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초월하는 ‘크리스토파시즘’: 미국 대선을 보면서





김나미

(미국 Spelman College 교수, 종교학)




    미국의 페미니스트 학자인 질라 아이젠스타인(Zillah Eisenstein)은 2016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2016년 미국의 대통령 경합은 여성혐오적이고 인종차별적인 편협한 사람과 제국적 페미니스트 사이에서 벌어진 지옥으로부터의 선거였다.” 그 ‘지옥으로부터의 선거’에서 미국의 선거인단투표를 통해 승리한 사람은 백인우월주의자이며 여성혐오적이고 반이민주의자인 도널드 트럼프였고, 일반투표에서 이긴 사람은 ‘제국적 페미니스트’인 힐러리 클린턴이었다. 따라서, 미국의 선거인단투표에서 클린턴이 졌다고 제국건설을 지지하는 ‘제국적 페미니즘’[각주:1]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되는 것은 아니다. 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던 미국의 제국주의적 야심과 횡포가 금방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미국을 비판적으로 지켜보는 사람들이라면 알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인해 더욱 분명해 진 것은 이미 다양한 형태의 폭력을 경험해 온 소수인종들, 이민자들, 무슬림들, 성소수자들, 저임금 노동자들, 장애인들, 여성들의 삶이 더 어려워 질 것이라는 것이다. 벌써 학교를 비롯한 미국내 이곳 저곳에서 스스럼없이 백인우월주의와 극단주의를 표출하면서 유색인종들과 성소수자들을 상대로 폭력을 휘두르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이번 미국의 대통령선거에 관해서 많은 분석이 나왔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다양한 의견들이 지속적으로 보태질 것이다. 예를 들어, 힐러리 클린턴이 여러가지 정치적 불신을 일으켰지만 궁극적으로 당선되지 않은 이유는 그가 여성이기 때문이라는 젠더와 관련된 분석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성추행과 여성혐오 발언에도 불구하고 백인 여성들의 절반 이상이 트럼프를 지지한 것을 보면 젠더라는 축으로만 이번 미대선의 결과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수 있다. 트럼프의 “아메리카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라는 슬로건이 백인들을 집결 시키는데 성공했고, 트럼프의 ‘아메리카’는 백인들만의 미국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백인여성들에겐 백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여성으로서의 정체성보다 더 중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따른다. 또한, 위싱턴의 집권세력에 의해 상대적으로 소외되어져 왔던 저소득층 백인들이 월가의 금권정치와 빈부격차의 증가를 비판한 트럼프를 지지했기에 선거에서 이길수 있었다고 하면서 ‘계급’과 관련시키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트럼프를 지지한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고학력자와 고소득자들을 포함한 다양한 계층에 속하는 백인 남성들과 여성들이라는 점은 ‘계급’으로만 이번 대선을 바라보는 분석의 한계를 보여준다. 미국에서 인종차별주의와 자본주의, 성차별과 인종차별주의를 분리해서 설명할 수 없듯이, ‘트럼프 현상’을 인종이던, 계급이던, 젠더이던 한 가지 축으로만 설명하려는 분석은 미흡할 수 밖에 없다. 


    이번 미 대선과 관련해서 실망스럽지만 놀랍지 않은 사항들 중 하나는 트럼프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 사람들이 ‘거듭난’, 혹은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을 포함한 백인들이었다는 것이다. 백인들 4명당 1명이 복음주의계열 기독교인들이고, 선거 출구 조사에 따르면 78%-81%의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백인 남성과 여성포함) 트럼프를 지지했다고 한다.[각주:2] 실망스럽지만 그닥 놀랍지도 않은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물론 왜 대다수의 백인 복음주의자들이 공공연하게 인종차별적이고 여성혐오적인 발언과 행동을 보여온 트럼프를 선택했는지에 관한 분석은 계속 나오고 있지만, 미국 백인 복음주의자들의 이런한 정치적 선택이 놀랍지 않은 것은 지난 몇 십년동안 사회,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기독교계가 보여온 정치적 편향과 행태 때문일 것이다. 또한, 비록 이번에 투표를 한 소수인종들의 대다수가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다는 보고가 있지만, 한국계와 중국계 미국인들 중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백인 복음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도널드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다는 이야기도 계속 나오고 있다. 이렇게 지속되는 복음주의자들의 선거 양식을 보면서 어떤 이들은 ‘복음주의’ 기독교가 보수적 정치의 동반자임을 더이상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고, 따라서 기독교내의 분열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그저 형태만 민주주의의 모습을 띠고 있는 미국의 ‘부드러운 파시즘’과 독일 나찌의 파시즘을 비교하면서, 독일의 신학자 도로테 죌레 (Dorothee Soelle)는 미국의 파시즘을 지지하는 우파기독교를 ‘크리스토파시즘’ (Christofascism)이라고 비판한다.[각주:3] 죌레가 미국의 ‘크리스토파시즘’을 비판하는 상황은 1980년대 레이건 정권하의 미국이지만, 트럼프의 대통령 선거운동 과정과 결과에서 보여진 ‘크리스토파시즘’의 영향 및 더 이상은 ‘부드러운 파시스트’고 할 수 없는 새정권의 핵심이 될 인물들을 보면 죌레의 비판은 여전히 설득력이 있다.[각주:4] 죌레에 의하면, ‘크리스토파시즘’은 국가주의, 군사주의, 가족이데올로기, 노동자들에 대한 적대심등의 이데올로기들이 우파세력에 의해 기독교와 혼합되어진 수단화된 종교이다.[각주:5] 죌레는 기독교를 모르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기독교도 이런 ‘크리스토파시즘’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죌레는 ‘크리스토파시즘’의 특징은 구약성서, 즉 유대교성서에 담긴 기독교의 모든 뿌리들을 잘라낸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정의와 하느님이 도우시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고, 죄책감이나 고난에 대해서도 거의 말하지 않고 있다. ‘크리스토파시즘’에서 ‘희망’은 완전히 개별화되어지고, 개인의 성공으로 축소되어진다. 억압된 사람들과 연대했던 예수는 ‘크리스토파시즘’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존재로 남는다. 그 대신, “예수님을 사랑합니다”와 “아메리카를 사랑합니다”라는 구호가 구별하기 어렵게 외쳐질 뿐이라고 한다.[각주:6]  


    한국에서도 이러한 ‘크리스토파시즘’의 현상을 어렵지 않게 볼수 있다. 백인이 아니면서도 ‘백인하나님’, ‘백인예수’를 ‘주’로 선포하면서 우파정치인들과 그들의 정책을 지지해온 한국의 보수 개신교회의 모습에서 죌레가 비판한 ‘크리스토파시즘’이 보인다. 트럼프를 지지한 미국의 ‘크리스토파시즘’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한국의 ‘크리스토파시즘’의 겹쳐지는 모습들을 보면 더욱 분명해 지는데, 성차별과 여성혐오 조장, 사회적 약자 멸시, 호모포비아, 트랜스포비아, 이슬라모포비아, 기독교 우월주의, 미 군사주의 지지등이 그러하다. 국경을 넘나드는 ‘크리스토파시즘’의 세력은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듯하다. 그렇다면, 그런 ‘크리스토파시즘’에 대한 저항도 국경을 넘는 연대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져야 할 것이다. 뿌리가 잘린 기독교와 ‘금관의 예수’를 숭배하고, 가해자만을 옹호하면서 ‘값싼 은혜’를 선포하는 거짓 선지자들을 거부하고 내칠 수 있는 ‘거룩한 분노’가 그런 저항의 동력이 될수 있을 것이다.



ⓒ 웹진 <제3시대>



  1. https://www.thecairoreview.com/essays/hillary-clintons-imperial-feminism/ [본문으로]
  2. 물론 이런 통계가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하는 분석도 있다. https://www.thegospelcoalition.org/article/no-the-majority-of-american-evangelicals-did-not-vote-for-trump. [본문으로]
  3. Dorothee Soelle, The Window of Vulnerability: A Political Spirituality (Minneapolis: Fortress Press, 1990), 133-141. 이 글에서 “Christofacism”은 영어발음을 그대로 옮긴 ‘크리스토파시즘’으로 적고 있다. [본문으로]
  4. 단적인 예로, 트럼프정권의 부통령이 될 마이크 펜스는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기독교 우월주의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https://theintercept.com/2016/11/15/mike-pence-will-be-the-most-powerful-christian-supremacist-in-us-history/. [본문으로]
  5. Ibid., 138-140. [본문으로]
  6. Ibid.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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