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힘] 2015년 가을의 사진일기 (신윤주)
2015년 가을의 사진일기 신윤주* 9월 9일: 사치 습도가 낮아지고 하늘이 높아지고 바람이 가벼워지고 볕은 더욱 맑아지는 계절이 책상 앞에 드리운 옅은 그림자 끝에 걸려있다. 그리고 나는 문득, 기쁜 마음으로 고요를 발견한다. 가을볕이 드는 창가를 고요히 누리는 것. 살아있음의 특권이다. 9월 25일: 자녀 언젠가 너를 사랑하고 미워하고 염려하고 보고 만지고 생각하는 것은 눈을 뜨면 맞이하는 아침처럼 당연한 일이 될 것이다. 일상이라는 교묘한 함정조차 망각한 채 나는 네가 없었던 시간도 없을 시간도 상상하지 못하겠지. 지금 내가 그를 사랑하는 모양처럼 꼭 그렇게. 망각할 숙명이 싫었다. 두려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망각 이후의 애도를 요청 받을 순간까지 꽤나 긴 찰나를 살게 될 거라고, 뜻밖에도 쉽게 ..
시선의 힘
2017. 6. 28. 1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