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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힘]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송기훈)

시선의 힘

by 제3시대 2019. 9. 20.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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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

송기훈*

루가 7:34  보아라, 저 사람은 즐겨 먹고 마시며 세리나 죄인들하고만 어울리는구나!

먹방 유튜버 ★나살렘예수찡★ 은 (본명 : 최현팔) 2019년 떠오르는 10대 유튜버에 선정되었다. 그는 올해 먹방 유튜버들 사이에서 어느 누구도 도전하지 못했던 불닭볶음면 30봉지를 한 번에 먹어치우며 일약 떠오르는 스타가 되었다. 최근 방영분인 2019년 7월 24일 영상에서는 메뚜기 튀김 1kg을 먹어치우며 동시접속 2만명을 넘기는 기염을 토하였다. 이러한 최현팔씨의 퍼포먼스를 보는 일부 시청자들은 최현팔씨의 영상에“인기만 끌면 똥도 먹겠다”, “어그로꾼예수”, “더러운 예수” 라고 댓글을 달기도 하였다.

하지만 실제로 먹방 유튜버의 삶은 화면에 보이는 것처럼 행복하게 먹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식사 후에 찾아오는 급성 고혈당에 어지러움을 느끼기도 하고, 평소와 같은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서 3-4시간의 강도 높은 운동도 병행해야 한다. 구글에서 유튜버들에게 출연료를 보내주긴 하지만, 그것으로 식재료 구입과 개인 PT, 그리고 최근에 먹기 시작한 소화장애 치료 비용을 제하고 나면 남는 것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현팔씨를 비롯한 먹방유튜버들이 자신들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오늘도 계속 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식사(과식)는 어느덧 죄로 여겨지게 되었다. 못먹고 가진 것이 없던 지난 시절 배터지게 먹었으면 소원이 없겠다던 민중들의 희망은 어느새 사라져버렸고, 그 소박한 꿈들은 “다이어트”라는 이름을 가진 무서운 심판자로 변하여 “물만 먹어도 살찐다”는 저주를 퍼붓기에 이르렀다. 살이 찐다는 것은 죄요, 그로 인한 질병은 죄의 결과일 뿐이다. 살찐 사람을 향한 비난과 조롱은 그칠 줄 모르고, 다이어트 약 판매량은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어쩌면 나살렘의 예수찡은 사회적인 대죄를 스스로 짊어진 메시아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시청자들의 과식하고 싶은 욕망과 죄책감을 모두 자신의 몸에 1시간 동안 쑤셔 넣는다. 그는 1시간 가량 펼쳐지는 라이브 방송을 통해 살이 찐 죄를 짓고 사는 사람들 (다이어트를 할 시간과 돈이 없으며, 과식하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 찬)이 마련하는 속죄의식의 희생양이 되어간다.

나살렘예수찡의 라이브 방송이 회를 거듭 할수록 그의 식사는 식사를 넘어서는 제의가 되어간다. 이제 예수찡이 뭘 먹는지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다만 매주 금요일 정확히 진행되는 그의 라이브 방송과 가끔 시청자들에게 긴장을 주는 적절한 이식(異喰)행위만 있으면 충분했다.

시청자들은 그들의 죄의식을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희생양이 된 예수의 식사 행위에 좋아요와 구독, 댓글로 보답을 한다. 간단한 참여로 그들의 죄의식은 손쉽게 해결된다. 심지어 헌금에 해당하는 개인의 비용희생은 조회수와 시청정도에 따라 구글에서 직접 대납해 주기 때문에 그저 보고만 있어도 속죄가 저절로 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예수는 그저 다음 주에 보란 듯이 살찌지 않은 똑같은 모습으로 부활하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사람들은 오늘도 불닭볶음면 1개를 모니터 앞에서 먹으며 예수와 함께 속죄의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그렇게 예수는 오늘도 먹고 마시는 이들의 친구가 되어 주신다.

*필자소개

현재 영등포산업선교회에서 일하고 있으며, 예수의 십자가를 우연히 졌던 키레네 사람 시몬처럼 자신도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는 삶을 살고 있다.

ⓒ 웹진 <제3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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