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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의 눈] 그대를 찾아서 3(강윤아)

비평의 눈

by 제3시대 2019. 8. 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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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찾아서 3

강윤아(청소년극 연구자)

이 연재는 1992년 경동교회 중고등부의 몸으로 드리는 예배인 “그대 버려졌나”의 참가자들, 지금은 성인이 된 그들을 만나서 인터뷰하는 시리즈의 세 번 째 내용이다. 이 번에도 당시 청소년 참가자 K 를 만나서 그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고, 그것이 현재 본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질문하였다.

K는 성악가이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주 활동을 하고 있다. 당시 예술제 과정 전체를 기획하고 진행했던 고 2였으며 1학기 고등부 회장을 역임하였다. 공연에서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장면에서 강도 만난 이의 역할을 맡았고 극 중 노래의 쏠로와 코러스를 함께 하였다. 인터뷰는 4월 8일 11시 서래 마을 “달콤”에서 100여분에 걸쳐 진행하였다. K가 신뢰감을 갖고 편안하게 참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였지만 어린 시절 친분으로 인해서 막역한 대화가 곳곳에 드러난다.

 

K: 지금 생각해보면 중고등부 시절은 너무 재미있었지만 그 때는 하나님을 모르고 그냥 재미있어서 다녔던 것 같아.

연구자: 어떤게 재미있었어?

K: 중고등부 생각하면 ... 나는 내가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중학교 1학년 들어가니까 언니 오빠들 있고 이러니까... 언니들 다 너무 예쁘고 똑똑하고... 너무 충격 받은거야. 뛰어난 인간들이 있는거야 거기에. 내가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은 뛰어난 인간들이. 중학교 1학년이었으니까 그랬던게 당연하지. 그래서 되게 배울 점도 많았고, 나는 또 어디가나 재미있게 지내는 편이니까... 그래서 친구들도 재미있고...멋있는 오빠들도 있고... (웃음) 그런 재미있잖아. 야, 어디가서 그런걸 하냐. 기타치고 노래하는 것도 너무 재미있고. 너무 재미있었지 뭐... 모든게 새롭고 그리고 교회에서 여러 행사도 너무 재미있었고... 멀리 안가도 좋은 연극과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언제나... 그게 제일 재미있었지 [...] 교회에서 그냥 무작정 살았어. 방학 때는 [교사이시던] 엄마 아빠 수련회 준비하시면 맨날 교회 갔어. 맨날 교회 마당에서 굴러다니는거야 우리는. 내 동생이랑 나랑은 선택권이 없어. 그러니까 경동교회 와서도 [부모님이] 바로 성가대 들어가셨고, 당연히 주일날에는 매 주 교회 가는거고, 어린이부 중고등부는 당연히 들어가는거고. 그리고 엄마 아빠는 거기에 대해서 한 번도 뭐라고 하신 적이 없고. 오히려 밀어주셨고.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거였지. 좋아서 나오고 이런 자체가 아니야 그냥 원래 가는거야. 그러다보니까 중등부 있을 때도 회장하고. 고등부 올라가서도 회장하고. 그리고 맨날 신우회 [중고등부 학생 자치 모임] 다 프로그램 짜고.. 자연스럽게... [“그대 버려져졌나”도] 우리 처음에는 만나서 뭐할까 맨날 얘기했어. 그러다가 서로 토론을 하고 스토리텔링 맨이 누가 대본 좋다고 해서... 그거 기본의 틀만 갖고 우리끼리 만들자... 이래서 맨날 모였는데

연구자: 그 멤버가 누구였어?

K: 내 기억 속에는. D하고 Y, 이렇게 셋이 제일 많이 만났던거 같애. 그래서 우리끼리 맨날 얘기하는데 답이 안나오는거야. 근데 얘기한걸 갖고 D가 “알았어, 내가 내일까지 정리해갖고 올게.” 그래서 가져갔어. 걔가 진짜 슈퍼 천재잖아. 지문까지 싹 써갖고 온거야.

연구자: (놀람)

K: 대바아아아아악....

연구자: 그럼 그게 원래 대본이 아니고 언니들이 각색한 대본이야?

K: 그럼. 각색을 했어. 그래서 D가 대본을 쫙 정리해갖고 온거야. 내 기억에 공연 준비하고 그러면서 재미있던거 밖에 생각이 안나.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우리끼리 막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 그게 제일 많이 나. 진짜 열과 성을 다해서 준비했지 그때. 생각해보면 엄청났지. 그리고 애들이 암투가 대단했어. 배역을 향한 암투.

연구자: 나 그거 기억나. J [나의 남자 동기, 마지못해 선배에게 배역을 양보한 후 스스로의 마음 상태를 자책해서] 울었잖아.

K: 아 그 인간들을... 얘네들을 그냥... 나는 솔직히 그런거에 별로 상관 안하는 스타일이야. 그냥 하라면 하지 그냥, 콱... 그리고 O 부터 시작해가지고 그 아사리판. 서로 막 시켜달라고 그러고 짜증났어 그 때. 아유.. 그것들을 그냥 다 설득해가지고 그냥... 나중에는 그래서 더 친해진거 같애... 생각해봐라 막 열시, 열 한 시까지... 그게 지금은 불가능해. 모이면 진짜 많이 모이고 저녁에 늦게까지 연습하고 그것도 생각나. 맨날 뛰어서 집에 가고. 맨날 라면 끓여먹고... 목사님이 내려오셔가지고 설거지 내가 할테니까 올라가서 다시 연습하라고 그러고... 참 엄청났지… 그 전에 공연들도 마찬가지였던거 같애... 그 때 가스펠이라는 공연이 엄청 큰 임팩트를 줬어.

연구자: 언니가 중 1 때인가 그게?

K: 아니야... 내가 들어오기 전 6학년 때인가 그랬을거야. 그게 임팩트가 너무 컸기 때문에 계속 가스펠 얘기만 한거야 사람들이. 그건 쫌 약간 짜증나는 것도 있었거든?... 근데 박상영 선생님 들어와서 우리 공연이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정점을 찍었지. 그러고나서

연구자: (웃음) 은근 비교해.

K: 그 뒤에 애들은 또 은근 비교... “우리 때는 좋았거든...” “야, 우리 때에 비하면은. 그게 공연이냐?” 그러다가 공연이 좀 약간 축소되기도 했고... 그치 않니?

연구자: 맞아. 아까.. 교회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너무 당연한 거였다고 얘기를 했고... 회장을 할 때였기 때문에 열심히 한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했던 여러가지 일들과 이 사건이 뭔가 달리 기억되는 점이 있다면?

K: 달리 기억되는 점은... 내가 책임져야 하니까. 내가 고등학교 2학년이고 니네들을 다 책임져야 되는데. 이걸 끌고 가서 완성시켜야될거 아니야.

연구자: 오~~~~ 그런 책임감이 있었어요?

K: (강하게) 당연하지! 그럼 없냐 그러면? 그럼 나몰라라 하냐?

연구자: 그래도 박선생님이 있었잖아.

K: 그건 선생님이지. 우리는 중고등부 회장... 우리는 중고등부를 우리가 맡고 있는데... 얘네들을 어떻게든 끌고 가서 이걸 완성해서 잘 해야겠다는 마음 뿐이었지.

연구자: 대단하다…

K: 뭐가 대단해? 당연한거 아니야? 너는 고 2 때 안그랬냐?

연구자: 아니, 하기는 했는데…

K: 얘네들을 잘 보살피고.. 밥도 멕이고.. 부모님한테 욕도 안 먹고.. 어떻게 잘 해야 될텐데... 그 때는 그 생각 뿐이었던 같애.

연구자: 근데 그럼 교사들이... 같이 고민을 했어요, 아니면..

K: 근데 내 기억 속에 교사는... 써포터 같은거 였던거 같애. 나 자체가 약간 책임감이 있는 스타일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어. 이 싸워대고 난리 치는 얘네들을 데리고.. 어떻게든 잘 해야겠다... 그것이 가장 컸지...

연구자: 그러면.. 어디까지가 언니들이 할 수 있는 일이었어? 스케줄을 짠다던가..

K: (얼른) 그건 다 짰지. 스케줄 다 짜고 선생님들이랑…

연구자: 그것도 다 개입을 한거야?

K: 우리들끼리 아주 장시간 얘기했어.

연구자: 고 2 되고서?

K: 어, 그렇지... 예술제를 해야 되니까 만나가지고... 맨날 얘기하고... 다 그냥 정신 없었지... 우리가 뭘 알아... 그 때 Y도 그러고 그 때는 다 너무나... 좋았지.. 어떻게 보면. 친구들, 많은 영향을 끼친 친구들이지...

연구자: 그러면 아까 하나님을 제대로 알게 된 건 이십대 후반이고 [인터뷰 시작 전에 이와 관련해서 대화함] 그래서 중고등부 시절에 우리는 정말 즐거웠지만, 어떻게 보면 그것은 문화 생활이었거나 사교였다고 얘기를 했는데... 그간 신앙 생활의 연보를 보면 그 시절이 마냥 철없고 미숙하게 느껴져요? 아니면...

K: 그렇지는 않고, 그 시절에는 그러는게 당연한거라고 생각이 되는거지. 어리니까... 잘못된 것과 옳은 것의 차이가 아니라, 그냥 그 때는 그랬던 과정 중의 하나... 그런데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지. 마무리 기도하고 이럴 때... 마음의 감동 같은 것도 있었고... 그대 버려졌나는 확실히 메시지가 있잖아. [공연에서 다룬] 성경 이야기는 안 잊어버려.

연구자: [...] 잃어버린 동전의 비유, 잃어버린 양의 비유...

K: 그걸 찾기 위해서 노력하는 (웃음) 그리고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에 대해서 많이 배웠지. [주변 친구들을 통해서] 사람의 인생을 바라보게 되잖아. 어디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성장 과정을 바라보는거잖아. 그냥 특이한 인간들이 많았어. 모범생만 있는게 아니라 이상한 인간들이 많았잖아. 그런 사람들 보면서 진짜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여러가지 모습들을, 인생들을 지켜보는거지. 그것도 어쩌면 도움이 됐고 나에게 알게 모르게 뭔가 이렇게 영향을 크게 미쳤겠지. 신앙적인 면으로는 굳이 따진다면... 교회 내부의 광경. 그 십자가, 그리고 교회 내부에서 주는... 그 거룩한 그거 있잖아.

연구자: 그런데 그 십자가는 평생 교회에 있었으니까 ... 매 주 보잖아. 근데 그 느낌이 달라요? 그 때 광경을 떠올리면?

K: 그 때는 하나님이 이 모든 우주 만물의 주인이시고 거룩하고 놀랍고 아름다운 분이시라는 자체를 몰랐으니까... 진짜 하나의 존재로써 느껴지는건 그 때는 잘 몰랐으니까. 그 때 하고 지금은 다르지... [당시에는] 꼭 교회가 아니어도 할 수 있었던 것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주님 안에 있었기 때문에 그게 가능한 일이었을 수는 있어. 그 때는 나는 몰랐지만 하나님은 내 곁에 계셨으니까. 내가 못 본거지.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분명 있지. 그리고 계속 계셨지. 그러니까 하나님이 안 계셨거나 예수님이 안 계셨던게 아니고 내가 못 본거지.

연구자: 그런데 어쨌거나 하나님이 계셨어도 내가 못 봤다면 어쩌면 그 때의 체험은 언니가 얘기해준 그 것, 즐거웠고 인생에 대해서 배울게 많았고 해볼게 많았고... 그게 핵심인거잖아요.

K: 경험도 많이 했고. 내가 언제 그 애들을 끌고 조정해가면서 삐지고 막 화내는 그 애들이랑 부딪혀가면서 가장 가까운 애들도 나를 괴롭히고... 막 그 애들을 끌고서 그 스케줄을 조정해가면서 그걸 꾸려간다는 자체가... 그것이 엄청난 공부였지.

연구자: 그게 지금 언니의 삶에 혹시 영향을 끼치는 점이 있다면?

K: 모든 경험들이..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지내면서 같이 뭔가 이렇게 팀으로 하는거는 여기서 다 배워서 했지. 야, 그리고 예술제 뿐만 아니라 우리 신우회도 우리가 다 짰잖아. 매 주 신우회... 이 주에는 이거하고 이 주에는 이거 하고 프로그램도 다 준비하고 진행하고 다 해야되잖아. 그거 자체가 엄청난거지. 야, 우리 그 때 고 2 때 명사와의 대담 [교회 안 각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서 중고등부 학생들이 각자의 진로를 탐색할 수 있게 지원하는 대담 프로그램] 생각나니?

연구자: 진로 상담! 그것도 언니네가 기획한거야?

K: 그럼, 당연하지!

연구자: 아, 진짜? 나는 그거 선생님들이 하신건 줄 알았어.

K: 초청하고 ... 같이 토론하면서 얘기했던 생각이 나. 그런 경험을 어디서 하겠니.

연구자: 근데 보통은 대학에 가서 그걸 해보잖아. 그 이전에 경험했던 것이 의미가 있다면?

K: 생각해보면... 대학생인 언니 오빠들과 선생님들의 헌신이 또 있었잖아. 대학 가면 그런 헌신은 사라지잖아. 우리가 이렇게 막 휘젓고 다닐 수 있었던거는 어떻게 보면. 옆에서 그 분들의 써포트가 있었기 때문에... 그게 제일 큰 것 같아. 그리고 어른들도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셨던 것 같아. 많이 도와주셨어. 명사 초청도 지금 생각해봐라 [교회 어른들] 다 오셔가지고. 애들 몇 명 안 모였는데... 황당한 질문하고... 이상한 질문하는 그걸 다 받아주시고... 그런 어른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사랑? 그것도 엄청 큰 역할이었지..

[이어서 당시 K가 재학했던 서울예고 성악과 생활과 중고등부 활동의 차이에 대해서 대화함]

K: [학교 생활은] 중고등부 활동과는 너무 이질적이었지. 근데 내가 성악에는 관심 없고 중고등부 활동하고 이런거 더 좋아하고...오히려 그 쪽 [교회 활동 쪽]에 몰두를 더 많이 했던 것 같아.

연구자: 전공보다 오히려 이 쪽이 더 재미있었다... 왜 더 재미있었어요?

K: 더 재미있지, 그럼 안 재미있냐 너라면?

연구자: 아, 그래도 예고는 재미있지 않아요?

K: 재미없어. 생각해봐. 기타 치고 노래 부르고 춤추고... 이게 재미있지... 학교가서 수업 듣고, 레슨 받고... 재미있니?

연구자: 근데... 노래[성악]를 통해서도 뭔가 발산이나 표현이 가능하잖아요.

K: 어. 근데 그때는... 음악을 그렇게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어. 내가 발산하고... 내 음악이 표현이라고 생각했다기보다는 지금 생각해보면..

연구자: 테크네?

K: 어. 물론 다른 과 애들..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연주하는걸 매 주 듣고 친구들 연주하는거 많이 보고... 그거는 좋았는데. 음악가에 대한 자각 자체가 없었던거 같애. 그냥 입시? 열심히 실기 시험을 잘 봐서 성적 잘 나와서 좋은 대학을 가야 된다. 그게 목표점이었지... 막 음악이 너무 좋아서 미치고 그런거 아니었어. 오히려 지금이 그렇지.

연구자: 지금은 음악인인데... 당시의 연극 활동, 뮤지컬이니까 음악도 포함이 되었지만... 그런 것들이 어떤 문예 교육? 예술 교육? 으로써 의미가 있다면요?

K: 청소년으로써 당연히 해야되는 활동 중의 하나야. 단지 음악적인 능력을 키워준다거나 연극적인 능력을 키워주는게 아니라 자기를 표현할 줄 알고, 공동 작업을 할 줄 알고, 인간 관계... 부딪히면서 터득할 수 있고 그거는 꼭 필수적인거라고 생각해. 음악하는 사람으로써의 관점으로 봤을 때 보다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 봤을 때 어릴 때 꼭 해줘야 하는 활동의 하나라고 생각을 한단 말이지.

연구자: 아까 요즘 친구들은 선생님들이 다 해준다고 했는데 [앞서 나눈 대화 내용], 당시에 자발성, 주도성이 있었고 그게 “내꺼”라고 생각할 수 있었던게 뭐 때문이었다고 생각을 하세요?

K: 그 때는 당연히 다 그렇게 했어.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못해. 그 차이가 있지.

연구자: 근데 어떻게 그렇게 생각을 할 수가 있었어요, 그 당시에?

K: 그 당시에는 다 그렇게 했다니까? 다 그렇게 했지. 우리 윗 학년, 그 윗 학년 그 윗 학년... 당연히 했으니까 우리도 당연히 해야되나보다 하는거지... 그리고 판을 좀 깔아줘야 되는데, 그거는 솔직히 어른들의 몫이야. 어른이 과감한 어른이 있어야 돼. 리더쉽을 발휘하는 어른이 우리 빅 픽쳐에 넣을 수 있는 어른이 있으면... 그걸 지켜보고

연구자: “냅둬, 쟤네 냅둬” 해줄 수 있는...

K: 냅두지만 가이드라인 잡아주고 이리가면 이렇게 쳐주고 저리가면 저렇게 쳐주고, 가이드라인 잘 쳐가면서 자기가[청소년들이] 주도적으로 한 것인 양 생각할 수 있게 하는 ... 그런 어른이 필요해. 그게 전문가잖아. “내가 이상하게 끌려간다” 이게 아니라. “해내고 말겠어”... 내가 그 때 그랬을지도 몰라. 내 기억 속에는 다 내가 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허우적거렸을 수도 있어. 선생님들이 엄청난 빅 픽쳐를 만들어놨을 수도 있어.

근데 지금도 내가 그런 일을 많이 해. 애들을 뭘 하게 한다거나 그런거. 근데 뭐든지 명분이 필요하거든... 명분이 주어지고 그것이 납득이 되면 사람들이 움직이게 되어 있어... 명분을 딱 주면 움직이게 되어 있거든. 애들한테도 그런 명분을 줘야 해.

연구자: 맞아. 그 때 우리 명분은 뭐였을까요.

K: 우리의 명분?... 거기에는 하나님이 있었던 것 같애.

연구자: 그렇지.

K: 교회고. 우리가 버려진 것들에 대해서 중요하게 여기고 이걸 통해서 진짜... 그 뜻을 알았던 몰랐던. 우리 입으로 뱉은 고백들이잖아. 그러니까 그게 명분이겠지?

연구자: 뜻을 정말 몰랐을까, 우리가?

K: 그렇지는 않았겠지. 근데 그 뜻을 모른다는 자체가 진짜 하나님을 아는 데서는 좀 미흡했다... 하나 더 깊이 들어가서 안다는거. 그것이 좀 부족했다는거지. 말씀에 대해서 우리가 배우고. 아, 예수님이 이런 분이구나. 예수님이 이렇게 작은 것도 소중하게 여기셨구나. 극을 통해서 배웠지. 그리고 예수님의 말씀을 알지. 인제 그 안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는거지. 진짜 하나님을 내 안에 받아들이는 것이랑은 또 다른 문제잖아. 그건 좀 차이가 있지 않니. [...] 우리 교회를 위해서 기도해야 해... 같이. 너 책임있어 너. [...]

연구자: 내가 중고등부 때 받은거에 대한 고마움은 늘 있지.

K: 지금의 현실 자체가 그 때와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그 때랑은 또 너무 상황이 달라. 모든걸 던지지 않고는... 진짜... 우리 애가 중 삼이잖아. 틀에 끼워 맞추듯 돌리지 않으면 [학교/입시를] 따라갈 수 없어.

연구자: 그렇다면서? 이제는 초등 교사들도 학부모들한테 선행[학습]을 왜 안시키냐고 그런대. 그래서 유치원 엄마들이 사교육을 시키고...

K: 그러니까 미친거지. 너무 힘들어 그게.

연구자: 더 먼저 더 많이 해야 경쟁에서 이긴다는건데...

K: 그래서 학력이 오히려 더 떨어진대. 대학 들어가면 할 줄 아는게 없대. 시키는대로 공부만 했으니까.

연구자: 그럴거 같아.

K: 우리 때는 중고등부 때 20-30명 분 라면도 끓여보고...

연구자: 프로그램도 말도 안되는 것도 짜서 해보고…

K: 지금은... 일단은 애들이 활동을 하게 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어른들의 기도가 쌓여야 돼.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보게 해 달라고. 하나님을 경험하게 해달라고. 그리고 옛날과 똑 같은 방법으로 할 수는 없어. 세대가 바뀌고 세상이 바뀌었잖아. 우리가 한 그대로 할 수는 없어. 그 때가 좋았다고 말하는건 꼰대야.

연구자: 그렇지.

K: 진짜 울고 싶다니까. 애들이 하나같이 소금에 절인 배추들 같아. [중고등부 예배 때] 성가 부를 때 힘이 하나도 없어... 미쳐버릴거 같애. 눈물 나. 다 우리들 잘못이야. 우리가 그런 애들을 낳아서 키운거야. [...]

연구자: 그리고 안 바꾼거지... 사회를...

K: 우리 애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중고등부를 위해서 기도하고... 교회를 향한 책임이 있어. 그냥 교회를 떠나면 끝이 아니야.

(끝)

ⓒ 웹진 <제3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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