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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마당] 캐나다에서 바라본 목회자의 정치 참여 (권오왕)

목회마당

by 제3시대 2019. 7. 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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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바라본 목회자의 정치 참여 

권오왕(Ministry Partner, Knox United Church, Consort, Chinook Winds Region, United Church of Canada)

제가 캐나다에서 생활하면서 인상깊었던 제도 가운데 하나는 바로 캐나다의 의료 시스템입니다. 저와 저희 가족의 경우 병원에서 진료를 받더라도 병원비를 내지 않습니다. 물론 약이나 다른 처방에 대해서는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단 병원에서 발생하는 의료 행위에 대해서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습니다. 물론 캐나다 시민들은 높은 수준의 세금을 정부에 내고 있으며 자신들의 세금으로 의료 서비스가 운영된다는 점을 캐나다인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불편한 점도 있습니다. 한국에서와 같이 빠르고 신속하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검사가 있을 경우에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의료에 있어서는 보편적인 서비스를 현실화 시켰다는 점에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으며, 캐나다인들 역시 이 부분에 있어서는, 물론 의견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바람직하게 그리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료 시스템을 캐나다에서 실현시킨 선구자는 바로 Thomas Clement (Tommy) Douglas입니다. Tommy Douglas가 사스카츠완(Saskatchewan)주 주지사일 때 수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료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이 외에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도입하였으며, 그리하여 오늘날 캐나다에서는 가장 존경받는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Tommy Douglas가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기 전 그의 이력 가운데 한 가지가 눈에 두드려졌습니다. 그는 안수받은 침례교 목사였습니다. 그가 목사직에 종사했던 시기는 전 세계으로 대공황과 세계 전쟁의 후휴증으로 말미암아 사회적, 경제적 위기에 직면하여 있었던 때와 맞물려 있었습니다. 이러한 위기의 시대에 많은 신학자, 목회자들은 복음의 사회적, 정치적 의미에 대해 깊이 성찰했으며, 그러한 위기에 대해 교회는 어떠한 대응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습니다. 당시 Walter Rauschenbusch, Karl Barth, Paul Tillich, Dietrich Bonhoeffer, 그리고 Reinhold Niebuhr와 같은 신학적 거물들은 자본주의, 공산주의, 혹은 정치적 민주주의 등에 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자신들의 사상을 정리해 나갔습니다. 특히 Niebuhr는 자유방임적 자본주의의 전세계적 확장과 맞물려 진행되던 제국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며, 불평등과 부정의를 제거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역사 속에서, 비록 불완전하지만, 이루기 위한 신학적 근거를 세우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당시 신학자 혹은 목회자들에게는 당연하기도 하고 마땅히 기울어야만 하는 과제였을 것입니다.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아무런 역사적 의식도 없이 그저 내세의 구원만을 외치는 것은, 당시의 부당한 억압과 착취를 정당화하는데 기독교가 이용당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아무튼 캐나다의 당시 많은 목회자들은 이러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으며, 그들 가운데 자신의 신앙 양심에 따라 개교회의 목회자로서의 사역을 떠나 현실 정치에 참여하게 된 분들이 있습니다. Tommy Douglas도 그 가운데 한 명입니다. 우리에게는 좀 낮선 이름들이겠지만 캐나다 연합교회의 Stanley Knowles, Lois Miriam Wilson, David MacDonald, Bill Blaikie, Lorne Calvert, 그리고 감리교의 J. S. Woodsworth와 같은 분들은 목사직을 감당하다가 현실 정치에 직접 뛰어든 분들입니다. 제가 알아보니 캐나다 연합교회에서는 목회자가 정치에 뛰어드는 일이 그리 드물지 않고, 시장(mayor)직 같은 경우에는 목회자의 정치 참여가 더 많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특별히 이 분들 가운데에는 캐나다의 사회 정의, 인권, 그리고 복지의 증진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임하도록 하기 위해, 즉 세상에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 공헌하신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캐나다 연합교회 교인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저도 이 점이 궁금해서 몇 분과 대화를 나누어 봤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목사가 정치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 어떤 분들은 긍정적으로 바라봅니다. 목회자들이 정직하고 도덕적이라 바른 목소리를 정부 혹은 의회에서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캐나다의 역사 속에서 공적인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 정치에 뛰어들어 그 일을 몸소 감당했던 목사들의 공헌 때문에 그러한 기대를 갖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목사가 정치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혹은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여전히 성직자로서 목사의 신앙적, 도덕적 양심에 대해 신뢰를 갖고 있는 분들이 전반적으로 많이 있다는 점입니다. 목사는 마땅히 사회의 일반적 수준보다 높은 수준의 신앙적, 도덕적 양심을 갖고 있어야 하고,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 자신을 하나님께 드리고 헌신적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캐나다에서는 아직까지 교회를 둘러싸고 사회적 신뢰에 손상을 가져올 만한 사건이 크게 일어나지는 않았다는 것도 목사의 공신력을 유지시켜주는 한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으리라 보여집니다.

저는 이곳에서 목사가 갖추어야 할 교양과 품격에 대해서 다시금 반성합니다. 같은 말과 행동도 예의와 존경이라는 그릇에 담으면 그 말과 행동의 값어치가 더 올라갈 것 입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교회가 세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교회를 걱정한다고 하는데, 아직도 캐나다 시민 사회에 기독교 목회자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남아 있다는 점은 참으로 놀랍고 인상적입니다. 세상으로부터 신뢰받고 존경받을 수 있는 기독교인들이 한국 사회에서도 많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덧붙여, 세상의 역사에 개입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부활, 그리고 신자의 공동체로서 교회의 출현은 불의와 죄악으로 뒤덮혀 있는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한 새로운 하나님 나라 정치의 출현입니다. 정치적 활동에 종사하시는, 혹은 종사하실 뜻을 갖고 있는 기독교인들 혹은 목회자들은 Tommy Douglas처럼 사회적 약자를 돕고 이웃을 사랑하며 공공선을 추구하며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이루시기 위해 일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 웹진 <제3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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