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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4.26 [사진에세이] 막(2) (오종희)

막 (2)

 

 



 

용산 어디에서나 거대한 가림 막은 하나의 풍경이다. 3년 전 서부이촌동에 이사 왔을 때 동네와 평행하게 둘러친 용산 국제 업무지구 개발지 가림 막은 그야말로 그로테스크한 인상이었다. 도시의 흔한 가림막이 이 곳 만큼은 생경한 풍경이 된다. 2013년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는 부도났고 그로 인해 서부이촌동의 가림 막은 요란한 홍보문구가 새겨지지 않은 채 흰색 그대로 거대한 스크린처럼 버티고 서 있게 되었던 것이다. 일설에 의하면 국제 업무지구를 계획할 당시 지질을 조사해보니 땅 밑에 엄청난 양질의 모래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삼스러울 것도 없는 것이 한강이 만드는 모래가 퇴적하는 곳이 바로 이촌동이다. 치수가 어려웠던 시절 이촌동 사람들은 해 마다 물난리를 겪었고 동네를 잠시 떠나거나 일제에 의해 폐동되기도 했었다.(1925 을축년 홍수) 그러한 연유로 二村洞은 사실 옛 이름이 移村洞이었던 것이다. 사람이 살기 부적합한 곳, 계절에 따라 들고 나는 물길만이 수 만년을 주인으로 존재했을 곳에 도시 인구가 폭발하고 1960년대 용산 미군기지에서 이 곳에 쓰레기를 매립하자 넝마주의들이 모여들었고 또한 청계천에서 쫓겨난 무허가촌 사람들까지 밀려와 터를 잡게 되었다. 지금에야 한강 가까이 아파트를 지어 풍광을 독차지하는 비싼 모래땅이 되었지만 무허가 판자촌을 지어야 했던 그 때의 사람들은 집 짓고 살기 부적합 곳인 주인 없는 한강변에 살며 홍수 철에는 매 번 물길에 집을 내어 주어야 했었으리라. 몸 뉘일 곳 허락 받지 못하는, 존재가 무허가인 그들은 그 뒤로도 이촌동에서 상계동으로 상계동에서 성남으로 땅 한 평 점유하지 못 한 채 쫓겨 다녀야 했다. 공간 박탈의 역사가 移村洞이란 말에 담겨져 있는 것이다. 


그러던 모래땅위에 곧 다가올 대박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채 새 하얀 얼굴을 한 가림막이 둘러쳐져 속히 자본의 이름이 덧칠해 지길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일까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은 하얀 얼굴은 오히려 연극적이다.
 

 


 

 

 


 


  

오종희 作 (본 연구소 회원, 한백교회 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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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3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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