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다[각주:1] 





이상헌

(녹색전환연구소장·한신대 교수/ 한백교회 교인)



풀뿌리에서부터 의견을 모아서 미세먼지 대책을 수립해 가게 되면 화석연료 카르텔을 해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19대 대선에서는 유력 후보들 대부분이 미세먼지 대책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미세먼지 문제는 대단히 구조적이고 복잡하며 어려운 문제이다. 그 이유는 첫째, 미세먼지 문제는 우리가 지금까지 추구했던 화석연료 중심의 경제발전 방식에 따른 필연적 결과이기 때문이다. 둘째, 강고한 이해관계 카르텔이 화석연료 중심의 경제발전 체제를 재생산하고 있는데, 이들의 영향력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셋째, 미세먼지에 대해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첫째,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주요 발생 원인을 살펴보면 2013년 기준으로 제조업 연소(미세먼지 66.6%, 초미세먼지 54.2%), 비도로 이동 오염원(미세먼지 12.5%, 초미세먼지 18.2%), 도로 이동 오염원(미세먼지 10.0%, 초미세먼지 14.5%), 에너지산업 연소(미세먼지 3.7%, 초미세먼지 4.7%) 등이다. 한편, 디젤 배기가스는 미세먼지 농도에 기여하는 정도는 적긴 하지만, 인체 건강에 대한 위해성은 매우 크다. 그래서 국제암연구소에서는 디젤 배기가스를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하였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의존적인 우리나라 산업 및 에너지 소비구조와 생산방식, 토건중심적 개발 행태, 에너지 다소비적 생활양식 등을 전면적으로 재편해야 하는 어마어마한 작업이 필요하다. 관료들과 경제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에서 저항이 있을 것이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도 필요한 일이라서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며, 단시일 내에 실질적인 결과를 얻기도 어려울 것이다.


  둘째, 화석연료 중심의 카르텔은 지대추구적 행위를 통해 자신들의 기반을 다져가는 매우 강고한 집단이어서 해체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예를 들어보자. 서해안의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로 인해 수도권 인구 2000만여명 중 연간 1144명이 조기 사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도 앞으로 20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2030년까지 더 지어지게 계획되어 있다. 전기가 모자라는 것도 아니다. 이미 2013년 이후 전력소비량 증가는 경제성장률 아래로 떨어졌다. 전력설비 예비율은 30%를 넘었으며, 신생 LNG발전소들의 가동률이 저조해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더군다나 기후변화에 대비하여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온 힘을 다해도 모자라는 판국에, 온실가스 배출의 주원인인 석탄화력발전소를 왜 이렇게 많이 늘리는 것일까? 정부 스스로가 공언한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되자 급조해서 만들어낸 방안이 해외의 배출권을 사오겠다는 것이었다. 그 돈은 누가 내는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기는 이득은 사업자가 가져가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감축 비용은 세금으로 부담하는 것이 과연 정의로운가? 또 있다. 국민연금은 신규 석탄화력발전 건설 관련 회사채 약 2조원어치를 인수했고, 민자 석탄화력발전에 프로젝트 금융 대출을 제공했다.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미세먼지를 발생시키고 온실가스를 다량으로 배출함으로써 세금을 축내는 석탄화력발전소에 왜 국민연금이 투자를 하는가? 누가 이런 투자를 결정한 것일까? 이것은 공공성을 도외시한 화석연료 카르텔의 지대추구적 행위라고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셋째, 우리는 아직 미세먼지 특히 초미세먼지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많다. 제조업 공장 굴뚝이나 자동차 배기가스와 같은 1차 발생원에서 나오는 것을 1차 생성먼지라고 하며, 질소산화물 등이 수증기·오존·암모니아 등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것을 2차 생성먼지라고 한다. 수도권의 경우는 2차 생성먼지가 전체 초미세먼지 발생량의 3분의 2나 된다. 그런데 이 2차 생성먼지가 발생하는 과정이 너무나 다양해서 제대로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 초미세먼지와 오존은 2015년부터 시행된 2차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에서야 비로소 관리대상물질이 되었다. 축적된 관리 경험이 너무 적다. 기본적인 데이터를 생산하는 미세먼지 측정소의 위치도 문제다. 서울녹색당 정책위원회가 정보 공개를 청구한 자료에 따르면 25개 도시 대기측정소 중 17개 측정소가 10m를 초과하는 위치에 있으며, 마포는 23m로 너무 높은 곳에, 성동과 송파는 각각 0.5m, 0.8m로 너무 낮은 곳에 위치해 있다. 우리가 실제로 숨쉬는 공기의 질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역간 차별도 있다. 2016년 8월 기준 한국의 총 262개소의 미세먼지 측정소 중 1000㎢당 서울은 41.3개소, 부산은 24.7개소, 인천은 14.3개소가 있는 반면, 강원도는 0.4개소, 경상북도는 0.7개소, 충청남도는 0.9개소로 나타난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미세먼지를 마셔도 끄떡없는 체질인가? 뿐만 아니라 중국 등 외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에 대해서도 아직 신빙성 있는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다. 결국 미세먼지 대책을 위한 기본적인 데이터의 신뢰성조차도 매우 낮은 셈이다.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2차 생성먼지 발생과정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기간에 신규 화력발전소 건설 중단, 낡은 발전소 가동 중단, 한·중·일 환경협약 체결 및 공조 강화, WHO 권고수준까지 기준 강화, 초미세먼지 기준 신설, 학교에 미세먼지 알리미 제도 도입,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등을 미세먼지 대책으로 내어놓았다. 대체로 방향은 잘 잡았다고 본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던 구조적인 문제들이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다. 첫 번째 장애물은 우리나라 산업구조 개편과 에너지 믹스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것으로 뛰어넘어야 할 것이다. 매우 광범위하면서도 장기적인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본다. 두 번째 장애물이 가장 골치 아프다. 화석연료 카르텔들이 엄청나게 저항할 것이다. 하지만 화석연료 카르텔들이 공익이 아니라 오로지 사익을 위해 시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시민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이들의 지대추구적 행태를 중단시켜야만 한다. 서울시는 5월 말쯤 광화문 광장에서 3000여명이 모여서 대기질 개선대책을 모색하는 대규모 원탁회의를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시민들의 집단지성을 활용하여 ‘서울형 대기질 정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새 정부에서는 이러한 시도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과학적이면서 외교적인 역량이 최대한 필요한 일이다. 미세먼지와 관련한 기초연구에 투자를 해야 하고, 외교적인 수완을 발휘해서 지역간 환경 협력이 다른 분야의 협력을 유도할 수 있는 마중물의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정부에서는 우리 모두 마음 편히 숨쉬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웹진 <제3시대>

  1. 이 글은 주간경향에 2017. 5. 15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http://m.weekly.khan.co.kr/view.html?med_id=weekly&artid=201705151818231&code=11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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