시설에서 머물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과연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까? 또한 애초에 그가 가출한 동기는 아버지가 그를 다시 병원에 입원시키려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각주:6] 만일 그의 아버지가 관리 불가한 자신의 아들을 강제로 병원에 입원시키는 대신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가족이 가정 안에서 모든 경제적, 정신적 비용을 부담하고 돌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살인 사건의 가해자가 처했던 사연을 들었을 때 한때 아랫집에 살았던 여자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에게 허락된 삶의 조건이 무엇이었든 그녀는 상대적으로 존엄을 지키며 일상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정신분열증 연구자인 실바노 아리에티는 치료를 받지 않는 “평범한” 정신병자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들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음을 모르며 미묘하고 절제된 광기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백색 정신병,” “평범한 정신병”, “일상적 정신병”, “비밀스러운 정신병” 등으로 일컬어졌다. 대리언 리더는 이러한 정신병은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되며 우리는 미치지 않고도 미친 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리더는 우리가 정신병의 편재함을 알아야 하며, 정신병의 구조를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광기가 촉발된 사람을 돕기 위해서다.[각주:7]  

    정부는 강남역 사건의 대책으로 공중 화장실을 개선하고, CCTV의 수를 늘리며, 조현병 환자들을 전수 조사하여 행정 입원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이것은 이 사회로부터 여성을 안전하게 보호하겠다는 말만큼이나 문제의 핵심과 무관한 듯이 보인다. 애초에 여성혐오는 여성을 계속해서 대상의 위치에 두고자 하는 욕망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여성의 안전과 여성혐오의 연관성을 간과하지 않는다면 주체성과 욕망을 지닌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한 남성과 여성 모두의 이데올로기적 거부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관한 고민을 바탕으로 이슈를 다뤄야 한다. 마찬가지로 조현병 환자들을 전수 조사하여 병원에 몰아넣는 것은 방법이 될 수 없다. 그들은 불안해 보이는 방식으로 세계를 대하지만 여전히 존엄한 인간 주체이다. 그들이 태어나고 자란 환경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 국가는 이 영토에 머무는 인간 주체들의 존엄을 지켜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남성은 여성을, 신경증자는 정신병자를, 이성애자들은 LGBT를, 국적을 소지한 자들은 외국인 체류자를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동등한 욕망을 지닌 주체일 수 없는 것처럼 취급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이젠 더불어 존엄하게 살 길을 모색하자. 언 발에 다시 오줌을 누기에 한국 사회는 너무 춥다.  


    * 필자소개  

메모광. 학부에서 국제어문학을, 석사과정으로 비교문학을 공부했으며, 향후 프로이트 라깡주의 정신분석학을 중심으로 연구를 지속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 웹진 <제3시대>



  1. 대리언 리더, 『광기』, 배성민 옮김 (까치글방, 2012), 60-61쪽. [본문으로]
  2. 대리언 리더, 위의 책, 29, 96쪽. [본문으로]
  3. 지그문트 프로이트, 전집 9권 『늑대 인간』, 김명희 옮김 (열린책들, 2003), 112-113쪽. [본문으로]
  4. 백승찬, “ ‘된장녀’가 어쨌다고...”, 「경향신문」 2006년 8월 6일. [본문으로]
  5. True Activist, “Netherlands Closing 19 Prisons Due to Lack of Criminals”, True Activist, April 12, 2004 [본문으로]
  6. "검거된 미제사건-강남역 살인 사건의 전말", <그것이 알고 싶다>, SBS, 2016년 6월 4일 방송분. [본문으로]
  7. 대리언 리더, 『광기』, 22쪽.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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