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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세이]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디지털 생태계에서.(백정기)

사진에세이

by 제3시대 2019. 2. 2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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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디지털 생태계에서.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운수 좋은 날>을 통해서 잘 알려진 말이다. 죽은 아내에게 설렁탕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음식은 신진대사가 일어나는 생명에게나 필요할 뿐이다. 신진대사를 멈추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생명이 아니다. 그런데 신진대사가 아예 없는 모니터 속 영상에 음식을 권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진지한 태도는 아니다. “덕후”나 “히키코모리” 다운 행동이다. 만날 수 없는 이성(2D애니메이션)에 대한 간절함을 표현하는 몸짓일 뿐이다. 혹은 재미있는 사진을 찍기 위한 연출이다. 영상은 현실의 음식에 반응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반대는 가능하다. 사람은 영상 속 음식에도 반응한다. 감각을 통해서 받아들인 음식 정보는 다음 판단의 기준이 된다. 그것이 실재 이던 가상 이던 상관없다. 사람은 환경과 상호작용을 통해서 스스로를 구성하고 성장하는 존재다. 여기서 생각해볼 문제는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그 환경이다. 우리 환경은 더 이상 자연이 아니다. 우리가 실제 의사소통하고 있는 환경은 바로 디지털 미디어다. 우리 감각은 종일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TV 등에 노출 되어 있다. 디지털 기계는 네트워크를 통해서 더 똑똑해지고 스스로 진화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따라서 모니터에 음식을 떠먹이는 장난은 비약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지금 우리가 속한 생태계를 압축적으로 표현해주는 절묘한 메타포로 볼 수 있다.


백정기_blowing_인터렉티브 비디오 2018 모니터를 향해서 바람을 불면 화면 속 초가 꺼진다. 현실은 가상과 실제가 뒤섞여 서로 상호작용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응하는 실험적인 미디어 작품이다. 동영상 주소 : https://youtu.be/gW5v_WcvPbU



 


백정기 作 (미디어작가)

- 작가소개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을 졸업하고 동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2008년 개인전 를 시작으로 5회의 개인전을 했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2년 홍은예술창작센터, 2013년 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로 레지던시 활동을 한바 있다. 음악적 청각화를 주제로 “Walking alone on a clear night: Musical sonification based on cityscape”외 1편을 등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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