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고 삽니다


 

 문재승
(한백교회 교인)


"선배님, 이렇게 틀에 박혀 사는거 마음에 드세요?"

하루는 너무 답답해서, 나만 이러는 건가 싶어, 밥먹고 나오는 길에 친한 선배에게 물었습니다. "직장생활 적성에 맞는 사람이 어디있겠어요. 먹고 살려니까 다 참으면서 다니는 거지" 방금전 점심으로 무얼 먹을지 치열하게 고민했던 선배는 심드렁하게 대꾸합니다.

"부장님, 저는 낮에 커피숍에서 저렇게 죽치고 앉아서 무언가 몰두하는 사람들 보면 부러워요. 저렇게 살고 싶어요"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저는 급기야 부장님께 저의 권태를 고백합니다. 직장생활 20년의 부장님은 저를 흘끗 보며 피식 웃습니다. "재승씨, 저런 사람들 다 영업뛰는 거에요. 고객 만나는 일들이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 일인지 재승씨는 잘 모르는구나"

평생을 직장을 다닌 엄마에게 묻습니다. "엄마 어떻게 직장 안다니고 그냥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엄마는 혀를 끌끌 찹니다. "너는 젊은 놈이 패기가 없냐. 왜 그 나이에 놀 생각만 해, 뭔가 이룰 생각은 안하고" 대한민국에서 조직을 통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는 모양입니다.

"나뇽, 어떻게 하면 재미나게 살 수 있을까? 우리 시골에서 살까? 땅콩집을 짓고 농사를 지어볼까?" "응 그래그래" 처음에는 땅콩집 지을 돈은 있냐고 묻는 아내였지만 매일 아침 와이셔츠 단추를 잠글 때면 나오는 남편의 넋두리에 아내는 이제 대답하기도 지치는 모양입니다.

"율아, 아빠랑 엄마랑 행복하게 살자. 우리 율이도 하고 싶은 일 하고 사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아빠도 꼭 그럴게" 차마 뱃속에서 꼬물거리는 아들에게까지 묻지는 못하고 그저 다짐할 뿐입니다.

생각해 보니 아직 묻지 않은 분이 계시네요. 하나님,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 웹진 <제3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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