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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향 세미나] 가난은 내가 할게, 세미나는 누가 할래? : 사회적경제 프리뷰 세미나(7. 11~)

소식

by 제3시대 2019. 6. 2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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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빈곤’을 공부해야 하는가? 

저희 연구소에서는 ‘사회적인 것’이라는 보다 큰 틀에서 ‘사회적 영성’, ‘사회적 고통’이라는 테마와 더불어 ‘사회적 경제’에도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여왔습니다. 연구소 멤버들 가운데는 사회적 경제의 현장에서 직접 활동가로 뛰고 있는 분들이 많거니와 연구소를 후원하는 진보적이고 대안적인 ‘작은교회들’, 그리고 ‘민중교회운동’을 계승하고 있는 여러 기관들이 사회적 경제의 영역에 다양한 형태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연구소에서 진행해온 많은 연구들이 빈곤과 불평등의 문제를 넘어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변혁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경제는 연구소의 주요한 비판적 대화 상대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아래의 세미나 소개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세미나는 “본격적인 사회적 경제 연구에 앞서 사회적 경제가 중점적인 문제의식으로 겨냥하고 있는 빈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정의론 전반과 관련된 주제” 하에 몇 권의 중요한 책들을 읽어보려는 취지로 몇 달 전부터 기획이 이루어졌습니다. 

세미나를 언제 시작할까를 계속 고민하고 있던 중에 마침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개봉했고, 우리는 그 영화를 보고 나서, 아니 더 정확히는 그 영화에 대한 뜨거운 반응들을 확인하면서 세미나를 지금 당장 시작해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ㅋ) <기생충>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감상이 존재하겠지만, 저희는 이 영화를 본 뒤 왜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계급과 빈곤이, 우리가 아는 계급(구조) 및 우리가 아는 빈곤과 다른지 진지하게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동안 우리가 계급과 빈곤에 대해 잘 몰랐던 것이 있진 않을까 스스로에게 의문을 가지며, 우리 시대 계급과 빈곤과 나아가 노동에 관한 연구들을 공부해보자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21세기 자본』에서 피케티가 보여주었듯이 세습자본주의에 준하는 사회 불평등의 신분화에서부터, 자본주의의 금융화와 더불어 근대적 기업가가 아닌 중세적 지대추구자로서의 경제적 지배 집단의 등장, 신자유주의의 발흥 가운데서 순수 재정적 성공의 준칙들에 의한 전통적인 실력원칙의 대체, 노동이 더 이상 협동의 틀 속에 이루어진 노력과 희생으로 이해되지 않고 주로 개인의 재능 및 성과의 수월성이란 측면에서 평가되는 인정관계의 변형에 이르기까지, 근대화가 극복했다고 믿었던 전근대적 사회 형식과 중세적 신분 서열을 다시 생성시키는 역설적 방식으로 오늘날 사회가 전환되고 있는 이른바 ‘재봉건화’(refeudalization)의 역사적 맥락에서 우리는 <기생충>을 보았고, 거기에서 계급과 신분, 생산적 노동과 비생산적 노동, 착취와 수탈, 고용상태와 실업상태의 구별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는 빈곤의 파괴력을 보았습니다. 

빈곤에 관한 많은 연구들이 있지만, 우리가 주목하는 논의는 인도 출신의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인 아마르티아 센과 미국 페미니스트 정치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으로 대표되는 ‘역량 접근’(capability approach)입니다. 이미 1980년대부터 후생경제학을 넘어 발전학과 교육학, 정치철학, 사회철학, 젠더 연구, 정의론 등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미쳐온 ‘역량 접근’은 (개인이든 사회 전체든) 발전의 초점을 양적인 경제 성장 또는 소득 증대에서 인간의 기본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으로 전환하는 데 큰 기여를 해왔습니다. 역량 접근에서는 빈곤을 역량의 박탈, 즉 “사람은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무엇이 될 수 있는가?”의 문제에서 한 개인이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는 ‘실질적 자유substantial freedoms’가 박탈당한 상태로 규정합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역량 접근을 선도해온 두 학자의 주요 저작들을 읽어 나가면서 빈곤과 불평등에 관한 풍부한 논의들을 살펴보고, 나아가 존 롤스의 공정으로서의 정의론의 가장 강력한 대안으로 인정받고 있는 센과 누스바움의 자유로서의 정의론까지 폭넓게 공부하게 될 것입니다. 1943년 인도 벵골 지역에 닥친 극심한 대기근의 참상을 목도하면서, 어린 소년이었던 센은 질문했다고 합니다. 평생에 걸쳐 빈곤을 연구하도록 센을 이끌었던 그 질문, “왜 가난한 사람은 이처럼 평생을 가난하게 살다 죽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저희와 함께 찾아 나가고자 하는 분들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노벨상 심사위원단에 따르면, 아마르티아 센은 ‘사회선택의 공리적 이론으로부터 후생지수와 빈곤지수의 정의 및 기근에 관한 경험적인 연구에 이르기까지 후생경제학[복지경제학]의 기본적인 문제들에 대한 몇 가지 주요한 공헌’을 인정받아 1998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에게 노벨 경제학상이 주어진 것은 진작 인정받아야 했던 그의 공적에 대한 뒤늦은 인정이었고, 주류 경제학과 마르크스주의 이론 모두에 정통하면서도 어느 쪽도 옹호하지 않았던, 한 세대에 걸친 남아시아 경제학자들 전체의 기여에 대한 암묵적인 인정이었다. 필자가 볼 때 아마르티아 센은 딱지 붙이기를 모두 거부했고, 방법론적 절충주의를 지지했으며, 유용하다고 입증된 이론도구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가장 중요한 관심사, 즉 ‘서로 다른 경제제도와 경제정책이 지구상의 비참한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문제에 적용하는 데 능숙한 남아시아 경제학자들의 수장이었다. 경제학이 그러한 물음에 답할 수 있게 만드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센은 전통적인 후생경제학의 철학적 기둥을 섬세하게 비판했고, 기근과 빈곤은 물리적 원인보다 압도적으로 사회적 원인에 따른 것임을 입증하는 독창적인 경험적 연구를 수행했으며, 영향력 있는 전문조직이나 국제기구 등에서 자칫 무시당했을지도 모르는, 빈곤과 저개발에 관한 다른 이들의 중요한 작업이 주목받게 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로빈 하넬, 「아마르티아 센: 20세기 후반의 가장 위대한 정치경제학자일까?」, 더글러스 다우드 편, 류동민 역,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이해: 카를 마르크스에서 아마르티아 센까지』, 필맥, 2007, 217-8)


세미나 소개_
신학의 현장화, 대중화, 전문화를 꾸준히 모색해 온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는 간헐적으로 이어왔던 사회적 경제 연구의 결실을 맺기 위해 사회적 경제 연구모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사회적 경제 연구에 앞서 사회적경제가 중점적인 문제의식으로 겨냥하고 있는 빈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정의론 전반과 관련된 주제로 여행을 떠날 세미나를 시작합니다. 

요즘 우리가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통로인 SNS를 보고 있노라면 모두가 화려하고 행복하고 부유한 삶을 향유하고 있습니다. SNS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예쁜 인테리어가 갖춰진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고, 때때로 호화로운 휴양지에서 ‘워라밸’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와 반대로 우리 자신을 비롯한 어떤 또다른 세계들은 너무나 허름한 주거환경에, 편의점으로 하루의 끼니를 떼우고 온갖 궁상 가득한 삶이 널브러져 있는 것을 봅니다. 

이 두 현상은 우리 사회를 보여주는 상반된 양면의 거울입니다. 빈곤이란 그렇게 우리의 눈에 더이상 띠지 않게 되고, 은폐되고 있으며 모두가 가난하지만, 우리 모두 가난하지 말자고 약속이나 한 듯 서로가 그걸 숨기고 있습니다. 그런 상태와 발맞추어 빈곤한 주체들을 둘러싼 다중적인 사회적 배제의 상태는 고착화되고 가속화되고 있기도 합니다. 

빈곤은 단지 생계에 유지하는 비용이 적은 상태만을 일컫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이번 세미나에 중점적으로 다뤄보고자 하는 아시아 출신의 최초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복지경제학 및 발전경제학의 대가인 아마티아 센(Amartya Sen)에 따르면, 빈곤에 대한 측정은 소득수준을 넘어 개인의 역량(capability)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다시 말해, ‘빈곤’ 또한 개인의 기본적인 역량이 박탈당한 상태로서 정의한다면, 지금 우리 사회가 겪는 빈곤이란 단순히 배고픈 상태, 생계에 따른 비용이 없는 것이 문제가 되는 상태가 아니라, 소득, 자산, 소비, 그리고 교육과 주거에서의 불평등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서로를 강화하는 하나의 불평등 중첩의 구조(‘다중격차’) 속에서 사회로부터 다층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사회적 배제’의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 핵심적인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여러 책들을 혼자 읽을 수도 있겠지만, 전문 연구자가 아닌 이상 읽어 나가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평소에 관심은 있었지만 접근이 어려우셨던 분들을 위해 이 세미나를 열려고 합니다. 그러니 잘 모른다거나 기초적인 지식이 없다고 해서 관심을 접을 필요가 없습니다. 정보를 습득하는 것보다 즐거우면서도 진지하게 책을 통해 삶을 나누기 원하는 누구나 이 세미나에 오실 수 있습니다. 

1. 함께 읽을 책
1) 아마티아 센, 이상호, 이덕재 역, 『불평등의 재검토』 (한울아카데미, 2008).
2) 아마티아 센, 김원기 역, 『자유로서의 발전』 (갈라파고스, 2013)
3) 아마티아 센, 이규원 역, 『정의의 아이디어』 (지식의 날개, 2019)
4) 마사 누스바움, 한상연 역, 『역량의 창조』 (돌베개, 2015)

2. 이끔이 : 김윤동(연구소 기획실장)
3. 날짜 : 7. 11(목) ~ 이 책을 다 소화할 때까지 합니다. 오후 7:00~
4. 장소 : 해아서교(마포구 잔다리로 30. 해냄빌딩 3층)
5. 참가비 : 월 1만원 (모임을 운영하는 작은 비용으로 쓰입니다.)

세미나 참여하러 가기 : https://forms.gle/obZ4VxN8qgZ3Ha7m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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