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보지 마라

 

  미디어아트는 동어 반복이다. 엄밀히 말해서 모든 아트는 미디어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소위 미디어아트는 어떻게 정의 되어야 할까.  


 새로운 미디어는 고유한 특징을 찾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사진이 초기에 회화의 대용품이던 시절이 있었음을 생각해보라. 새로운 매체는 특질과 표현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하는 때가 있다. 이 간극을 채워나가는 예술 활동이 진정한 미디어 아트라고 할 수 있다. 미디어아트는 최전방을 탐지하는 전위부대처럼 아직 탐지되지 않은 미디어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장르다.  


 복제예술을 넘어 바야흐로 디지털 미디어 시대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디지털 속성은 커뮤니케이션과 표현하는 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결국 디지털의 한계가 인간의 논리와 사고를 직간접 적으로 결정 짓는 상황이다. 디지털 미디어를 이해하고 마스터해야할 이유는 여기에 있다. 현재 미디어 아트의 특징이 무엇인지 몇몇 미디어 아트 사례를 통해 탐구해 보고자 한다. 

 

양해의 <영육> 싱글체널 비디오 4분 가변크기 2017


 <영육>의 작가 양해의는 각각 다른 시간에 촬영한 얼굴 영상을 퍼즐처럼 조각해서 다중적인 자아를 표현했다. 디지털 창작물의 미학적 표현은 시간을 오려내고 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필름을 잘라 시간을 앞뒤로 배치하는 것은 영화에서도 가능한 표현이지만 디지털은 무한대의 시간을 동시에 배치할 수 있다. 디지털에서의 시간은 불연속적이다.  


조몽월 <DOT> 비디오 설치 20*30cm 2017


 디지털 이미지의 가장 작은 요소는 픽셀이다. 작은 픽셀이 깜빡이면서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조몽월의 작품 는 디지털 이미지의 본질적인 특징을 폭로해서 디지털의 특징을 규정한다. 회화의 본질적인 특징이 평면성이라면 디지털의 본질적인 특징은 픽셀, 더 나아가 0과 1이다. 이러한 특질을 확대해 인식함으로써, 우리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의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디지털 아트가 자연을 기술로 대체하는 것 같아 낯설고 거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기술적인 이해가 높지 않은 사람은 더 난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디지털은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인간표현의 단계일 뿐이고 우리는 그 흐름 속에 있다. 돌과 철의 특징이 구조물의 특성에 반영되듯이 디지털의 특질은 디지털 세계를 반영하고 우리의 경험을 결정 짓는다.  


  19세기 영국의 러다이트 운동과 마찬가지로 아직도 많은 예술가들이 디지털 세계를 경계하면서 디지털 세상의 신화를 폭로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러다이트들의 노력은 산업혁명을 멈추지 못하고 말았다. 우리는 흙이 아니라 디지털을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  

 


 


백정기 作 (미디어작가)

- 작가소개

홍대회화과를중퇴하고한국예술종합학교조형예술과, 중앙대학교첨단영상대학원을졸업했다. 2008년개인전 를시작으로 5회의개인전을했고다수의단체전에참여했다. 2012년홍은예술창작센터,2013년경기창작센터입주작가로레지던시활동을한바있다. 음악적청각화를주제로 “Walkingalone on a clear night: Musical sonification based on cityscape”외 1편을등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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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창공원앞역

 

  중학교 때 가족을 떠나 서울에서 유학(?)을 했다. 당시 그리움으로 가족들과 살던 집을 일기장에 그렸다. 당시 가족들이 사는 집은 그림과 달리 3층 양옥집이었다. 놀랍게도, 그림 속 집은 새 집을 짓기 위해서 헐어버린 옛 단층집이었다. 어린 마음에 ‘우리 집’은 새로 지은 집이 아니라 추억이 많이 쌓인 옛 집이었던 것이다.


  2013년 까지만 해도 효창공원앞역 2번 출구를 빠져나오면 2~3층짜리 집들이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철거가 한창 진행 중인 을씨년스러운 풍경이다. 3번 출구는 보도블록과 인공 석으로 새 공원을 조성 중이다. 오래된 도시는 기억이 쌓여있는 곳인데, 때가 타지 않은 인공 석과 보도블록에 누구의 기억도 남아 있을 리 없다. 기억의 장소는 없어지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사람은 사신이 잘 아는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새 건물에는 기억이 없다. 멸균 처리된 장소다. 기억이 없는 장소에서 산다는 것은 뿌리를 내리고 산다기보다 부유하는 삶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전면적인 개발은 폭력이다. 때문에, 설령 현실적인 이유에서 개발이 필요하다 할지라도 기억으로써의 도시를 배려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http://youtu.be/GrJan-49_Xk
백정기_효창공원앞역_비디오_3분58초, 2013



 

 


 


백정기 作 (미디어작가)


- 작가소개

홍대 회화과를 중퇴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을 졸업했다. 2008년 개인전 를 시작으로 5회의 개인전을 했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2년 홍은예술창작센터, 2013년 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로 레지던시 활동을 한바 있다. 음악적 청각화를 주제로 “Walking alone on a clear night: Musical sonification based on cityscape”외 1편을 등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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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P_b 멀미를 회복하다. 

미디어 발전과 주체성에 관하여





RMP-b_나무바퀴 자전거와 영상_ 가변크기_15분_2008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설렘과 기대를 갖게 하지만 항상 불안도 공존해왔다. 도구의 발전과 불안에 관한 극적인 알레고리는 스텐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잘 표현 되어있다. 한 유인원이 뼛조각을 휘둘러 자신보다 강한 적을 제압한다. 흥분한 유인원이 뼛조각을 하늘 높이 던져 올리자 그 뼛조각은 우주로 날아가 우주 탐사선으로 변한다. 자연을 제압한 도구는 거꾸로 인간을 지배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같은 영화에서, 인공지능 HAL은 우주 탐사선에 있는 승무원을 살해한다. 인간에 의해 발전한 도구가 거꾸로 인간을 지배하는 순간이다.   


   도구와 인간의 역전은 비단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해할 수 없는 수로 인간 대표를 물리치는 인공지능 알파고의 등장은 그야말로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당면한 문제는 생경한 인공지능이 아니라 친숙한 미디어 환경일 지도 모른다.  


   요즘은 보통 여가시간이나 지하철, 심지어 대화 중에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낸다. 눈이 아프고 머리가 멍해질 때까지 tv를 보다가 잠자리에 들기도 다반사다. 디지털 미디어는 이제 그 자체로 우리 삶의 환경이며, 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미디어와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서 얻은 체험은 신체활동과 무관하다. 눈과 귀만 인터넷 세상을 떠돌아다니고 있는 셈이다. 발 없는 “눈귀(鬼)”는 시공간을 초월해 어디든지 갈 수 있다. 반면 몸뚱이는 별로 할 일이 없다. 가끔 버튼을 누를 뿐. 이런 현상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1888년 코닥 사진기 최초의 광고 문구가 "You press the button, we do the rest"였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부지불식간에 신체활동 심지어 사고의 영역까지 디지털 미디어에 내맡겨져 있는 상황이다. 사용자가 미디어로부터 주체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디어의 몰입으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다. 고도화된 미디어 장치가 요구하는 몰입을 거부하고 온몸으로 세계와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RMP는 ‘탈 수 있는 멀티미디어 플레이어(ridable multimedia player)'의 약자로 미디어의 기능을 조작해 메스미디어의 압도적인 발전으로부터 자아감을 지키기 위한 대안미디어다. RMP는 바퀴와 안장이 나무와 철로 되어있어서 주행 충격이 고스란히 온몸에 전달된다. 자전거에 올라타서 페달을 밟는 순간 변화무쌍한 땅의 변화들이 온몸으로 감지된다. RMP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치가 아니다. 오히려 엉덩이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린다. 반성과 실천에 있어서 신체적 고통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적어도 고통과 멀미작용이 미디어에 정신이 팔리는 것을 방지한다. 미디어로부터 비평적 거리를 확보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RMP의 핵심작용이다.

   보편적인 환경이 되어버린 미디어를 거부하고 온몸으로 세계와 대응하는 것은 언제나 주체성을 회복하는 실천운동이었다. RMP 시리즈가 비록 상징적인 대안 미디어 장치이지만 기술 진보를 반성하고 미디어와 인간이 어떻게 건강한 조화를 이루며 주체적으로 살아갈지 깊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백정기 作 (미디어작가)


- 작가소개

홍대 회화과를 중퇴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을 졸업했다. 2008년 개인전 를 시작으로 5회의 개인전을 했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2년 홍은예술창작센터, 2013년 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로 레지던시 활동을 한바 있다. 음악적 청각화를 주제로 “Walking alone on a clear night: Musical sonification based on cityscape”외 1편을 등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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