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한 번 내리고 간


십이월의 오늘...



푸욱~ 담궈 두었던,


해 질 녁


밭질에 피부를 뚫는


독한 모기떼 같은 여름의 볕을


꺼냈다.



겨우 십이월인데,


여름 밭에 김 매러 다녔던 치매 할머님이 떠나셨고,


가물었던 배추밭에서, 함께 물을 대며 쿨럭이시던 할아버님도 어제.. 떠나셨다.



그 배추밭 앞에서 깨를 털던 할머님께선


그날의 하루를 일기에 적었다.



'오늘은 펑뚜기 장사가 와서 펑뚜기도 맛있게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며 재미있게 놀았다.


오후 4시경에 경로당 회원이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듣고


인생이란 너무 허무하고 쓸쓸했다.'





해질녘 밭질에 독한 모기떼 같은 인생도


사라지면 허무하고 쓸쓸하니, 


아름다운 것은


그저 지나간 것 뿐이다.




 

 

 이수만 作 (한백교회 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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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3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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