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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6.20 [시선의 힘] 미니 불당 (오종희)

 

미니 불당




오종희

(본 연구소 회원, 한백교회 교인)



    며칠 전에 딸내미가 말 한대로 정말 아파트 현관 근처 화단에 

 불당이 차려져 있었다. 



    화단이라 하기엔 관심간 흔적, 손간 흔적 없는, 

그나마 평소엔 주차한 차량에 가려 눈에 띄지도 않는 

초라한 장소에 ‘떠어억!’  


    우리 식구 셋이 집에 들어가는 길에 짧은 토론이 시작됐다. 

“누가 갔다 놨을까?” “버린 거야? 차린 거야?” “노인이겠지?” 



    그러자 남편이 시니컬하게 정리한다. 

“집에 두자니 궁상맞고 버리자니 찜찜하고 그래서 택한 곳이 화단이지!”  


    자세히 보니 손바닥만 한 크기에 재질도 저렴이 수준이고 

 여기저기 깨져 있는 것이 바로 옆 역시 버려진 작은 화분과 정확히 닮은꼴이다. 

추측하자면 버리는 죄책감에 대한 면피용이 저 불상의 실존이다. 

버린 것도 아니고 안 버린 것도 아닌 어디쯤에 

 중생의 평온이 걸쳐있도록 하는 위치. 


    단지 옆에 있는 화분보다 불상이 화두가 되는 이유는 

종교적 아이콘이라는 형상이 

버리는 자에게도 지나가다 보는 자에게도 재질 너머의 무엇으로 보이게 하고 

자꾸만 의미를 생산하고 평온을 생산하고 불안을 생산하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그것이 어디 종교적 아이콘만의 것이랴! 

사람이 허구로 만드는 모든 것이, 아니 사람이 만드는 모든 것이 

이름 없던 욕망에 이름을 붙이는 행위가 아닐까! 

종교가 덧붙일 게 많은 것일 뿐. 



    어찌됐든 아파트 화단 미니 불상의 미소는 ... 

석굴암 본존불보다 쎄다! 

입고리가 셔어언 하게 올라갔다! 

미소 질듯 말듯이 아니라 확실한 미소다! 

그게 바로 고급 엘리트 예술과 다른 키치의 전형이라 해도 

확대해서 보니 아우라 있네! 

게다가 부처님 어깨너머 솟아오른 봉오리여! 

여름 한나절 만에 키 크는 힘이라니 

이거 우담바라보다 신비한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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