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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힘] 차이와 다름:경청을 통한 새로운 문화와 의미 창조의 영적 무대(권오왕)

시선의 힘

by 제3시대 2019. 4. 4.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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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와 다름: 경청을 통한 새로운 문화와 의미 창조의 영적 무대

권오왕(Ministry Partner, Knox United Church, Consort, Chinook Winds Region, United Church of Canada)

2017년 11월 30일 저희 가족은 에드몬튼에서 Knox United Church가 있는 콘소트로 이동했습니다. 에드몬튼이라는 대도시를 떠나서 도시의 복잡함을 벗어나니 제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끝없는 땅! 태어나서 이렇게 넓은 땅은 처음 보았습니다. 이렇게 넓은 땅에 집들이 군데군데 흩어져 있으니 고국의 이런저런 사회 문제가 왜 발생하는지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기도 했습니다. 약 4시간가량에 걸쳐 이동을 하니 저를 청빙한 교회가 있는 콘소트가 나타났습니다. 이삿짐을 정리한 후 2017년 12월 3일에 첫 예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아마 한국에 계신 분들은 캐나다인들의 교회가 어떤 모습인지, 교인의 구성은 어떠한지 등등 여러 가지 궁금한 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부임 후 1년 4개월간 이곳에 지내면서 목회한 결과, 한국 교회와 비슷한 점도 많이 있으며 배울 점도 또한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연합교회 목회를 하며 경험한 인상적인 모습, 특히 제가 경험한 한국 교회의 문화와 다른 모습을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우선, 제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바로 여성의 리더십입니다. 여성은 연합교회의 엄청난 인적 자원입니다. 우선 제 전임 목사님이 여성입니다. 저희 교회의 10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다수의 여성 목사님들과 지도자들이 교회를 섬겼습니다. 교인들은 지금도 그 분들에 대한 좋은 추억을 이야기하시고는 합니다. 1936년 캐나다 연합교회의 첫 여성 목사가 탄생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이후 수많은 여성 목회자가 교회와 선교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제가 지난해 여러 차례 노회에 참석했을 때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노회에 참석한 것이 2018년 2월로 기억합니다만, 노회에 도착하여 보니 참석한 분들 (주로 담임목사와 교회 평신도 대표) 가운데 약 70%가 여성이었습니다. 남성을 찾기가 오히려 더 어려웠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노회장과 노회 서기도 여성 목회자들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노회에 가 보면 대부분이 남성이고 여성은 매우 소수였는데 연합교회에서는 어떤 모임을 가도, 노회뿐만 아니라, 컨퍼런스, 세미나 등 다른 모임에 가 보아도 여성이 더 많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들 여성 목회자 가운데에는 ordained minister, 즉 안수받은 목사 뿐만 아니라 diaconal minister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아직은 조금 낯선 diaconal ministry는, 공동체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갈등과 문제 해결을 위한 돌봄과 봉사, 그리고 참여를 지향하는 목회입니다. 1925년 연합교회가 출발할 당시 이미 diaconal ministry의 직제를 받아들였으며, 이후 계속해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diaconal 목회자들이 연합교회에서 배출되었습니다. 특별히 한국기독교장로회와도 이들은 깊은 인연이 있습니다. 1898년 이전부터 최근까지 사역하신 캐나다의 선교 동역자들의 프로필을 확인해 보니 안수받은 목사님들과 더불어 상당수의 diaconal 목사님들이 의료, 교육, 선교, 그리고 사회 정의와 민주화를 위해 각자의 영역에서 헌신하셨습니다. 물론 직제상 그리고 교육 과정에 있어서 ordained ministry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만, diaconal minister의 양성과 그들의 사역은 제게는 상당히 신선하고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안수받은 목사의 사역을 보완하면서도 신학적, 사회 윤리학적 안목을 토대로 구축된 diaconal ministry에 종사할 목회자들을 따로 양성하여 사역의 전문성을 강화하여 연합교회의 목회의 중요한 축을 이루었습니다. 앞으로 한국에도 이러한 diaconal ministry에 종사할 인력을 교육시키고 이들을 사회봉사, 정의와 평화를 위한 전문적 목회자로 양성하여 안수받은 목회자와 더불어 하나님 나라를 위해 조화롭게 사역하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또 한 가지는, 연합교회의 각종 모임에서 드러나는 민주적이고도 자율적인 분위기입니다. 다양성 속의 일치를 현장에서 구현한다고 할까요. 우선, 복장이 다양합니다. 물론 정장을 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만, 제가 첫 노회에 양복을 입고 가지 않았던 것은 옳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노회를 비롯한 교회의 의사 결정은 투명하고 민주적입니다. 노회에 참석한 목사 혹은 평신도 대표는 안건에 대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합니다.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이 있으면 발언권을 얻어서 발언합니다. 중요한 것은, 노회에 참석한 노회원은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밝힙니다. 성별, 나이, 인종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직책과 관련된 권한과 의무의 차이는 있지만 그것을 차별이라고 느끼지 못합니다. 자신의 생각을 방해받지 않고, 설령 그 의견이 대부분의 회원들과 다를지라도, 거리낌 없이 밝힙니다. 중요한 것은, 그 의견이 소수자의 의견이라면 더 경청합니다. 그리고 그 의견을 배제하지 않습니다. 연합교회의 문화는, 자신과 다르면 상대방을 적으로 혹은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과 다르기 때문에, 자신과 다른 소수의 의견을 경청하고 포용합니다. 그리고 받아들이기 위한 노력이 따릅니다. 적어도 연합교회에서는, 차이와 다름은 차별과 배제 혹은 증오의 대상이 아닙니다. 차이와 다름은 경청과 새로운 문화와 의미 창조의 무대입니다. 캐나다 연합교회는 차별, 소외, 그리고 배제의 요인들을 계속해서 제거해 나가며 함께 일하며 연대하는 문화를 창조해 나간다고 느껴집니다. 이러한 문화 창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지속적인 노력과 반성을 통해 올바른 길을 모색하고 그 길을 행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목사의 청빙 자격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캐나다 연합교회의 목사는 Boundary Issues (Sexual Misconduct Prevention)와 Racial Justice에 관한 워크샵을 반드시 수강해야 합니다. 그래야 교회 청빙 자격이 충족됩니다. 즉, 교회 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목회자가 지켜야 하는, 보이지 않는 경계선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이 두 가지 워크샵은 목회자로서 교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이루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안목을 갖추어주며, 인종적 혹은 성적 차이에 의한 차별이나 학대, 혹은 폭력을 사전에 방지하도록 합니다.

현재 캐나다 연합교회는 교단적 차원에서 엄청난 변화의 도상 가운데 수 많은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지난해에 연합교회 총회에서 결정된 역사적인 구조 조정은, 21세기에 다가오는 도전과 응전 속에 연합교회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확실한 것은, 연합교회는 올바른 방향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 길을 걷기 위한 창조적인 발걸음을 지금도 내딛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연합교회가 갖고 있는 소신과 고집이 때로는 무섭기도 하고 부럽기도 합니다. 정의와 평화를 향한 올바른 길로 전진하기 위한 연합교회의 영적 도전이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 가운데 앞으로 귀한 열매를 거둘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웹진 <제3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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