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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세이 : 환경그림책 시리즈 II] 소금밭 2 (자우녕)

사진에세이

by 제3시대 2017. 3. 16.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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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그림책 시리즈 II  「소금밭」2



인천댁네는 흔하디흔한 염전 어귀에 겨우 흙집 한 칸을 얻어 옹색한 세간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쉴 새도 없이 소금 거두는 일을 시작한다. 아무리 남편을 돕는다 해도 염전 일은 말 그대로 뼈가 빠지는 노동이다. 매일 대파 질을 하면서 엉겨 붙은 소금 알갱이를 부숴 모으고 젖은 소금을 창고까지 실어 날라도 목돈을 손에 쥐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30년 전 그때만 해도 도급제여서 여러 사람이 한 팀을 이루어 소금을 생산했다. 그러니 적은 수입을 또 나누어야만 하는데, 그렇게 돌아오는 품삯이 하도 낮아 밭농사를 하고 포도 농사도 하며 틈틈이 식당 일도 한다.


어영부영 터를 잡고 살게 되니 우선 오갈 데 없이 되어버린 시부모님을 불러들이고 시동생, 시누이들도 건사하게 된다. 줄줄이 아들 넷을 키우고 그 중 하나는 저세상으로 떠나보내고도 한참을 지난 어느 날, 황망함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섬의 윤곽이 뚜렷이 드러난 날, 그녀는 알게 된다. 자신의 얼굴에 주름살이 깊고 눈은 삼각형으로 찌그러져 있으며 검은 장화엔 소금물이 희끗하게 얼룩져 있다는 것을.


그래도 인천 댁은 여전하다. 어디서 굴러 들어온 시베리안 허스키 개와 일본산 개가 돌아가며 털갈이로 마당을 어지럽혀도, 실개천에 활짝 핀 개복숭아꽃이 그녀가 눌러 쓴 햇빛가리개 모자의 꽃문양을 닮았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침이면 염전이 보이는 벌판으로 내달리는 것이다.


“시집와서 엄청 고생했네요. 시동생들 학교 보내고 장가보내고 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우리 자식들이 자라고 장가를 가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또 뭔가 계속 해줘야 하구요. 지들, 집 산다고 하면 또 조금 보태줘야 하고…… 보세요, 지금도 김치 담고 있잖아요. 며느리 손에 들려 보내주려고.”


“예전엔 여기 비행기 소리가 굉장했어요. 그 소리가 얼마나 무서웠던지 집에 들어가 있다가 지나가면 다시 나오곤 했는데 지금은 무서운 게 없어요. 오히려 사람들이 나를 무서워하지요. 사람들은 섬이기 때문에 엄청 드센데 나도 그렇게 된 거지요. 그렇게 안 하면 못 살겠더라구요. 인천에서는 고무신에 치마만 입고 살았었는데 여기서는 고무신 내다 버리고 운동화 사서 신었어요.”


“비가 오면 쉬거든요. 염전은 비 오면 일을 못하기 때문에. 그런데 우리 부부는 집안일 하거나 밭일을 합니다. 비를 맞으면서.”





 



 


자우녕 作 (미술작가)


- 작가소개

프랑스 마르세이유 조형예술대학에서 Fine Arts를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Master's Fine Arts과정을 이수, Diplome를 받았다. 2016년 한국복지예술인재단에서 파견되어 퍼실리테이터로 활동하였으며 경기만에코뮤지엄의 <선감이야기길>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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