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사(興國寺) 가는 길  

 
어머니..
제게 가득 안겨 준 모든 것들은 모랫길처럼 사라졌습니다.
 
낭만과 파티와 향연의 주연은
어젯밤의 꿈인 듯 합니다.
 
저는  이름 모를 언덕에 누웠습니다.
 
비워진 제 몸은
이슬을 채우고
 때론 비를 채우고
억센 잡초를 채우고
지나가는 바람을 채웁니다.
 
어머니!
이 모든 것들은 지금도 -
꿈인 듯 현실입니다...

 

 

 

 

 

 

 

 

 

 

인간은 모두 빈 냉장고 처럼 덜렁 태어납니다.
그리고 태어나자마자 이런 것들로 채워 살아갑니다.
건강, 두뇌, 기질, 미모, 재산, 부모, 젊음...
 
저마다 가진 만큼의 것들을
다 소비한 후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 이끌여져 있는 자신을 봅니다.
 
제 몸을 채운 이슬, 비, 잡초. 바람은 회환과 허무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이럴때, 우린 '어머니 하나님'을 찿습니다.
"어머니!  이렇게 되었어요!"
또한 어머니 하나님 속에서 아버지 하나님께 묻습니다.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사월초파일 흥극사 가는 길,
어는 언덕에 본  누군가가 버린 냉장고를 보며
사진을 들이 댄 것은,
인적없는 곳에  버려진 시신 앞에 드린 제사와 같습니다.
아니 회완과 허무 앞에 선 모든 인간을 애도하는 제사 일 것입니다.
 
그것은
'흥국사(興國寺)'의 절 뜻처럼,
그들이 진정 원하는 영원한 낭만과 파티와 향연이 그곳에서도 이루어지길 비는 기도일 것입니다. 

 


 

 

이수만 作 (한백교회 교인)

 

 

 

* [사진에세이]는 한백교회 사진동아리 '눈숨' 회원들의 작품을 연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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