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말의 지혜

조윤선의 구속에 관하여


 

  요즘 국민들에게 가장 재미있는 볼거리는 뉴스프로다. 무소불위였던 권력이 몰락해가면서 연일 다양한 뉴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 선정성이나 빠른 전개, 카타르시스는 웬만한 드라마 이상이다. 다만 뉴스를 볼수록 국민들이 자괴감이 들고 괴로워진다는 점에서 비극에 가깝다.
  오늘도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기춘과 문체부 장관이 구속됐다. 특검 한 달 만에 벌써 10번째 구속이다. 두 사람 죄의 경중은 언론을 통해서 차고 넘치게 드러났기 때문에 재론할 필요가 없지만 그동안 해왔던 거짓말, 특히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진 조윤선의 호소력(?) 있는 거짓말은 남다른 감회를 불러일으킨다. “의원님, 천번 만번을 여쭤보셔도 제 대답은 같습니다. 결단코 사실이 아닙니다.”
  조윤선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요약하자면, 85년 서울 대학에 들어가서 민주화 운동의 한복판인 시대에서도 좌고우면하지 않고 책만 보다가 고시에 합격하고, 정치판에서 불러주니까 국회의원, 장관, 청와대 비서관, 문체부 장관까지 시키는 대로 하다가 나중에는 범죄까지 시키는 대로 저지르고도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 이다. 객관적인 평가는 아니지만 중론으로 무리가 없는 것 같다. 짧게 말해, 공부 잘하고 성실하지만 자기비판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공부 잘하고 성실하지만 자기비판이 없는 공직자에 대한 우려는 이회창 전 대선 후보를 목격했을 때 가장 강렬했다. 이회창 역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엘리트 출신으로 판사와 고위 공직을 거치면서 나름 원칙적인 처신으로 대쪽 이미지를 쌓아왔지만 서민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엄한 귀족처럼 보였다. “요즘 고려대 나와도 기자하는가?”라는 발언이 상징적으로 유명하다. 다행히 이회창은 낙선하여 정치계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김기춘 조윤선을 보면, 제 2, 제 3의 이회창들이 아직도 대한민국 공직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
  아래 작품은 당시 이회창 대선후보처럼 자기 세계에 갇혀있는 성실한 엘리트들의 자기비판을 희망하는 마음에서 제작한 작품이다.-<늙은 말의 지혜>(2007)- 책상은 엘리트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세상과 담을 쌓고 자기 지식에만 천착하는 성실하고 무비판적인 엘리트가 만들어지는 방식이라고 본다. 그래서 백그라이트로 책상을 봉쇄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백그라이트는 청계천 공방에서 노동자들이 사용하고 남은 부산물 중의 하나이다. 때로는 책에서 얻은 고급 지식이 현장에서 체험한 하찮은 지식만 못할 때가 있다. 따라서 엘리트, 특히 공직자는 자신의 지식을 관습적으로 쫒아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기 전에 타인의 지혜를 빌어 수시로 자기를 반성해야 한다.

 

 

백정기_늙은 말의 지혜_백크라이트, 책상, 의자_90*60*144cm, 2007

 

 

2007년 청계천 공방 풍경

 

 


 


백정기 作 (미디어작가)


- 작가소개

홍대 회화과를 중퇴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을 졸업했다. 2008년 개인전 를 시작으로 5회의 개인전을 했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2년 홍은예술창작센터, 2013년 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로 레지던시 활동을 한바 있다. 음악적 청각화를 주제로 “Walking alone on a clear night: Musical sonification based on cityscape”외 1편을 등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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