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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세이] 다시 가라앉는다(백정기)

사진에세이

by 제3시대 2018. 11. 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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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라앉는다

 

2018년 10월, 제주 예멘인 339명이 인도적 체류를 허가 받았다. 이들은 1년간 제주도와 내륙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고 일을 할 수도 있다. 정부의 이런 결정을 인도적 차원에서 수긍하는 시민도 있지만 범죄나 일자리를 들어 걱정하는 시민도 있다. 이처럼 우리가 준비 되어 있는가와 상관없이 다양한 인종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2016년 200만 명을 넘었다. 이런 추세라면 2021년에 3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다. 이는 전체 인구 중에 5.82%를 차지하는 수치다. 노동, 교육, 정치, 등을 이유로 국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동은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상황이지만 한국의 현실에서 발생하는 특수한 상황이기도 하다.

타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이질적인 문화를 직접적으로 항상 접촉하는 사람들이다. 낯선 문화의 지속적인 접촉은 타자와 나의 경계를 느슨하게 한다. 정체성이 매 시간 절대적인 동일성과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들의 정체성도 새로운 상황에 따라 복잡하게 구성된다. 다만 이방인이 겪는 정체성의 재구성은 갑작스럽고 강제적인 측면이 있다. 그래서 이방인은 자기 자신이 생경하게 느껴지는 때가 있다. 사실 이런 혼란은 혼종과 다양성으로 규정하는 현대의 단면이기도 하다. 그래서 외부의 시선으로서 이들이 보여주는 몸짓과 언어는 우리가 처한 정체성의 문제를 성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작은 실천의 일환으로 몇몇 거주 외국인의 작품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적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수년 동안 타국에 거주하면서 만들어진 작업들이다. 모든 작품이 외계에 이식 되어진 이방인으로서의 시선을 읽을 수 있지만, 고영택의 작업은 더 직접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클로이(산책-베를린),(2015)는 독인 이주 3세대의 인터뷰 영상이다. 이민이라는 조건에서 역사적으로 주어진 환경과 개별 인간의 고유한 감정이 차분하게 엮여 있는 영상이다. 하지만 심층의 구조는 보다 역동적이다. 독일 이민의 역사적 배경은 사실이지만 인터뷰 대상자는 꾸며진 가상의 인물이다. 거짓을 인지하는 순간 인식의 체계는 전복된다. 극단적인 영역, 역사적 무게와 개인의 감정, 진실과 꾸며진 이야기, 과거와 현재의 갈등은 한층 더 고조된다.

현대 미술에서 이방인, 혼종, 다양성, 다문화 등은 중요한 이슈로 다루어지고 있다. 스스로 이방인이라고 자처하는 작가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 예술계에서 관념적인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 삶 속에서 이방인의 숨을 쉬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직 부족하다. 그런 차원에 일환으로 국내 거주 외국인 작가의 활동이 더 활발하게 드러나야 한다. 이들이 보여주는 혼란과 다양한 시선은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성찰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 본 글은 12월 8일 반쥴갤러리에서 열릴 전시를 준비하면서 작성한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고영택, 클로이 Chloe (산책-베를린)  10min. HD. color. sound. 2015



 


백정기 作 (미디어작가)

- 작가소개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을 졸업하고 동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2008년 개인전 를 시작으로 5회의 개인전을 했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2년 홍은예술창작센터, 2013년 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로 레지던시 활동을 한바 있다. 음악적 청각화를 주제로 “Walking alone on a clear night: Musical sonification based on cityscape”외 1편을 등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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