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개혁하는” (Semper Reformanda): 2017년 세계개혁교회연합 총회를 앞두고

 



김혜란
(
캐나다 세인트앤드류스 대학, 실천신학 교수)


 

    매 해가 의미있고, 매 해마다 엄청난 사건들이 일어난다. 매 해에 벌어지는 일들에게 우리는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한다. 의미부여, 의미 만들기, 의미해석하기, 이 작업은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 일이자 또한 신학자의 일이다. 그런 점에서 2017년에 대한 신학적 단상을 하고자 한다.

    정치적으로 2017년은 의미있는 해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해이자, 박근혜를 탄핵시킨 해이자, 문재인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해이다.

    종교적으로 2017년 역시 의미있는 해이다. 2017년은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해이다. 이에 맞추어 세계개혁교회연합 (World Communion of Reformed Churches, 전 세계개혁교회연맹, WCRC) 총회가 6월말 독일에서 열린다.

    이번 총회주제는 “Living God, Renew and Transform Us!” 이다. 주제가 명백하게 보여주듯이, 이번 총회는 개혁을 넘어 우리의 신앙과 삶, 우리가 섬기는 교회와 살고 있는 세계를 변혁하고자 하는 소망이 담겨져 있다.

    본 연합 (WCRC)는 8천만명이 소속된 기독교인들을 대변하는 개혁교회 최대 에큐메니칼 조직이다. 이 조직을 하나로 묶는 신학적 끈은 첫째, “언제나 개혁하는” 개혁교회 신앙의 끈, 둘째, 코이노니아 정신을 모태로 분리가 아니라 연합을 향한 소망의 끈, 그리고, 정의추구가 기독교인의 사명이라는 고백의 끈이다. 이 세가지 끈은 다양한 신앙고백 (1982년 Belhar, 아파타이드 반대) 과 신학 선언 (2004년 Accra, 경제부정의과 제국 반대) 등을 통해 교회를 묶어왔고 엮어왔다.

    2017년 총회 준비 자료 (Prayerful Preparation)를 보면 “언제나 필요한 개혁”(Semper Reformanda) 개혁교회 모토를 신학적으로 조명한다.[각주:1]

    자료집 서문에서 WCRC 총무인 크리스 퍼거슨은 21세기 연합이 품고 가야할 전지구적 사회적 문제로 경제부정의, 즉,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에 의해 빈부격차와 자본의 횡포가 날로 심각해지는 현실, 또 생태위기, 환경문제, 기상이변과 재해, 오염등으로 약자, 약한 나라, 인간이 아닌 생태계 생명들이 파괴되어가는 현실, 그리고 이주의 문제를 들었다. (다음 기고에 경제부정의, 생태문제, 그리고 이주의 문제를 연이어 다룰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세가지 이슈가 WCRC 를 엮고있는 세가지 끈, 신앙, 연합, 그리고 정의와 어떻게 긴밀하게 연관되는지 설명한다.

    WCRC 연합 의장인 제리 필레는 종교적으로, 성서문자근본주의에 입각한 차별의 문제를 들면서, 개혁교회 신학인 Sola Scriptura의미는 성서가 기득권자, 힘이 있는 자들에 의해 선별적 해석이 되는 것으로 부터 보호할 책임이 개혁교회 신앙을 가진 기독교인들에게 있다고 지적한다. 더불어 Sola Gratia로 연결되는 이신칭의 (Justification by Faith) 신학교리에 대한 해석을 한다. 

    성서문자주의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다양한 차별과(성차별, 남성성직자주의, 성소수자, 인종차별) 다양한 폭력 (성폭력, 전쟁폭력, 환경파괴)을 극복하는 신학적 응답과 실천은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보여주는 은총의 실천이 신앙의 잣대가 되어야함을 주장한다. 세상의 이데올로기, 선입견, 편견이 아니라, 예수님의 은혜를 실천하는 일만이 궁극적임을 선언하고 있다. 예수의 은혜를 실천하는 것이 우리 삶, 그리고 세상을 변혁시키는 궁극적 힘이다. 아니, 예수님이 보여주신 은혜를 따르는 일이 선입견, 편견, 차별와 억압을 가능케하는 그 폭력을 끊어내는 저항과 변화의 힘이라는 것이다.

    포스트콜로니얼 페니미스트 신약학자이자 이번 연합 총회 신학교육과정 Global Institute of Theology 책임담당자이자 학장인 무사 두베는 자료집을 통해 로마서 12장 말씀을 해석하면서 사도바울의 철저한 로마제국에 대한 저항이 본 말씀에 담겨져 있다고 주장한다.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12:1) 는 말씀은 하느님의 은혜로 우리가 변화되었기에, 부패한 제국이 우리를 억압하지만, 그 더러운 손길이 우리를 해치지 못한다는 자유의 선언이라고 해석한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12:2) 다음 구절 역시, 제국에 굴복하지 말고, 아니, 제국과 타협하지 말고 (confirm), 하나님의 은혜와 자비하심으로 변화(transform)되라는 것이라고 본문에 대한 의미부여를 한다.

    본 자료집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또 한가지 문제는 바로 성차별의 문제이다. WCRC 소속 교회의 연합을 막고 있는 장벽으로 여성안수문제를 지적한다. 이를 위해 나도 자료집 저자로 발탁이 되어 이 문제를 다루었다. 그리하여, 본 총회를 통해 아직까지 여성에게 목사안수를 주지 않는 WCRC 소속교단으로 하여금, 앞으로 7년 안에, 즉, 다음 총회까지 안수문제를신앙의 고백으로 실천할 것을 의결하는 안건이 올라와 있다. 동시에 성차별과 가부장제에 입각한 남성성직자주의의 문제는 성소수자에 대한 안수의 문제와도 직결된다는 걸 지적한다. 그러므로, 21세기 “언제나 개혁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 WCRC는 성소수자, 성정체성, 그리고 성 다양성에 대한 성서적, 신학적, 그리고 목회적 성찰과 실천을 담아내야 한다는 것을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본 총회가 독일 라이프찌히에서 열린다는 그 장소의 역사적 신학적 의미를 해석한다. 독일 신학자 울프 크뢰트케 (Krötke)는 자료집에서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던 그 해, 동독국가 종말의 시작을 알렸던 그 해부터 벌어진 월요일 비폭력시위 (Monday Demonstrations), 평화를 향한 기도회 (prayer for peace)가 라이프찌히에서 일어났다는 점을 주목한다. 라이프찌히는 냉전시기엔 동독에 속한 도시였다. 기독교인들에게 동독에 속해서 종교의 자유를 행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사회주의체제안에 속한 교회가 생존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타협과 절충, 심지어 굴복이었다. 그러나 신앙의 탄압과 교회에 대한 정부의 제제가 강해질수록 동독기독교인들의 저항과 인내의 힘은 줄지 않고 늘었다. 1980년대가 되면서 평화, 비폭력, 그리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교회의 역할을 하고자 하는 운동으로 퍼져갔다. 그 와중 1989년 10월 9일 동독 국가 40주년 기념식에서 벌어진 시위는 120만명을 전대미문의 참여로 이어졌다. 같은해 벌어진 중국 천안문 사태를 주시하면서, 사회주의, 전제주의체제가 불러오는 폭력, 인권과 종교의 탄압에 대해 라이프찌히에 속한 교회들은 침묵하지도 타협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언제나 개혁하는” 개혁교회 정체성을 확연하게 보여주었다. 결국 정확히 1달 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은 무너졌다.

    500주년 종교개혁을 기념하는 의미는 과거에 대한 향수도 아니요, 기독교 문화 중심주의로 돌아가고자하는 절박함도 아니다. “언제나 개혁하는” 그 신앙, 파격적 (radical)이고 신앙적 (faithful)인 그 개혁교회 정체성을 되새기면서 현재 8천만 개혁교회가 교회가 당면한 다양한 문제들과 교회가 소속한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을 예언자적으로 목회적으로 다루자는 의미이다. 


    2017년 세계개혁교회연합 총회가 정치적, 사회적, 그리고 신학적으로 역사적인 획을 긋는 총회가 되길 기도한다.


    살아계신 하나님, 저희를 새롭게 하시고, 변화시켜주소서! 

    “Living God, Renew and Transform Us!”


ⓒ 웹진 <제3시대>



  1. Prayerful Preparation: Exploring the 2017 General Council Theme.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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