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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정보] 출애굽과 해방: 팔레스타인의 눈으로 보는 출애굽 (김진양)

신학비평

by 제3시대 2017. 1. 24.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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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애굽과 해방: 팔레스타인의 눈으로 보는 출애굽




김진양

(Ph.D. The Lutheran School of Theology at Chicago (the Old Testament))




옥중에서 완성된 문익환 목사의 책 「히브리 민중사」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신학교에서 구약성서를 가르칠 때, 흔히 학생들이 들이대는 질문이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애굽에서[각주:1] 종살이하다가 도망쳐 나온 히브리인들이 40년 후에는 오히려 침략군으로 전락 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해방군이 침략군이 된 것이다. 하지만 문 목사는 히브리인들은 약속의 땅에서 침략군이 아니라 여전히 해방군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히브리인이 가나안의 농민과 합세하여 가나안 봉주를 물리친 해방군으로서 출애굽의 진정한 정신은 애굽에서의 탈출이 아니라 가나안 땅에서의 해방전쟁에서 완성된다고 주장한다.[각주:2] 사회과학적 방법으로 성서를 해석하는 관점에서 보면, 초기 이스라엘은 출애굽을 경험한 히브리인과 가나안 민중이 연대하여 가나안 봉주에 항거한 민중 봉기의 결과라는 것이다. 하지만 성서는 고대 이스라엘을 가나안 민중과 연대한 해방군의 이미지보다는 가나안 침략군의 이미지를 서술하고 있다. 출애굽의 해방군이 가나안의 침략군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넋두리를 쳐야 할 사람들은 다름 아닌 팔레스타인이 아닐까?

 

이 글은 세 명의 팔레스타인 지식인들이- 탈식민주의 이론의 선봉자 팔레스타인 계 미국인 정치 사회 비평가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 팔레스타인 성공회 신부 나임 아틱(Naim Ateek), 베들레헴 루터란 교회 목사 미트리 레헵(Mitri Raheb)- 말하는 출애굽의 의미를 되짚어 보면서 출애굽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자 한다. 

 

지난 80년대 중반 이스라엘 계 미국인 마이클 월츠와 팔레스타인 계 미국인 에드워드 사이드 사이의 출애굽 논쟁이 뜨거웠다. 이 논쟁의 시작은 정치 철학자이자 사회 비평가인 마이클 월츠가 「출애굽과 혁명」 (Exodus and Revolution)이라는 책을 출판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책에서 월츠는 출애굽을 모든 혁명의 패러다임이라고 평가했다. 영국의 청교도나 미국의 식민지 개척자, 네덜란드계 남아프리카 민족주의자, 미국 인종차별에 대항한 마틴 루터 킹 목사 같은 시민혁명은 출애굽의 혁명정신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야말로 이들에게 출애굽은 ‘억압에서의 자유’를 상징한다. 따라서 왈츠는 혁명정신에서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첫째, 애굽이라는 ‘억압의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둘째, ‘더 나은 세상’인 약속의 땅이 존재한다는 것도 인지해야 한다. 셋째, ‘약속의 땅’은 반드시 광야를 거쳐야만 한다.[각주:3] 그러나 월츠가 설명하는 출애굽기의 ‘억압의 세상’과 현대의 ‘억압의 세상’에 문제가 있다. 그는 애굽인들이 히브리인들을 박해한 것을 20세기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비교하면서, 아랍국가와 근대 이스라엘 사이의 갈등을 애굽인과 히브리인 사이의 갈등으로 동일시 한 것이다.

 

이에 에드워드 사이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역사적이고 상황적인 갈등을 왜곡한 해석이라고 즉각 비판했다. 사이드의 논지는 분명하다. 월츠의 책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관계를 왜곡하고 합리화한 책으로 [해방군 히브리인이 가나안 침략군으로 전락한 것처럼] 가나안 땅 정복의 단순한 역사적 반복이다’고 비판하였다.[각주:4] 월츠의 출애굽은 20세기에 세워진 국가인 이스라엘의 정책을 옹호하는 빈약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월츠는 아메리칸 대륙의 인디안을 학살하며 땅을 빼앗은 청교도의 이미지를 간과했고, 나치정권이 유대인들에게 했던 일을 그대로 답습한 유대인 시오니즘을 간과한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즉, 월츠는 애굽의 압제에서 탈출한 해방군이 가나안의 땅을 무력으로 점령하는 침략군으로 전락한 사실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성공회 신부 나임 아틱(Naim Ateek)은 성서가 정치적으로 오용되고 남용된 점을 지적한다. 특히 근대 이스라엘의 설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이 바로 성서였다는 점을 지적한다. 안타깝게도 히브리인들을 바로의 손에서 구원하고 해방시킨 하나님이 팔레스타인에게는 편파적이고 차별적인 하나님이 되신 것이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주장처럼 아틱 신부는 이스라엘 국가 설립 이후 시오니즘의 시각에서 읽혀졌던 출애굽의 의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아틱 신부는 다음과 같이 성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던진다:

 

과연 어떤 차원에서 구약성서가 팔레스타인 기독교인에게 하나님의 말씀으로 다가올  수 있을까? 해방신학자들은 출애굽 해방 정신에 기초하여 구약성서를 해방의 근 거로 역설하지만, 오히려 성서는 팔레스타인을 노예로 전락시킨 문헌적/종교적 근거 제공하고 있다.[각주:5]


베들레헴 루터란 교회 목사인 미트리 레헵(Mitri Raheb)는 히틀러의 박해라는 ‘애굽’에서 출애굽 한 유대인들이 약속의 땅 팔레스타인에 이주한 이후 유럽에서 온 침략군으로 변했다고 한다. 레헵 목사는 자신의 책에서 출애굽을 강연할 때 주고받은 학생과의 대화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목사님! 출애굽은 히브리인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럼 누구의 이야기인가요?”
“바로 우리 팔레스타인의 이야기입니다.”
 
1969년 이후 팔레스타인은 새로운 이스라엘 건설의 노예로 전락하고 만다. 팔레스타인은 아무런 권리를 가질 수 없었다. 1980년 이후 팔레스타인은 높은 세금 폭탄을 맞고 수많은 사람들이 추방되거나 학살당했다. 팔레스타인의 박해는 히브리인들이 바로의 압제 아래 박해 받았던 것과 상황이 다르다. 히브리인과는 달리 팔레스타인은 외부에서 유입된 ‘침략자’가 아니라 팔레스타인(지금의 이스라엘 땅과 웨스트 뱅크)본토민이다. 출애굽의 히브리인들은 애굽에서 탈출하는 것이 해방을 의미하지만, 팔레스타인은 자신들의 땅 안에서 해방을 추구한다는 면에서 다르다. 따라서 팔레스타인에게 애굽은 지리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상황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각주:6]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를 부정하고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와의 협상도 거절한다. 따라서 레헵 목사는 하나님의 개입만이 진정한 출애굽을 가져 올 것이라고 믿는다. 레헵 목사는 열 가지 재앙은 애굽에 대한 하나님의 경제봉쇄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팔레스타인의 출애굽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경제 봉쇄없이 불가능하다고 레헵 목사는 주장한다.[각주:7]
 

세 명의 팔레스타인이-사이드, 아틱, 레헵- 말하는 출애굽은 자유나 해방이라는 단어로 결코 출애굽의 진정한 의미를 담을 수 없다. 출애굽은 억압과 노예에서의 자유를 넘어 끊임없는 해방을 살아가는 삶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2005년 겨울, 베들레헴에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소 근처의 벽에 그려진 그림.

이스라엘 사람들이 군인으로 묘사된 점이 특이하다.


 


* 필자소개

    현재 미 연합감리교회 북 일리노이 연회에서 목회, 시카고 루터란 신학대학에서 구약학 전공(Ph.D.), 시카고 루터란 신학대학 외래교수,  Wartburg College에서 강의


ⓒ 웹진 <제3시대>

  1. 애굽을 지칭하는 히브리어는 ‘미츠라임’으로서 이 히브리어를 가장 잘 번역한 단어가 ‘애굽’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이집트와 고대의 이집트 사이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애굽’이라는 지명을 의도적으로 사용함을 알린다. [본문으로]
  2. 문익환, 「히브리 민중사」 (서울: 삼민사, 1990), 38쪽. [본문으로]
  3. Michael Walzer, Exodus and Revolution (New York: Basic Books, 1985), p. 149. [본문으로]
  4. William D. Hart, Edward Said and the Religious Effects of Culture (New Y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0), p. 1. [본문으로]
  5. Naim S. Ateek, "A Palestinian Perspective: The Bible and Liberation," in Biblical Studies Alternatively: An Introductory Reader. ed. Susanne Scholz (New Jersey: Upper Saddle River, 2003), p. 397. [본문으로]
  6. Mitri Raheb, I Am A Palestinian Christian (Minneapolis: Fortress Press, 1995), p. 89. [본문으로]
  7. Mitri Raheb, I Am A Palestinian Christian, p. 9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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