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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9.28 [시선의 힘] 인생의 로또 (김난영)

인생의 로또

 

김난영
(한백교회 교인)



출산일이 다가오며 본격적으로 출산용품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육아용품의 세계는 얼마나 깊고 넓던지요. 형편에 맞는 선에서 베스트 상품을 고르기란 그야말로 토나오는 검색질이 필수입니다. 이쯤되면 아기를 위한다고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상품 사느라 돈지랄하는게 유난이 아니라, 해외직구 싸이트까지 뒤적거리며 고품격최저가를 찾아 헤매는게 유난아닐까싶습니다.

알뜰히 준비한다고 주변 육아선배들에게 이것저것 물려받고 빌려쓰는 용품도 꽤 되지만, 한정된 재정 안에서 살림이 빠듯해지는건 어쩔수 없는 결과인지라, 신랑도 저도 새삼 가계지출에 대한 고민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고민 중에 연금복권 관련 기사를 보고는, 잠자리에 누워 복권에 당첨되면 그 큰 돈을 어디에 쓸까?하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상상만해도 절로 입가에 웃음이 번집니다. 현금다발을 들고, 백화점 매장을 돌며 우리 아가에게 최고로 안전하고, 최고로 좋은, 유기농, 저자극 상품들로 장바구니를 채웁니다. 얼마나 편할까요? 두둑한지갑만 있다면, 몇날며칠 클릭질을 하며 고민할 필요도 없이, 육아용품 쇼핑도 백화점 한바퀴로 끝낼 수 있습니다.

마침 친정 근처에 유명한 복권 판매처가 생각납니다. 이른바 '로또명당'이라 불리며, TV에도 몇번 나왔던 그 집 간판은 몇번째 1등 당첨이라는 현수막이 수시로 바뀌며 걸립니다. 언젠가 친정 다녀올 때 복권 한번 사보자 다짐을 하고 잠을 청합니다.

드디어 기회가 왔습니다. 일이 있어 친정을 간 김에 복권 생각이 나 버스정류장으로 나갔습니다. 이거 '내가 너무 요행을 바라는게 아닐까' 싶어 망설이던 중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배란주사를 맞아가며 임신을 간절히 준비하고 있는 친구였습니다. 너무 감사하게도 임신이 확인되었는데, 아기집의 위치도 불안하고 게다가 자궁경부에 혹도 발견되어 대학병원으로 옮겨야겠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는 친구의 말에..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며 좋은 의사선생님 정보와 안심하라는 말을 전하고 통화를 겨우 마쳤습니다.

로또명당으로 향하는 버스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순간 임신초기에 육아선배인 친구가 수시로 전화해 주변에 임신초 유산되는 경우가 많다며 조심에 조심을 당부하던 일과 심심치 않게 들리던 신랑 친구 부인들의 슬픈 유산 소식이 생각이 났습니다. 별생각없이 제 임신소식을 전하려고 연락한 친구에게 본인은 임신이 잘 안된다는 뜻밖의 이야기에 머쓱해져 전화를 끊고 미안한 맘이 들었던 일도 생각이 났습니다.

버스를 그냥 보냈습니다. 새삼 저희 부부가 계획하지 않은, 뜻밖의, 그리고 선물같은 임신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함으로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기와 제 건강을 지켜주심이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지 모르고,
일확천금의 요행만 바랐던 부끄러움에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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