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구소의 회원이시기도 한 김용님 선생은 여성의 시각으로 성서와 신앙전통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오셨습니다. 부활절에 즈음하여 나무를 화판 삼아 작업하신 작품들을 전시하는 자리가 열립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김용님, 생명나무전

2012. 3.14(수)~19(월) 목인갤러리(서울 종로구 견지동82/ 02-722-5066)

 


 

나무를 깎으며, 예수를 생각하며 

 

 

숲 속에 쓰러진 나무토막들을 깨워 작업실로 불러 들였다.

껍질을 벗기고 상처를 도려내,

한 얼굴을 향하여 깎아나갔다.

 

 

 

내 긴 방황의 막다른 골목마다에서 외마디처럼 부르던 한 사람,

어두운 들판을 서성일 때 불현듯 허기처럼 달려오던 한 얼굴,

내 한 생애가 더듬어 온 한 표정을 나무에 새긴다.

 

 

껍질을 벗은 나무의 속살로부터,

멀고 긴 기다림의 숲으로부터 걸어나오는

한 눈빛,

한 온기,

한 마음을 만났다.

 

  

나무를 만진다는 건,

나무에 어린 햇빛과 바람과 물의 추억을 더듬는다는 것,

먼 옛날의 에덴동산 시절의 나무의 기억 속을 더듬는 것이기도 하리라.

살아있는 것들이 모두 어울려 서로를 축복하며 생명으로 충일했던 낙원,

그 낙원에 뿌리내리고 있는 생명나무에 대한 추억에 젖는다.

 

 

30세까지 목수로서 나무를 다듬던 청년 예수를 생각한다.

나무를 깎고 만지면서 하느님을 묵상하며 지낸 시간들 속에서

그는 나무와 대화를 하며, 나무로부터 어떤 영감을 받았으리라.

 

나무와의 교감 속에서 생명나무의 꿈을 키우며,

생명나무와 한 몸이 되고자, 생명나무로 부활하고자,

그리하여 깨어지고 산산이 갈라진 생명들이 사랑과 조화로 영원한 생명으로 회복되고자

자신을 한 제물로 나무에 매달려 죽을 것을,

오랜 시간 거듭거듭 기도하며 마음을 다졌을까?

 

 

 

그는 나무로부터 생명의 비밀, 생명의 신비를 깨쳤으리라.

한 알의 씨알이 땅에 떨어져 죽어야 많은 열매를 맺을 것이라는...

 

 

2000여 년 전의 한 사내처럼

나도 나무를 만지며, 그 오래된 정원의 풍경을 더듬는다.

나무에 서린 구름 한 조각, 햇빛 한 줌, 바람 자락 들이

내 영혼에 말을 걸며, 생명의 불을 놓는다.

 

 

모든 숨쉬는 것들이 성스러움의 추억으로,

재회의 환희로, 처음날의 감격으로,

부둥켜 한 덩어리의 생명으로,

태고적 그 찬란한 기억으로 깨어나는 꿈!

 

 

하여

 

 

“하늘의 평화, 공중의 평화,

땅의 평화, 물의 평화

초목의 평화, 숲 속 나무들의 평화

모든 신들의 평화, 궁극 실재의 평화

모든 것들의 평화, 평화의 평화

그 평화가 우리에게 이르게 하소서“

 

  

김용님 블로그; 연민http://blog.daum.net/etu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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