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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의 눈] ‘제2의 종교개혁’에 대하여(김진호)

비평의 눈

by 제3시대 2017. 8. 2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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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종교개혁'에 대하여[각주:1]

 

김진호

(본 연구소 연구실장)




    기독교인 대상의 강연을 하면 거의 예외 없이 종교개혁에 관한 질문을 받는다. 올해가 종교개혁 500주년 되는 해이니 종교개혁이 적잖은 주목의 대상이 될 것임은 예상된 바다. 그래도 목사나 장로, 그밖에 열성신자들 정도나 관심을 갖지 않겠나 싶었다. 

   하지만 막상 기념일을 두 달 정도 남겨둔 상황에서 그 현상은 생각보다 세밀하게 나타나고 있다. 기독교학술단체들이 기획한 각종 포럼과 강연, 출판 등이 실행되고 있고, 교단별 혹은 연합행사로 준비된 기념행사, 교육프로그램, 연구모임, 기도회, 각종 경연대회 및 문화행사 등이 추진되고 있다. 또한 기념연주회, 전시회, 기타 공연 등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순금의 기념주화, 크루즈 여행을 포함한 종교개혁투어 상품을 비롯해서 에코백, 머그잔, 텀블러, 배지 등 다양한 기념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교회별로도 전 교인 대상 프로그램과 소모임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데가 많다. 그리고 목사들은 종교개혁을 다루는 설교를 수없이 하고 있다.

   그런데 종교개혁의 영향력은 개신교 내부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가톨릭에서도 종교개혁을 되새기는 각종 기획들을 시작했고, 비개신교권 출판계와 여행업계도 상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또한 정치인들도 도처에서 비교적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그 평가는 유보하고, 현상만을 보면 개신교의 저력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는 양상이다. 권력이 분산되어 있고 기능에 있어서도 다양한 주체들이 영역들을 각기 점유하고 있으며 신자들의 주체성 또한 상당히 높은 종교여서 도처에서 독자적이고 자발적으로 추진되는 다중적 기념 프로그램들은 굉장히 다양하고 정교하다.  

   그런 효과인지, 웬만한 개신교 신자들은 종교개혁에 대해, 적절하든 그렇지 않든, 적잖은 정보를 갖고 있고 또한 관심도 많은 편이다. 아마도 내게도 이에 대한 질문이 끊이질 않는 것은 그런 현상의 일부일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기념행사를 주도하는 이들은 압도적으로 보수적 개신교 세력인데, 준비 양상이 보수주의 일색은 아닌 듯이 보인다는 점이다. 진보는 말할 것도 없고 보수 성향이 강한 목사, 신학자, 평신도들도 종교개혁을 호교론적 기회로 삼기보다는 ‘오늘의 실패’를 성찰하는 계기로 삼자는 의견이 적잖다. ‘제2의 종교개혁’ 운운하는 주장들은,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쇄신을 향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현재 한국 개신교가 그 지도자들 다수의 관점인 호교론적 태도에 일방적으로 휘둘리지는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여전히 사회 전반에 비해 개혁의 의지나 수위가 낮은 편이지만 말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제2의 종교개혁에 관해 의견 하나를 제시하고자 한다. 그것이 내게 질문한 사람들의 요지이기도 하고, 사회 일반보다 결코 적지 않은 적폐를 가진 종교임에도 개혁의 의지나 수위에서 부족한 현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절실하다는 점에서, 개혁적 담론들이 표방하고 있는 주장들 위에 의견 하나를 더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의 문제의식은 500년 전의 종교개혁이 서양의 근대를 추동하는 계기였다는 데서 출발한다. 이후 서양 사회는 세계를 지배하는 세력이 되었으니, 서양의 근대는 세계의 근대이기도 하다. 여기서 서양의 근대가 무엇인지를 내가 충분히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국경의 탄생’이라는 특징으로 근대를 이야기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점이다. 가령 전근대의 국가에는 국가와 국가 사이에 변경지대가 있었지만 근대국가에는 국경이 있다. 변경지대가 면(面)이라면 국경은 선(線)이다. 즉 면으로서의 변경이 이편과 저편을 가르는 경계가 명료하지 않은, 일종의 대화적 중간지대를 의미한다면, 선으로서의 국경은 그 불명료함을 최소화하는 단절의 경계를 뜻한다. 그런 맥락에서 인권이든 복지든 민주주의의 중요한 제도들이 국경 ‘안’에서 형성되었다. 같은 맥락에서 종교도 국가종교로 발전했고, 종교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도 국가와 종교의 맥락에서 제기되었다. 이 변화의 출발점에 종교개혁이 있었다.

    그런데 지구화 현상은 그런 국경의 지위가 크게 약화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이제 국경을 넘나드는 수많은 요소들이 사회 속에 가득하다. 그중엔 국경을 넘는 이주민, 양분화성 성(sex)의 국경을 넘는 다양한 성(동성애, 트랜스젠더 등) 등도 있다. 인권의 수많은 요소들은 이렇게 국경을 넘어서는 것과 관련된다. 그렇다면 두 번째 종교개혁은 국경의 해체 시대를 준비하는 종교적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최근 성소수자나 외국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적대감을 강조하는 신앙은 가장 대표적인 종교적 개혁 대상일 것이다.


ⓒ 웹진 <제3시대>




 


  1.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990100&artid=201708252025015 이 글은 경향신문 2017. 8. 25일자 오피니언란에 실린 칼럼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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