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훼의 인종청소





김진양

(Ph.D. The Lutheran School of Theology at Chicago (the Old Testament))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이 피바다가 흐르는 끔찍한 땅으로 변질되었다. 사실 이것이 성서가 말하고 있는 약속의 땅의 적나라한 모습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당황스럽고 씁쓸하다. 구약 성서학은 거룩한 전쟁이라는 신학적 담론 아래 가나안 원주민의 희생을 철저히 외면하였다. 약속의 땅과 거룩한 전쟁 같은 이데올리기는 고대 이스라엘의 가나안 정복을 정당화했을 뿐 아니라, 근대에 세워진 국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종청소”의 도구로 사용되었다는 점은 부끄러운 일이다. 


  공교롭게도 성서에서 처음으로 “인종청소”를 언급된 곳이 다름 아닌 히브리 노예의 해방을 기록한 출애굽기다:


나의 천사가 너희 앞에서 너희를 아모리 사람과 헷 사람과 브리스 사람과 가나안 사람과 히위 사람과 여부스 사람이 있는 곳으로 인도할 것이다. 내가 그들을 전멸시키겠다(출 23:23, 새번역).


  성서의 “인종청소” 언급은 신명기에서 더욱 심각하다. 신명기는 가나안 땅의 사는 모든 남성, 여성, 심지어 어린이까지 죽이라고 한다:


그러나 주 우리 하나님이 그를 우리 손에 넘겨 주셨으므로, 우리는 그와 그의 아들들들과 그의 온 군대를 쳐부술 수가 있었습니다. 그때에 우리는 모든 성읍을 점령하고 모든 성읍에서 남자 여자 어린아이 할 것 없이 한 사람도 남기지 않고 전멸시켰습니다(신 2:33-34, 새번역).


    더욱 놀라운 점은 신명기에서 “인종청소”의 주도적 역할은 다름 아닌 야훼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는 것이다(참조, 신 7:1-11; 9:1-; 11:8-9; 23:31-23). 여호수아서는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특별히 첫 번째 부분은 야훼의 거룩한 전쟁이라는 이념 아래 “인종청소”를 합법적으로 설명한다(여호수아 2-12). 그야말로 야훼가 약속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은 가나안 원주민의 피로 얼룩진 땅이 된 것이다. 다시 말해, 구약성서의 “인종청소” 개념이 있다는 자체가 놀라운 사실이지만, 야훼가 이를 직접 요구하고 있다는 점은 더욱 충격적이다.


 성서의 거룩한 전쟁은 “인종청소”라는 면에서 도덕적/윤리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구약성서에 기록된 가나안 “인종청소”가 근대 이스라엘의 성립 과정 중 행해진 팔레스타인 “인종청소”에 성서적이고 신학적인 근거를 제공하였다는 점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각주:1] 더구나 고대에 기록된 성서가 근대의 역사에서 “인종청소”의 도구로 오용되도록 성서를 해석한 성서학자들의 학문은 재고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여호수아서 1장에서 12장에서 언급하는 가나안 정복설은 고고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오히려 초기 이스라엘은 다른 인종과 점진적이고 평화적 융합의 과정을 거쳐 마침내 고대 이스라엘이라는 국가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초기 왕정시대인 철기시대의 팔레스타인 산악지대의 거주지는 오히려 “가나안”과 “이스라엘”사이의 인종적 구별이 없음을 드러낸다. 결론적으로 고대 이스라엘의 기원은 외부에서의 침략 흔적을 찾을 수 없고, 오랜 세월동안 내부의 혼합 과정을 거친 평화로운 민족 형성의 과정이다.


 지난 2000년 9월 10일자 뉴욕타임즈에 150명의 유대인 학자와 랍비는 기독교인들로 하여금 시오니즘 운동의 정당성을 이렇게 말했다.


기독교인은 유대인의 이스라엘 땅에 대한 존중을 표해야 한다. 홀로코스트 이후 가장 중요한 사건은 다름 아닌 약속의 땅에 재건된 이스라엘이다. 기독교는 유대교와 마찬가지로 성서에 기초한 종교로서 이스라엘이 하나님과 계약을 맺은 사실을 고맙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수많은 기독교인은 단순히 정치적인 이유보다는 다른 많은 이유로 근대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에 유대인들은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다.


 유럽의 유대인은 나치정권 유대인 말살정책인 홀로코스트로 불리는 “인종청소”의 희생자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근대 이스라엘 건국 과정에서 오히려 팔레스타인을 말살하는 “인종청소”의 주역이 된 것이다. 유대인들은 성서를 언급하면서 미국의 기독교인들을 향해 구애를 펼쳤다. UN과 미국의 지지 아래 1948년 근대 이스라엘이 탄생하게 된 이래, 이스라엘은 줄곧 미국의 어마어마한 재정적 지원을 받아왔다. 아래 도표에서 보듯이, 1948년 이후, 이스라엘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군사적이고 경제적 도움을 받은 최대의 수혜국이다.


 수많은 성서학자들이 땅에 대한 신학적/신앙적 논의를 하였지만, 정녕 “인종청소”의 부당함에 대해서는 침묵해 왔다. 미국 듀크대학 명예교수인 데이비스(W. D. Davies)는 자신의 책 The Gospel and the Land에서 자신이 의도하지 않게 이스라엘의 “인종청소”를 지지하게 되었다고 소고했다. 구약성서학의 대가인 발트 브루거만(Walter Brueggeman)도 1977년에 출판된 자신의 책 The Land도 같은 맥락이다. 브루거만 역시 성서신학에서 땅의 중요성을 강조한 반면, 가나안 원주민의 권리는 철저히 무시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달리 키스 와이트램(Keith Whitelam)은 고대 이스라엘 역사는 1948년에 세워진 근대 이스라엘을 정당화하는 날조된 학문이라고 주장하면서 근대 이스라엘의 합법성에 문제제기를 한 유일한 학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책, The Invention of Ancient Israel: The Silencing of Palestinian History (1997)에서 “다윗왕조와 근대 이스라엘 사이의 유사성을 비교하면서 시오니즘을 옹호하는 성서해석”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각주:2] 아래의 삽화는 1948년 이후 오늘날까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근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인종청소”의 의미를 한눈으로 잘 보여준다. 성서학자들은 “인종청소”라는 폭력적인 정책의 성서적인 근거를 제공해 주었던 것이다.


 바바라 로씽(Barbara Rossing)의 책 The Rapture Exposed: The Message of Hope in the Book of Revelation은 시오니즘을 옹호하는 세대주의 종말론((Dispensationalism)의 위험성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종말론 소설인 남겨진 자(Left Behind)와 같은 부류의 소설은 성서에 근거를 두지 않을 뿐 아니라, 폭력과 전쟁, 특히 “인종청소”를 정당화화는 위험한 책이라는 것이다.[각주:3] (필자의 블로그 참조: 미국의 중동정책과 묵시종말론).


 구약성서의 역사를 재해석하는 학문인 구약 성서학이 오늘날 이스라엘의 “인종청소”를 옹호하는 학문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구약성서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평화로운 공존과 화해를 위해 성서를 해석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선물로 주겠다고 약속하신 야훼의 말씀을 오늘날 올바르게 재해석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 필자소개

    현재 미 연합감리교회 북 일리노이 연회에서 목회, 시카고 루터란 신학대학에서 구약학 전공(Ph.D.), 시카고 루터란 신학대학 외래교수,  Wartburg College에서 강의


ⓒ 웹진 <제3시대>

  1. Michael Prior, "Confronting the Bible's Ethnic Cleansing in Palestine," in Burning Issues: Understanding and Misunderstanding The Middle East: A 40-Year Chronicle (eds. John Mahoney, Jane Adas, and Robert Norberg (New York: Americans for Middle East Understanding, 2007), pp. 267-90. [본문으로]
  2. Keith W. Whitelam, The Invention of Ancient Israel: The Silencing of Palestinian History (London: Routledge; Revised ed. edition, 1997), p. 137. [본문으로]
  3. 바바라 로씽, 『미국의 중동정책과 묵시 종말론: 요한묵시록의 희망 이야기』 (번역: 김명수, 김진양; 경성대학교 출판부, 2009).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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