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lateral Damage: 부수적 피해

‘부수적 피해’가 ‘부수적’이지 않은 이유

 

배근주
(Denison University 종교 윤리 교수, 성공회 사제)

 

             Collateral Damage는 군사용어입니다. 보통 한국어로는 ‘부수적 피해’라고 번역이 됩니다. 한국어로 쓴 ‘부수적 피해’는 Collateral Damage의 아이러니를 너무나도 잘 표현해 줍니다. 왜냐하면 ‘부수적’이라는 용어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쟁 중 일어나는 민간인의 죽음과 사회 기관 시설 파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군사용어로써 Collateral Damage는 전쟁 중 일어나는 ‘의도’하지 않은 피해로써, 주로 적군의 주요 군사 시설을 파괴하거나 적군을 공격할 때 일어난 민간인 피해를 일컫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쟁 중 일어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남성) 군인을 상대하는 전시 매춘업, 또는 강요된 매춘 등을 지칭하기도 합니다. Collateral Damage는 그 범위가 넓고, 피해 양상 또한 다양합니다. 또한 ‘의도하지 않았다’는 의미는 군사 작전의 목표물이 아니었다는 것이지, 실제적으로 민간인들 시설에 대해 공격 ‘의도’가 있었느냐를 판단하기는 힘듭니다.  

            Collateral Damage의 아이러니는 현대전에서 민간인의 피해가 전쟁 피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전쟁 중 사망하는 민간인의 수가 군인 전사자의 수를 넘기 일쑤이고, 1990년대 이 후 일어난 대부분의 전쟁에서 수많은 민간인 여성들이 성폭력을 경험했습니다. 현재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을 보면서, 다시 한 번 Collateral Damage란 표현이 얼마나 비도덕적이고 반기독교적이며, 심지어 무책임한가를 생각해 봅니다. 

            CNN에 의하면2014년 8월 6일 현재,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1800명을 넘어섰으며, 부상자들 또한 10,000여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격이 국제 사회에서 지탄을 받는 이유는, 사상자들의 대부분이 민간인들이고, 이 민간인들의 대부분이 집 안이나 학교에 있던 여성들과 어린이들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이스라엘은 테러집단으로 규정된 하마스(Hamas)의 주요 군사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서 군사 공격을 한 것이며, 이 군사 시설들이 민간인 집단 거주 지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민간인 피해가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고 항변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여러 가지 윤리적 질문에 맞닿게 됩니다. 하마스의 군사 시설과 땅굴을 공격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민간인 사살을 정당화하는 이스라엘과 민간인 거주 지역에 군사 시설을 설치한 하마스. 둘 중 어느 집단이 윤리적으로 더 지탄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요? 이스라엘이 민간인들을 공격을 할 때마다, 어린이들의 시체를 언론에 공개하는 하마스의 행동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봉쇄 정책과 팔레스타인 점령이 하마스와 같은 무력 저항 단체를 만든 원인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로켓 공격은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일까요? 군인들의 죽음과 부상은 민간인들의 피해와 비교해 볼 때, 윤리적으로 정당화 될 수 있는 것일까요? 이를 정당화할 수 있다면 그 윤리적 근거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이러한 질문들 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전쟁의 장기화를 피하기 위해서 대량 살상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대량 살상 무기는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사용한 원자 폭탄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필연적으로 ‘부수적 피해’를 야기합니다. 원자 폭탄 투하로 미국은 일본의 항복에 마르지 않는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지만, 사상자들의 대부분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시민들이였고, 원자 폭탄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대를 이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전쟁을 단기 간에 끝내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일어난 파괴 행위는 모두 ‘부수적인 피해’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스라엘 또한 아이언 돔의 사용을 정당화 하였으며, 최근 미국에서 탄력을 받고 있는 드론으로 알려진 무인 폭격기와 정찰기 사용 또한 정당화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피해를 ‘부수적 피해’로 용인할 수 있는가에 대한 윤리적 가이드 라인은 없습니다. 그러나 제네바 협정이나 현대화된 ‘정의로운 전쟁’이론, 가톨릭 교회의 공식적 입장은 전쟁 중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의 살상을 비윤리적인 행동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현대전은 안타깝게도 무장 군인과 민간인의 구별조차 힘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더구나 게릴라전과 민간인을 동원한 폭탄 테러는 적국의 민간인을 모두 불시에 공격가능한 잠재적인 적으로 간주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모든 민간인 피해를 ‘부수적 피해’로 규정하거나, 비윤리적 행위로 지탄하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Collateral Damage를 최선을 다해서 줄여야 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당연한 과제입니다. 결국 전쟁은 ‘죽임’의 행위입니다.  승전은 살육을 정당화하는 또 다른 이름에 불과합니다. 적국에 속한 군인 뿐만 아니라 민간인을 죽여야 ‘내’가 살 수 있다는 명제가 암암리에 전쟁 논리에 숨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이야기할 때, ‘죽음’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이번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을 보도하는 대다수의 미디어에서도 민간인의 피해를 이야기하지만 죽음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습니다. 전쟁 중 죽고 다치는 사람들과 어린이들의 사진을 보기는 하지만 죽음의 잔인성과 고통, 전쟁의 실제를 보여주기에는 역부족입니다. 혹자는 아무리 잔인한 전쟁 영화도 전쟁의 맨 얼굴을 보여줄 수 없다고 합니다. 시체 썩는 냄새, 조각나서 여기저기 흩어진 몸. 불에 탄 시체의 냄새는 어떠한 영화나 사진도 전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부수적 피해’는 타인의 (고통스러운) 죽음과 남은 자들이 평생 짊어져야 할 고통을 의미합니다. 인간의 죽음은 결코 ‘부수적’이 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 ‘부수적’인 인간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독교 전쟁 윤리 중 가장 오랜 전통의 하나인 비폭력 평화주의 (pacifism)은 기독교가 ‘생명’의 종교라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하느님의 형상을 따라 만들어진 모든 인간들과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생명은 그 근본이 거룩합니다. 우리 안에 내재한 거룩함은 다른 생명을 사랑하는 힘, 고통받는 생명을 자비로 끌어 안을 수 있는 힘이 됩니다. 그래서 도로테 죌레는 기독교 영성 전통 중에 하나로 ‘타생명이 겪는 고통에 무감각해지는 것에 대해 저항’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죌레에 의하면 예수의 고통을 신격화하고 우상화하여 인간의 고통과 분리시키고, 고통에 대하여 생각하지 못 하도록 하는 기독교는 오히려 폭력을 묵인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신격화된 십자가에 달린 예수의 몸이 폭력에 의해 야기되는 고통을 인간의 역사에서 분리시킴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십자가 형벌을 가능케 한 조직적인 폭력을 보지 못 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고통, 특히 전쟁 중 겪는 고통을 끌어 안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전쟁을 조장하고, 약자의 고통을 묵인하는 사회 구조에 대해 ‘NO’라고 저항할 수 있는 용기, Collateral Damage를 간과하지 않는 용기 말입니다. 수도원 전통에 기초한 영성 운동은, 고통에 감상적으로 접근하여 벗어나려는 행위가 아니라, 고통의 근원에 직면하고, 사회 부조리에 저항하기 위한 용기를 내재화 하는 행위입니다. ‘부수적 피해’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독교 영성 운동이 필요합니다.  

ⓒ 웹진 <제3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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