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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정보 : 바울신학가이드20] 조르지오 아감벤 III - 호모 사케르에 대한 서론(한수현)

신학비평

by 제3시대 2017. 9. 14.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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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신학가이드20]



조르지오 아감벤 III-호모 사케르에 대한 서론




한수현

(Chicago Theological Seminary 박사)


    이전 웹진까지 아감벤에 대해 논할 때 그의 저서 [남겨진 시간]을 중심으로 아감벤이 해석하는 바울의 종말론과 메시아론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아감벤의 철학중에 [남겨진 시간]은 작은 한 부분에 불과하다. 또한 이 부분은 아감벤의 전체적인 사상의 그림 속에서 볼 때, 더욱 그 의미가 확실히 드러난다. 이번 웹진부터 2회에 걸쳐서 아감벤이 그리는 그림 중에 가장 핵심적인 줄기에 속하는 [호모 사케르](2008, 새물결)를 중심으로 아감벤의 현대 사회에 대한 진단을 살펴본다.


   보통 일반적인 관점으로 인간의 정치를 논할 때, 근대의 민주정치는 길고 긴 인간 정치의 발전에 의한 것이라고 본다. 신화의 시대에 묶여서 고대 국가의 왕이나 제국의 황제를 신의 대리자로 섬기던 정치 사회에서 중세의 봉건사회의 귀족 정치를 넘어 중앙집권적 왕권의 역사를 지나, 비로소 민주정치의 시대를 인간은 이루었다. 근대의 민주정치는 주권자(대통령이든 의회이든)가 가진 국가 운영하는 힘을 민주사회를 이루는 시민 모두에게서 찾는다. 소위 천부인권사상에 의지해서, 모든 시민은 자신의 삶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태어나고 그 권리를 주권자에게 양도함으로써 주권자는 잠시 동안 시민의 삶과 행복을 위해 국가를 통치한다. 이전의 고대사회나 중세 사회와 다른 점은 주권의 주인인 국민들의 인권을 절대적인 가치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관은 근대 이래로 수많은 지식인들에 의해 의심되어왔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미셀 푸코를 들 수 있는데 그의 미시권력에 대한 이해 또한 이러한 민주정치제도의 환상을 비판하고 있다.

   민주정치제도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수많은 지식인들이 이야기했지만 요즘에 와서 아감벤이 많은 이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그가 야곱 타우버스(Jacob Taubes)와 칼 슈미트(Karl Schmitt)간의 논쟁에서 나타난 정치신학(Political Theology)의 이해를 계승 발전시켜 현대를 진단하는 새로운 정치학의 관점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Today everything is theology, except what the theologians declare to be such.”(Karl Schmitt) 

    -오로지 신학자들이 신학이라고 일컫는 것들을 제외하고 오늘날의 모든 것이 신학이다.[각주:1]


    슈미트는 근대 정치를 진단하면서 근대의 정치학에서 현실 정치를 이해함에서 벗어나 신학적 방법론으로 정치를 이해해야한다고 말한다. 보통 우리는 신이 지배하는 시대가 끝나고 인간의 정치의 시대가 시작되었으며 보통 ‘주권’이란 것은 신이 지배하던 시대가 종식되고 난 후에 인간 개개인의 권리에서 찾은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슈미트가 보기에 주권은 이미 신적 권위에 의해 만들어진 법안에 장치되어 있었고 이제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으로서, “예외 상태를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 것이다. 그러므로 주권자란 법질서 안에 속하면서도 그 법이 중지를 명령할 수 있음으로 법자체를 무화시켜 버릴 수도 있는 법밖에 존재하는 자이다.[각주:2] 이러한 슈미트에 대한 이해를 통해 아감벤은 현대정치를 말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과 인간의 삶과의 관계를 밝히는 것이며 그에 대한 주권자의 위치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아감벤의 이해는 몇천년전의 고전을 읽는 것이 법과 인간 삶의 역사를 밝히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변한다. 법이 우리의 삶에서 동떨어져서 법학이란 분과학문으로 바뀌거나 국회에서 법의 제정자와 주권자의 전유물이 되기 이전의 시대로 돌아가 법을 통해 현실 사회를 바꿔보려고 했던 시대나 법안에 신의 뜻이 들어있다고 믿었던 시대의 법과 기록물들을 살펴봄으로써 좀 더 명확한 서구 정치의 원류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아감벤의 방법이라 생각된다. 거기에 덩달아 성서라는 것이 가진 새로운 정치적 의미가 발견되게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아감벤이 바라보는 현실의 삶은 무엇일까?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현실의 정치는 모든 사람들을 호모 사케르(Homo Sacer)로 만든다. 여기서 호모 사케르란 인간이란 호모(homo)와 성스러운(Sacred)의 라틴어 합성어로서 ‘성스러운 인간’을 뜻한다. 그리고 현실 정치의 주권자는 모든 인간을 호모 사케르로 만듦으로 자신의 주권을 확보하여 정치적 입지를 유지한다. 여기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등장하는데, 아감벤은 이를 매우 절망적인 상황으로 본다. 단순하게 다시 말하면 아감벤은 이 세상이 하나의 거대한 나찌의 수용소(Concentration Camp)라고 여기고 이 수용소를 주권자들에 의해 호모 사케르가 된 사람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여러가지 질문이 등장한다. 왜 ‘성스러운 인간’이 된다는 것이 이리도 부정적인 것이고, 주권자는 도대체 어떻게 거대한 수용소를 건설하여 인류를 절망적인 상황으로 몰아간다는 것일까? 아감벤의 이러한 시대 개관은 매우 중요한데, 바로 어떻게 시대를 진단하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해법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의 웹진에서 이야기했던 [남겨진 시간]의 바울의 이야기는 아감벤이 바울을 통해 발견한 나름의 해법이다. 필자는 이천년전의 문서에서 아감벤이 발견한 하나의 특이한 생각의 방식을 바울을 통해 소개했고 이제 그 방식이 왜 현실 정치의 상황에 대한 해법이 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아감벤이 말하고 있는 ‘주권’의 개념, ‘호모 사케르’의 정체를 살펴보며 우리가 살고 있는 거대한 수용소로 한발자국 들어가보고자 한다. 다음 웹진에서는 본격적으로 호모 사케르의 역사를 살펴보자.


참고도서

Agamben, Giorgio. The Time That Remains: A Commentary on the Letter to the Romans. Stanford, Calif.: Stanford University Press, 2006.


ⓒ 웹진 <제3시대>




  1. Carl Schmitt, letter to Armin Mohler, 14 August 1959, in Jacob Taubes, Ad Carl Schmitt: Gegenstrebige Fügung (Berlin: Merve, 1987), p. 37. [본문으로]
  2. Carl Schmitt, Politische Theologie: Vier Kartel zur Lehre von der Souveränität[1922](Berlin: Dunkcer & Humblot, 1996), 17.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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