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세이] 붉은 실타래(백정기)
붉은 실타래 2009년 나는 호기롭게 작업 중단을 선언했다. 문학가로 치면 절필 선언이다. 나름 호방한 태도를 뽑내고 즐기기도 했다. 하지만 치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해가 거듭할수록 자존감이 사라지고 불안감이 커졌다. 결국 거창한 명분도 없이 작업을 시작했다.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일명 백지 공포증이다. 그때 실마리로 삼은 것이 선긋기다. 볼펜으로 종이 위에 무작정 선을 그었다. 대단한 작업은 아닐지언정 무언가 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했다. 몇주 동안 안이하게 선을 긋는 와중에 문득 “선”이 눈에 들어왔다. 특유의 구불거림과 점성을 가진 선은 관습과 선입견으로부터 이탈한 선 그 자체였다. 이런 과정 속에 탄생한 결과가 (2012)라는 드로잉 작품이다. 목적 없이 쌓인 ..
사진에세이
2017. 8. 3. 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