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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의 눈] 한국 개신교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김진호)

비평의 눈

by 제3시대 2017. 7. 1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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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신교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각주:1]

 

김진호

(본 연구소 연구실장)




    교육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한참 종북몰이를 하는 야당 국회의원이 나오는 TV를 시청하던 한 초로의 택시기사가 내게 말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저렇게 말하죠?” 전임 대통령과 초등학교 동창이라고 말한 그는 평생 보수를 지지하며 살아왔는데, 이젠 저런 말에 짜증난다고 토로했다. 그는 영화 카피 같은 말 한마디를 던지며 식당 밖으로 나갔다. “저 양반(야당 국회의원)의 시계는 거꾸로 가나봐!”  

   순간 그 식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사역을 하는 한 여성 목사가 떠올랐다. 내 생각엔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위대한 목사 선배들의 계보를 이을 만한 대단한 인물이어서, 후배임에도 늘 경이롭게 올려다보는 이다. 그는 얼마 전 한 보수적 교단 산하 ‘이단피해대책 조사연구위원회’로부터 공문을 받았다. 교단 총회에 제출된 안건에 따라 이단성 여부를 조사 중이니 자기들이 요구하는 자료를 제출하라는 내용이었다. 신학적 관점을 달리하는 타 교단 소속 목사에게 이런 식의 공문을 보낸 단체의 무례함의 근저에는 자신들과 생각을 달리하는 이들은 악마의 마수에 걸려든 자라는 확신이 깔려 있다.

   예상대로 그 단체와 교단에 조롱과 비난이 폭주했다. 그런데 이런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 법이다. 자신이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이들은 대개 무수한 대중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위용’을 과시하고 싶어 한다. 우선 쪽수가 밀린다고 생각했는지 동료들이 몰려왔다. 이른바 ‘한국교회 8개 교단 이단대책위원회’라는 단체가 입장 발표를 했다. 이들 8개 교단은 한국 개신교 교단들 가운데 신자 수와 교회당 수가 가장 많은 곳이다. 그 발표의 내용은 문제의 목사에 대한 이단성 조사에 공조하겠다는 것이다. 이유는 ‘퀴어성서 주석’의 번역을 주도했고 성소수자 인권 증진 운동에 앞장섰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성소수자’ 문제가 그들의 무례한 행동의 요체였다. 그들에 의하면 성서가 그렇게 말하고 있기 때문에, 성서를 ‘일점일획도 어길 수 없는’ 그리스도교 신자로서 불가피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가령 남자가 남자와 동침하면 사형에 처하라는 <레위기> 20장13절을 들이대며, 성소수자 인권이라는 건 ‘극단적인’ 반성서적 입장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구절이 과연 게이 간의 사랑을 문제시한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나는 이 본문을 제사장 중심의 정치체가 정치적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제사장적 순결주의를 정치적 어젠다로 활용한 흔적으로 해석하였다. 물론 그들은 내 해석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니, 그들 식으로 이 본문을 보자. 이제 그들은 레즈비언이나 트랜스젠더의 사랑에 대해서 좀 더 열린 태도를 가져야 한다. 성서는 트랜스젠더에 대해선 아무 말도 않고 있고, 레즈비언에 대해선 억지 해석이 필요한 텍스트들이 몇 개 있을 뿐이다. 더욱 문제인 건, <레위기> 20장의 16개나 되는 극형 목록에 ‘남의 아내와 성관계를 한 자는 사형에 처하라’는 구절도 등장한다는 점이다. 알다시피 목사들의 성추문 사건은 무수히 많다. 그런데 대부분의 교단들은 성추문 주역인 목사들에 대해 경미한 징계를 내리거나 아예 모른 체한다. 더구나 이것은 십계명에도 등장할 만큼, 남자 간의 성관계보다 엄중한 죄에 속한다. 그렇다면 그들 식의 해석을 따른다면 목사의 성추문을 묵과한 목사들 모두는 이단 심판의 대상이다.

    이런 게 바로 이단몰이의 특징이다. 성서를 마음대로 해석하면서 극한적인 증오를 퍼붓는 것이다. 마치 종북몰이가 그렇듯이.  

   이단몰이까지는 아니지만, 최근 위의 8개 교단들을 포함한 개신교의 무수한 교단들에선 여성혐오주의도 커다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령,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교단에 속하는 한 교파는 총회 대의원 가운데 여성이 1.6%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비판하는 안건이 제출되었는데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대의원들이 그 제안에 대해 말도 꺼내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여성 대의원이 가장 많다는 교단도 10~15%에 그치는 형편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교단들에서 여성은 목사도 장로도 될 수 없다. 그러니 총회 대의원 비율은 당연히 0%다. 이런 놀라운 비율은 전 세계적으로 기록에 남을 만한 일임에도 한국 교회에선 말도 꺼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 교단 총회장의 분위기를 전한 신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거긴 여성혐오주의가 토네이도처럼 휩쓸고 지나간 현장이에요.” 

    한국 개신교는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 여성혐오주의는 말할 것도 없고,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도 전 지구적으로 인권의 관점에서 가장 주목받는 범죄다. 그런 범죄가 불꽃을 일으키는 현장, 그곳에 일부 목사들이 있다. 그들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웹진 <제3시대>




 

  1.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990100&artid=201706302108015 이 글은 경향신문 2017. 6. 30일자 오피니언란에 실린 칼럼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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