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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힘] 렘브란트 초상과 해방감 (김현화)

시선의 힘

by 제3시대 2009. 7. 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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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 초상
- 김현화 作 (영국 Emerson College에서 설치미술 전공)


그림을 그릴 때 나는 흔히 painter라기 보다는 viewer입장에서 그림이 진행되어가는 것을 지켜보게 된다. 붓을 쥐고 있으나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충분히 몰입하지 못하고, 외부의  시선으로 내 그림을 해석하며 구도와 색채 따위를 결정해간다. 너무 많은 그림을 보아왔고, 좋은 그림과 나쁜 그림을 구분할 줄 알아 한마디로 그림이 뭔지를 지나치게 알아버린 결과이겠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나를 해방시키는 그림을 그릴 때가 있다. 그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순간을 정확히 알 수 있을 때가 있다. 이런 때는 도화지도 붓도 시야에서 사라진다. 붓을 들고 춤추는 듯 오가는 내 몸짓만 느낄 뿐이다. 그림이 그려지는 화폭이 도화지 크기의 수배는 넘어선다. 도화지를 벗어나 넓은 공간을 휘저으며 그 공간에 안 보이는 그림을 그려간다. 남는 것은 물론 작은 도화지에 살짝 닿은 붓자국 뿐이다.

물에 적신 도화지에 이 렘브란트 초상을 그릴 때 처음으로 그런 해방감을 맛보았다.

ⓒ 웹진 <제3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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