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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의 눈] 그대를 찾아서 인터뷰 1(강윤아)

비평의 눈

by 제3시대 2019. 3. 13.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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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찾아서 1



강윤아
(청소년극 연구자)


L은 2000년도부터 교회 사역을 전업으로 하였으며 현재 제주도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그대 버려졌나”에서 깡패, 잔치 참가자 등 코러스의 역할을 하였으며 유일하게 쏠로 혹은 단독대사가 없었다고 한다. 인터뷰는 3월 7일 11시부터 100분간 대학로 서울연극센터에서 진행하였다. 지면상 녹취록의 주요 부분을 발췌해서 소개한다. 한편, 연구의 성격상 L이 신뢰감을 갖고 인터뷰에 편안하게 임할 수 있도록 정중한 태도로 대화자와의 안전한 거리를 확보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청소년기 친분으로 인해서 대화에 몰입할 때 존대어를 생략하는 현상이 종종 나타난다.


연구자: “그대 버려졌나”를 생각하면 어떤 기억들이 떠오르세요? 

L: 그냥 준비 과정부터 해서 끝날 때까지가 다 즐거웠던 것 같아요 [...] 가장 먼저 생각나는데 가사 중에 “개같이 얻어터져” [사마리아인의 비유 장면에서 유대인이 강도당할 때 부르는 노래] 그게 가장 강렬했고. 그 다음에 핀 떨어지면서 사람들이 픽픽 쓰러지는 이 모습이 거기서 내가 주먹질 하던 사람 중의 하나였는데 [...] 그 다음에는 과정 전체가 너무 즐거웠던 과정이었어요. 저녁마다 모여가지고 밤 늦게까지 [...] 십일월에 공연했던거로 기억을 하는데 [...] 시월 중순 시험 [중간고사] 치면서도 갔던 [...] 왜 그렇게 열정이 뻗쳤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 그 열정이 있었던 만큼 가장 기억에 남는거지요. 왜냐하면 우리가 고2가 돼서 준비했던 거는 기억이 안나. [고2는 중고등부의 실질적 최고학년으로 매해 예술제의 내용부터 진행 과정을 책임진다. L은 “그대” 공연 당시 중 3이었다.] 그 전체적인 흐름만 기억에 남지 이거처럼 강렬한 인상은 없는...  

연구자: 같은 예술제여도 좀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 “개같이 얻어터져”는 왜 그렇게 기억이 나요? 

L: 대사 자체가 교회에서 쓸 수 없는 그리고 가장 처절하고 [...] 사실 뭐 요즈음 중 2병 얘기하듯이 그 시절이 가장 그랬던 시절이고 [...] 부산에서 올라오자마자 [...] 전학왔다는 이유로 부산 촌놈 취급 받으면서 사실은 학교에서 왕따 아닌 왕따... 놀림당하고 [...] 그 때 구별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00 유치원 [L의 조부모님이 운영하시던 기관] 산다고 하니까... 거기가 다 재개발 촌이라서 친구들은... 좋겠다 너는 대학 갈 수 있어서 좋겠다 [...] 부잣집 아들이 오니까... 그런 시기 질투... 그런 것들이 섞여 있었겠지. 학교에서는 별로 상황이 안 좋았는데 교회에서는 되게 즐거웠었지요. 

[연구자가 당시 사건이 현재 까지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다양한 방식으로 질문함] 

L: 그냥 살면서 문득 생각이 나는 때들이 있지... 목회를 하잖아. 그러니까...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보고 청소년들 사역할 때 특히 그 생각들이 많이 나지 [...] 학교에서 왕따 당해서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만났을 때나 자기가 어떻게 살아야 될지 모르는 친구들을 만나거나... 중독에 빠져 있는 친구들을 만났을 때 이런 생각이 많이 나지. [...] 보통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도 [...] 항상 이 설교를 하면 [...] 당신은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어야 한다... 이 얘기도 하지만 두 번째는 당신이 버려진 사람이다... 그리고 꼭 선한 사마리아인이 그 손을 내미는게 아니라 하나님이 주변에 있는 사람을 통해서 당신에게 손을 내미는거다. 그 손을 잡아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관점으로도 메시지를 전하지요.  

연구자: 그러면 목사님은 이 작품에서 기억에 남는게 성서적인 메시지네요. 

L: 계속 목회를 하니까 그걸로 계속 심화가 된거지.

연구자: 그러면... 아까 목사님의 청소년기 얘기를 했었는데 [...] 교회 와서는 재미있었다고 했는데 학교는 재미가 없었지만... 어떤게 재미있었어요? 

L: 공동체가 있는게 재미있는거지요. 내가 공동체의 구성원인게... 

연구자: 그게 학교 하고 달랐나요? 

L: 학교에서는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공동체의 구성원이 아니었는데 [...] 중3 넘어올 때... 봄방학 때 [...] 성가 합창제를 하면서 공동체를 알게 되었고 재미있었고. 그리고서는 쓸데없이 대치동 KFC에서 모여서 겨울방학 때 하루 종일 있기도 하고 [...] 그렇게 만나는게 너무 좋아서 밖에서도 만났고... 그러다가 그 해 가을에 예술제 하면서 이제 훨씬 더 많이 친해진거지... 

연구자: 그게 어떤거에요? 그냥 친한거에요? 소위 말하는 코이노니아에요? 또래 특유의 문화에요? 뭐에요, 지금 생각하면? 

L: 나는 그 때 진짜 코이노니아가 이루어졌던거 같애요. 그 전에는... 진짜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그 때는 했었는데 [...] 같이 있는 것 만으로 즐겁고 [...] 목적이 없고 [...] 그리고 서로 경쟁하지 않고.  

연구자: 그 모임과 신과의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나님과? 

L: 그 때는 모르고서 그렇게 모였는데 [...] 그 당시 생각하면 그게 그 모양 [초대교회의 원형, 이전 대화 과정에서 초대교회 이야기를 나누었음] 굉장히 닮아있는 거에요. [...] 

연구자: 그러면 “그대 버려졌나”가 자꾸 생각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지금 얘기한 것 [코이노니아와 공동체] 과는 어떤 관련이 있나요? 

L: 그걸 명확하게 깨닫게 해줬죠. 선명하게 보여주고... 그러니까. 그대 버려졌나 에서 가장 강조했던 것은 우리가 그 때 소외감이라고 불렀던건데 [...] 그 때 신우회 분위기 자체가... 누구 한 사람 소외받지 않게 하자... 이런 분위기가 되게 많았고... 그러니까 그런 공동체성은 세상에서 찾을 수 없는 공동체성이에요. 누가 소외받는걸 누가 신경을 써요. [...] 

연구자: 그 외에 [...] 그 동안에 이 사건이 영향을 끼친 그 외의 무언가가 있다면... 

L: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지요. 시각이... 인제 소외된 사람들을 바라보아야 되고...이런 관점이 생겨난거지요 

연구자: 아, 정말요? 이 연극을 계기로? 

L: 그 전에는 굳이 내가 누군가를 챙겨야 되거나 고민하거나 이래야 될 필요가 없었지요 [...] 알고 있었는데 그게 왜 필요한지는 여기서 확증이 되었지요. 

연구자: 아... 근데 이제 보통은 우리가 알을 깨고 나오면 [...] 이런 신념들이 많이 흔들리잖아요. 그런데 그 태도에 그 동안 쭉 변화가 없었나요? 

L: 계속 그런 일을 하니까 [...] 계속 교회 안에서 사니까... 

연구자: 그런데 교회 안에도 정치가 있고... 교단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지가 되던가요? 

L: 거기[“그대 버려졌나”]서 생겨난 것 같은데... 내가 큰 교회나 높은 자리 이런 것들이 아니고 같이 잘 살자 ... 하는 개념으로 바뀌어 있어요 지금... 

연구자: 네... 그런데 정말 그게 이 사건과 연관이 있나요? 그러한 태도가? 

L: 거기서부터 시작되었지... 

연구자: 이게 어떤 열쇠 경험 같은... 

L: 그렇지요... 키가 되었지요, 키가...소외된 사람을 봐야 되고, 소외감... 소외된 사람을 챙겨야 되고... 나만 살아가는게 아니구나... 하는걸 그 때 알았으니까... 같이 사는 삶을 알았으니까... 

연구자: 그... [이 연극의 제목이 스토리 텔링맨이라서] 스토리 텔링 학과를 가셨다고 했는데... 영향이 컸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인가요? [...]

L: 이야기꾼이 되고 싶은거지요. [...] 예수님처럼 이야기꾼이 되고 싶은거... 모든 목사가 설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욕심들 [...] 나는 이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론이라고 생각해요. 삶으로 보여줄 수도 있고 그런데 예수님은 이야기꾼이 되셔서 그 이야기를 극대화해서 보여주신 분인데 보통 우리가 설교학에서 배우는 설교는 논리적인 전개를 배우지 이야기를 배우지 않거든요. 

연구자: 그럼 이 연극이 일종의 설교였다고 느끼고 계시는 건가요? 

L: 이건 당연히 설교에요. [...] 설교의 원형은 이야기라고 나는 생각을 하고 [...] 그때는 그냥 이걸 모르고 받아들였고 [...] 예수님은 이야기꾼이고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 이야기가 결국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소해주고 해결해주었잖아요... 그런데 나중에 공부해보니까 설교가 그래야 되겠는거에요........ 그래서 나는 이야기 식 설교가 내 전달방법인... 

연구자: 그러면 [...] 예수의 메시지가 이야기의 형식으로 우리에게 온다고 하는 이해를 낳았다고 봐도 좋은가요? 

L: 네네네, 설교학 시간에 배우는 건 예수님의 말씀은 선포다, 캐리그마라고 했는데 나는 캐리그마가 아니라 스토리텔링이다... 라고 보는거에요. 

연구자: 그게 보편적인 견해인가요. 

L: 보편적이지 않아요. 00 신학에서는... 절대로. 이야기로 가는 것은 천한 일이라고 생각을 해요. 

연구자: [...] 독특한 설교 인식과 이 사건의 관계를 [...] 설명해준다면?

L: 자연스럽게 내가 먼저 받아들인 건 예수님의 말씀은 이야기라고 받아들인 거에요 [...] 예수님의 말씀은 이야기고요. 그래서 성경은 이야기여야 되고요. 그런데 설교는 다른거 였다는 거지 그 때만해도. 그런데 설교자가 되보니까 [...] 이야기꾼이 되어야겠구나... 관점을 전환한 거지요... 

연구자: 그럼 지금 목회자시기 때문에... 이 자체를 설교나 예배로 이해하시는 것이 어떻게 보면 굉장히 자연스러운건데... 당시에. 혹은 당시부터 신학을 하기 이전까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겠지만...그 때도 이 사건의 본질을 예배라고 이해를 하고 있었나요? 

L: 그건 경동교회 주보나 예배 순서가 그걸 그렇게 몰아갔어요. 그리고 나는 그걸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예배의 부름, 첫 성경구절 기억하지요. 로마서 12장 1절. [...] 예전에 우리 공동번역으로 “형제 자매 여러분, 하나님의 사랑이 이토록 크시니 여러분 자신을 하나님이 기쁘게 받아주실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십시오. 이것이 여러분이 드릴 진정한 예배입니다.”  

연구자: 교회 문화 속에서... 

L: 그리고 그 예배의 모양 중 하나가 바로 이 예술제였다고 생각을 하고... 그래서 스토리텔링 맨 뿐만 아니라 그 뒤에 드렸던 모든 예배가 우리가 몸으로 드렸던 예배였음을 고백을 했고 ... 목회자가 되기 이전부터 그 성경구절은 계속 외우면서 ... 몸으로 드리는 예배 이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을 했고요... 

연구자: 어떻게 보면 교회 문화 속에서 [...] 몸을 이해하시는 거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외에도 사실 몸으로 드리는 어떤 것들이 많이 있었지요. 그런데 그것들과 견주어서 중고등부만의 특색이라고 한다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청년들이 큰 예배는 주역이었고 

L: 지금은 세대가 달라져서 좀 달라지는데 당시에 중고등학생들이 이렇게 주도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문화는 경동교회 신우회 문화 밖에 없었어요. [...] 그건 내가 청소년 사역을 계속 하면서 내가 중고등부 십년 했고 청년 설교도 십년 했고 [...] 목회 십오 년... 어느 교회를 가던지 간에 그렇게 주도적으로 하는 교회를 찾기가 쉽지 않고... 요즈음은 그걸 어디서 해주냐 하면 엔지오 단체나 시민 단체나... 복지관 같은데서 그걸 만들어줘요. 그래서 어쩌면 그 때 신우회 [중고등부 자치모임] 보다 더 잘 세팅이 되거나 만들어주는데 당시에는 그만한 문화적인 가치와 소양과 지원과... 그리고 주도권을 일단 어른들이 주지 않았거든[...] 

연구자: 그 주도권을 받았던 경험과 그 당시에 느꼈던 재미, 신남, 내지는 즐거웠다 하는 느낌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L: 그거는 나는 그거 두 개가 뗄 수 없는 경험 같은데, 모이는 것이 ... 코이노니아가 지속 가능하려고 하면 목적성이 있어야 돼요... 그 목적성이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주도성에 있었다고 생각을 하고... 그리고 그 주도성이 계속 유지되는건 성취감이 있어야 되는데 [그것이] 극대화 되었던 게 예술제였던 것 같아요. 

연구자: 다른 행사도 많았는데 왜 하필 예술제에서 성취감이 극대화되지요?

L: 이건 진짜로 몸으로 했기 때문이에요. [...] 보여지니까 [...] 이 예술제는 모두가 다 주도자에요 [...] 모두가 다 무대에 올라가지요...  

연구자: [...] 그 무대에 올랐다는 체험은 어떻게 기억이 되세요? 몸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이 [...] 내적 고백인 경우에는... 굳이 누가 나를 보고 있지 않아도 내가 무언가를 보이게 하지 않아도 고백이 이루어지는 거잖아요. 그런데 무대에 올라갔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나요? [...]  

L: 함께 하는 공동체와 준비한 시간의 길이와 쏟은 정성과 열정, 이 모든 것들... 

연구자: 아까 복지관 얘기를 하셨는데 함께 하는 시간, 길이, 열정 이런 것들은 요즈음도 충분히 재생산이 되잖아요. 그런데 아까 얘기했던 그 목적성, 주도성과 하나님과는 어떤 관계가 있었다고 생각하세요? 

L: 우리가 이제 목적성과 주도성이 이건 목회자의 관점인데 ... 하나님이나 절대적인 존재. 여기 (허공에 신이 있는 곳을 손짓으로 표시한다)를 향해서 가면 여기는 무한하기 때문에 끝이 없어요. [...] 이 공연과 목적이 하나님이고 거기에 내 고백을 담아내면 이건 영속성을 가질 수 있어요. 왜냐하면 하나님의 존재 자체가 무한하니까... 그래서 다른 상황이나 다른 환경 속에서 계속 고백이 가능한... 그런데 다른 단체하고 다른 것은 내 목적이나 내 갈급함, 내 필요가 채워지면 이걸 더 해야 되는 이유가 없는 거에요. 필요가 사라지는거지. 


[축제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와중에 예술제의 형식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함] 

L: [내용과 형식면에서] 제약이 없었잖아.  

연구자: 제약이 없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실험적인 건데... 그게... 요즈음은 뮤지컬 이런 게 많지만 그 당시에는 꽤 참신한 거였단 말이에요.  

L: 뮤지컬이 참신했고요. 그리고 그 음악을 교회에서 하는 게 참신했고요. [...] 제약이 없었고 정말 다 열어준거를 경험한 유일한 해방공간이었어요. 

연구자: ...신앙적으로... 

L: 신앙적으로도 그리고 형식적으로도. [...] 

연구자: 맞아, 재미있는 게 지금 생각하면. 그냥 ‘해라’ 였지... 뭘 해라, 어떻게 해라 아무것도 없었고 무언가 대본을 가져갔을 때 ‘안 된다’가 전혀 없었지요. 

L: No가 없었고, 그나마도 이제 000 선생님 [연출자]이 대본을 앞뒤 순서를 바꿨을 때 고2가 화가 났었지. 우리가 쓴 걸 왜 이렇게 무시하냐고. 

연구자: 아... 너무 재미있다... 그래서 붙었나요 [다툼이 일어났나요] 그때? 

L: 그게 이제 선생님 말이니까... 자기네들끼리 화를 내기는 했는데 근데 해보니 이게 [연출의 선택이] 더 설득력이 있거든 [...] 근데 그게 확 지평이 열려진 거야 [전문가의 조언으로 모르던 것을 알게 되었다는 뜻] [...] 

연구자: 그렇지, 그게 이제 전문성이지. 연출의 시각이지. 

L: 내가 처음 대본도 기억하고 그 다음 대본도 기억하는데 [...] 그래서 그 힘을 알았지 [...] "아... 우리는 아마추어인데 이걸 가공해주는 분들이 프로니까. 아마추어를 프로처럼 보여지게 할 수 있구나." 

연구자: [...] 그러면... 형식적인 면에서 뭔가 새롭다, 기존에 없던거다 [...] 그 그릇... 이 형식과 그 당시 우리 사이의 코이노니아와 ... 어떤 신앙과 이것들은 어떤 관계가 있다고 생각을 하시나요, 지금 돌아보면? 

L: 신앙은 우리가 주도적이어야 된다는 것을 몸으로 배운 거지요... 그 다음에 어른들이 신뢰할만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인식을 했고 ... 그러니까 이제 형식의 자유를 통해서 어른들을 신뢰할 수 있게 되는 거지요... 한국 사회에서는 다 통제와 제한, no가 있는 사회에서 유일한 해방구였으니까... 

연구자: 그 자유를 주는 면이...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와는 어떤 관계가 있다고 생각을 하시나요? 

L: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셨을 때, 사람을 만드셨을 때 인격을 준 가장 큰 이유도 그걸 경험하고 체험하는 거지요... 굉장히 좋은 교육적 공간이지요... 

연구자: 혹시 그 외에 지금 한 이야기를 회상해보니까... 이 사건이 나에게 끼친 영향이 있다. [면 무엇인지]  

L: 굉장히 많지. 삶의 주도성도 생기고. 내 삶을 내가 찾아가잖아요. 집에서는 내가 목회자 되는걸 안 좋아했는데. 

연구자: 아, 진짜요? 그럼 이게 그 계기가 되었다는 얘기에요? 

L: 그렇지요. 내가 목회를 하겠다...는 고백을 하게 되었다는게 아니라. 내 삶의 주도성을 가지게 되는 거지요. 제약 없이 내가 만들어갈 수 있다... 

연구자: 아까 공동체 얘기를 하셨는데, 이 때 체험한 어떤 공동체의 원형 내지는 사람과의 관계가 이후의 삶 내지는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L: 대가 없이 주는 거의 방법을 알게 되었고요 일단은. 그리고 그게 전혀 쓸데없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고요. 요즈음도 누군가가 요청을 하면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거든. 근데 그게 별로 나쁜 일이 아니야. 너무 행복한 일이야. 좋은 일이야. 사람들한테 칭찬 받아서 좋은 일이 아니고, 그리고 내가 나눠줘서 뭐... 기쁨이 있어서 그런게 아니고. 그렇게 하면 상대가 나를 진심을 봐줘요. 그리고 진심을 봐줘서 생성된 관계는 깨질 일이 별로 없어. 그게 나는 너무 좋은 것 같아요. [...] 몇 해 전에 단톡방에 어떤 분이 겨울에 텐트를 쳐놓고 사진을 찍어서 올린거야 재미삼아. "체크를 안했더니 오늘은 기름이 떨어졌네요. 그래서 아이들과 캠핑하듯이 잡니다.” 그런데 내가 그 경험을 해본 적이 있거든. 그런데 그 동네가 주유소가 아홉시에 문 닫아서 기름을 사러 나오려면 한 시간을 나와야 돼요. 제주는 시내 외에는 밤새 하는 데가 없어. 그래서 내가 여분 기름통을 한 두 통씩 항상 사놓거든. 그거 두개를 갖다 놓고서 이제 오면서 문자를 보냈어. "기름통 있으니까 따듯하게 사세요." 그랬더니 텐트로 해결될 줄 알았는데. 추워지니까 애들 다 감기 걸릴 것 같아서. 그래서 정말 고민을 하고 있었대. 시내를 나가야 될지. 그런데 문 앞에 기름통이 있다는 문자를 받고서는 이제 본인이 너무 감사하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 때 우리 아내가 나더러 왜 왕복 두 시간인데 거기를 그렇게까지 갔다 오느냐. 그래서 내가 했던 얘기가 뭐냐 하면. 우리도 예전에 그런 경험이 있는데... 나는 두 시간 갔다 오는거지만 거기는 애가 넷인데. 넷 다 애가 감기 걸려가지고 병원 시내를 왔다 갔다 하면 그게 우리 전체적으로 볼 때는 그게 더 손해다. 내가 두 시간 갔다오는게 덜 손해다. 

연구자: 미치겠다... (웃음) 그런데 보통은 그렇게 생각 안하잖아, 사람들이. 한 번 느껴도 [...] 이런 체험을 했다고 해서 그게 유지도 잘 안되잖아요. (웃음) 비결이 뭔가요? 

L : (웃음) 비결이 아니라, [...] 그러니까 전체로 볼 때 [...] 나로 보면 내가 두 시간 손해 보는거지만. 그 식구랑 우리 식구를 같은 공동체로 보면 이게 이익인거죠. 

연구자: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런 의식이 이 때 형성이 됐다고? 

L: 나는 그게 그런 것들이 되게 자연스러워졌어. 그런데 그 전에 내가 되게 이기적이었던 사람이야. 

연구자: 진짜? 이거 하기 전에는? 그럼 이게 진짜 일종의 본어겐(born again)이었다는거에요? 말하자면? 

L: [...] 나 되게 이기적이었어. [...] 

연구자: [...] 이런 진실을 삼십년 후에 듣게 되다니! 

L: 다른 사람을 굳이 볼 이유가 없지. 저 사람을 뭐하러 쳐다봐. 나만 잘 살면 되지.  

연구자: 그럼 말하자면 이게 일종의 ‘은혜’ 였네. 교회 용어로 말하자면... 

L: 어. 은혜고... 나는 내 삶의 전환점이에요. [...] 내 삶의 전환점을 나는 크게 세 번을 꼽아요. ‘그대 버려졌나’ 했을 때 하고. 그 다음에 한신교회에서 이중표 목사님 만났을 때. 그 이전에는 나는 행정, 기관 목사 하려고 했거든 그런데 [...] 현장에서 생명 살리는게 진짜 목회다. 그래서 그걸 경험하게 해준 분이 이중표 목사님 이에요. 그리고 세 번째 전환점이 인천에 있는 교회 [...] 

연구자: 다른 경험들은 보니까 청년기의 경험이죠. [...] 이게 청소년기였기 때문에 [...] 어떤 고유함이 있다면. 

L: 세상을 보는 방식이 바뀌었지. 다른거 [나머지 두 번의 체험]는 목회를 하는... 세분화된 [목회를 하는 중에 세부적으로 방향을 전환했다는 의미] [...] 인터뷰 해봐도 내가 가장 크게 영향 받았을 수도 있어... 니가 그게 좋아서 연극까지 하게 되었다고 그랬잖아. 그런 차이가 생기는거야. 나도 여기에 깊이... 인상이 깊었고 그래서 내 삶을 바꿔서 가다보니까 나는 목회를 하고 있고 [...] 


 -끝-


ⓒ 웹진 <제3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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