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우파'와 대형교회, 아홉번째[각주:1]


자기계발의 시대 신자유주의적 귀족교육

성공과 신앙, '착한 동거'의 논리를 찾아서

 

김진호

(본 연구소 연구실장)


자기계발서 열풍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사람들은 당황했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이것이 그 시간을 살았던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물음이었다. 대답은 하나다. 적어도 그 시대에는 여러 가치관에 따른 다양한 답을 이야기할 여유가 없었다. 단지 하나만이 절박하게 요청되었다. 돈, 돈을 벌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무렵 출판계에는 주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그러한 추세는 이후 거의 10년 동안 서점가를 휩쓸었다. 이른바 ‘자기계발서’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 이전까지 가장 높은 판매부수는 단연 소설 분야의 것이었고, 몇몇 소설가들은 밀리언셀러 작가로 등극했다. 그런데 2천 년대에는 자기계발서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였다. 놀랍게도 2천 년대 베스트셀러 20권 중 무려 10권이 자기계발서들이다. 

   기독교 출판계도 예외가 아니다. 1999년 번역되어 출간된 《최고 경영자 예수》가 그 신호탄이었다. 이 책은 2년 만에 무려 27쇄, 20만 부 이상 팔렸다. 이후 수많은 기독교 자기계발서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2006년 번역 출간된, 미국 최대의 메가처치 레이크우드교회의 담임목사인 조엘 오스틴의 책 《긍정의 힘》은 기독교출판물 중 최대의 밀리언셀러가 되었다. 또 미국에서 가장 특징적인 메가처치인 새들백교회 담임목사인 릭 워렌의 책 《목적이 이끄는 삶》 시리즈도 밀리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한국인 저자 김동환의 책 《다니엘 학습법》의 판매고도 수십만 권에 달했다.  


   이 책들은 거의 모두 ‘성공’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돈을 벌 수 있게 하는 다양한 방법들에 관한 것이다. 이 시기 자기계발서들에 대한 주목할 만한 비평서인 《거대한 사기극》에서 저자 이원석은 이 공통점에 대하여 “바깥의 사회구조를 배제하고, 순수하게 자기 자신을 주목하도록" 만드는 신화들이라고 좀더 분석적으로 이야기한다. 즉 자기계발서들이 주장하는 성공 비법들은 개개인의 자기계발에 딸려 있다는 것이다. 하여 자기계발에 매진하는 개개인은 능동적으로 자기를 쇄신해야 한다. 그런 쇄신은 무한히 가능하고, 그 쇄신에 따라 성공이 실현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이가 남자건 여자건, 부자건 빈자건, 내국인이건 외국인이건, 사회적 범주가 어떠하건 상관없다. 쇄신은 사회적 규정에 좌우되는 게 아니라 그이 자신의 노력에 좌우된다. 즉 자기계발은 철저히 개개인의 문제다.  

   한데 흥미로운 것은, 자기계발은 개인적으로 수행되지만, 그 내용은 사회가 이미 규정한 것이라는 점에 있다. 즉 자기계발은 사회가 정한 원리에 따라 개개인이 자기 자신을 스스로 규율하는 수행과정을 의미한다. 이때 사회가 정한 원리란 크게 보면 신자유주의적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자기계발은 신자유주의적 삶의 수행법이며, 신자유주의적 인간의 자기 관리법이다.   

   지난 글에서 우리는 교회들의 배금주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것은 이 시기 자기계발서들 속의 신자유주의적 원리가 여과되지 않고 적나라하게 표출된 것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날것 상태의 신자유주의적 양상으로서의 배금주의는 동시대 기독교 출판물들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다니엘학습 신드롬 - 삶 전체가 투여된 자기계발적 수행


    “서울대 출신 최강의 국・영・수 선생님들이 ( )에서 뭉쳤다.” 여기서 괄호 안에 들어갈 문구는 무엇일까? 참고로 이 전단지에 들어간 다른 문구들은 이렇다. 


 

   “강북 강남 통틀어 이렇게 막강한 선생님들이 한꺼번에 모인 학원은 찾기 어렵습니다.” “수준별, 실력별, 맞춤식 학습을 통해 확실한 실력향상을 목표로 학습이 이루어집니다.”  


    정답은 “장안평 다니엘비전학원”이다. 모두가 예상한 대로 학원광고다. 그런데 핫한 학원가로 유명한 대치동도 아니고 분당 정자동도 아니다. 게다가 사람들이 잘 들어보지 못한 이름이다. ‘다니엘’이니 ‘비전’이니 하는 표현으로 봐서는 기독교 냄새가 풀풀 난다. 익숙한 것과 낯선 것이 섞여 있다. 

   이 학원은, 장안평이라는 지명에서 드러나듯이, 고소득층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학원이 아니라 서민층을 대상으로 한다. 그리고 기숙학원이다. 흥미로운 것은 새벽 5시 10분에 예배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 세 번의 기도와 예배를 통해 철저한 신앙훈련을 하는 곳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신학대학 입시학원이 아니라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입학을 목적으로 하는 입시학원이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것은 무료학원이라는 점에 있다.  

    원장은 《다니엘학습법》의 저자 김동환이다. 서울대 종교학과 출신이고 전교수석 졸업자로 알려졌다. 그가 이 학원에서 문제아인 청소년들을 SKY대학들에 입학시켰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것은 그가 창안했다는 공부법인 ‘다니엘학습법’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을 야기시켰다. 입학 문의가 속출했다. 이에 중상위층 학생 대상의 유료학원을 만들려 했다가 재정투명성 문제로 실패했다.  

    그렇지만 책은 전국 도처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그는 전국의 무수한 대형교회들을 돌면서 강연을 했다. 또 다니엘학습법을 주제로 하는 무수한 수련회를 이끌었다. 즉 장안평의 기숙학원은 소문의 진원지뿐이다. 다니엘학습법 신드롬은 전국적 현상이었고, 특히 대학입학을 꿈꾸어도 좋을 중상위계층에서 더 열기를 띠었다.  

    이는, 자기계발서 현상이 단지 독서 행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삶 전체가 투입된 실천적 수행으로 나타나는 하나의 사례에 속한다는 것을 뜻한다. 다니엘비전학원 전단지에 의하면 “21세기 다니엘 같은 하나님의 준비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다니엘학습법’의 목표다. 즉 ‘21세기 크리스천 인재 양성’, 그것이 바로 ‘다니엘학습법’으로 표상되는 신자유주의적 기독교 입시교육 신드롬의 지향점인 것이다. 

    김동환은 기숙학원을 통해서 다른 교육, 즉 공교육의 교육과정 전체를 대체하고자 했다. 국・영・수 세 과목의 ‘입시교육’과 예배와 기도라는 ‘종교교육’으로 구성되는, 입시 맞춤형으로 축소된 교육과정으로 크리스천 인재를 양성하고자 했던 것이다.


대형교회적 대안학교운동 - 귀족교육으로서의 자기계발적 수행법


    《다니엘학습법》이 대놓고 신자유주의적 성공주의를 드러내고 있다면, 이러한 날것 상태의 자기계발주의와는 달리, 많이 ‘조리된’, 하여 그 욕구를 보다 승화된 양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교육운동이 대형교회 대안학교운동이다.


    1990년대 말 이전까지 개신교계 대안학교들은 크게 세 가지 양상으로 나타났다. 첫째는 장애인학교 같은 특수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대안학교이고, 둘째는 일종의 진보적 가치의 대안교육운동으로, 입시중심 교육에 반대하는 생태주의나 사회공동체주의적 대안학교다. 그리고 셋째는 근본주의적 신앙에 기반을 홈스쿨링운동이다. 이 세 가지 대안학교들은 모두 주류사회의 질서에서,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벗어난 교육운동의 성격을 띤다. 그런데 2천 년대 이후 개신교계에는 특히 대형교회가 주도하는 새로운 대안교육운동들이 활기를 띤다.

    이 시기에 대형교회들이 대안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이렇다. 2천 년대에 들어서면서 종교계, 특히 개신교계 사립학교의 종교교육에 대한 사회적 저항이 거세졌다. 나아가 종교계 사학법인들의 비민주적 재단운영에 대한 사회적 검열의 요구도 빗발쳤다. 여기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교회학교도 문제였다. 이때 대형교회의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은 두 가지 문제제기가 결합된 양상으로 나타났다. 하나는 민주주의적 사회론의 기조에 대한 비판적 문제제기였고, 다른 하나는 교회의 사학운영의 전근대성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이 두 문제제기가 수렴되는 지점에 ‘21세기 글로벌 시대 크리스천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가 있다. 즉 민주주의적 사회론의 평등주의나 사학운영의 전근대성의 공통된 문제점은 현행의 교육제도가 사회를 이끌어갈 엘리트의 양성을 방해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하여 기독교가 주도해서 엘리트 교육을 위한 대안적 교육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2천 년대 대형교회들이 주목했던 대안학교운동이다.

    그런데 다니엘학습법이 개발자 개인의 교수법에 의존하고 있다면, 대형교회의 대안학교운동은 좀더 제도적이고 시스템적 체계를 중요시했다. 즉 신자유주의 시대의 엘리트로 성장하게끔 하는 제도적이고 체계적인 교육 장치들이 활용되는 교육기관으로 기독교계 대안학교가 부각된 것이다. 그러므로 개발자 개인의 창의적 교수법 외에는 별다른 자원을 필요로 하지 않았던 전자와는 달리, 후자는 인적, 물적 자원이 기존의 공교육보다 훨씬 더 풍부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다. 이는 막대한 인적, 물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그 자원을 활용하는 데 있어 지지부진한 논의과정을 거의 거치지 않고 신속하게 활용할 수 있는 대형교회에게 가장 용이한 것이었다. 더구나 자녀교육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강남, 강동, 분당의 중상위계층이 대대적으로 결집된 이 지역의 대형교회들에겐 교인들의 필요에 대한 맞춤형 기획인 측면도 강했다.

    하여 대형교회들의 대안학교운동은 일종의 귀족화교육의 측면을 지닌다. 그것은 명문대학 입학뿐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글로벌 시대에 맞는 국제적인 인재의 자격을 갖추게 하는 총체적 교육을 추구하는 학교라는 것이다. 유초년 교육기관에서부터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까지 다양한 대안교육기관들이 속속 설립되었고, 그 학비는 일반교육기관보다 훨씬 높았다. 단, 교인들에게 입학의 특전이나 학비의 특전을 주는 경우가 많아, 이런 교육운동은 일종의 선교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지역 사회에 대중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일이고 그들을 교인화하기에도 용이하며, 교인들의 결속도를 높이는 방법이기도 했던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귀족학교들은 배금주의나 성공지상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사실 다니엘학습법처럼 가난한 학생들에게 성공욕구를 부추기는 교육과는 달리, 처음부터 풍요로운 학생들에게 성공이란 삶의 최종 목적이 아니다. 성공도 격조 있게 이룩되어야 한다. 풍요를 위임받은 자가 격조 있게 재산을 관리하는 청부론처럼, 귀족적 대안교육은 성공도 품격을 필요로 하는 삶의 요소임을 강조했다. 신앙은 바로 그러한 품격 있는 성공의 준거다. 하여 귀족적 대안학교의 신앙은 웰빙적 자기계발의 수행법인 것이다.


ⓒ 웹진 <제3시대>




 

  1. 이 글은 <주간경향>에서 연재하고 있는 '김진호의 웰빙-우파와 대형교회'의 다섯번째 글입니다.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606271603271&code=11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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