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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세이] 보이지 않는 공동체- 미디어 예술 교육이 미디어 공동체에 어떻게 기여하는가. (백정기)

사진에세이

by 제3시대 2020. 1. 1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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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공동체

- 미디어 예술 교육이 미디어 공동체에 어떻게 기여하는가.

백정기(미디어작가)
Memento 임흥순 2 channel projection, 6mm video, 15min, 2003

http://imheungsoon.com/memento/

공동체를 대표하던 ‘마을’이나 ‘동네’는 이제 실체가 없는 말이 되어버렸다. 냉정하게 말해서, 마을과 동네는 과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정서적인 단어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공동체가 기반을 두는 곳은 미디어 네트워크다. 물론 물리적인 신체는 땅을 밟고 서 있지만 유효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곳은 기술적인 원거리 통신과 인터넷 관계망이다. 

이런 현상은 가치판단의 문제가 아니다. 기술 발전이 유발한 돌이킬 수 없는 자연스러운 변화일 뿐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하는 미디어 기술은 폭발적인 생산성과 연결망을 제공하지만 그늘도 존재한다. 디지털 격차는 새로운 소외 계층을 만들어 낸다. 식당 키오스크 앞에서 좌절하는 어르신의 모습은 앞으로 발생할 디지털 소외계층의 상징이다. 그리고 원거리 통신은 거꾸로 가까운 대상을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가족끼리 마주 앉아 스마트폰만 바라보는 모습은 이제 흔한 풍경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어느정도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체는 존재하고 또 건전하게 운영해야만 한다. 미디어 예술 교육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래할 미디어 생태계 속에서 공동체를 강화하는 방법은 미디어 공동체의 속성을 탐구하고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단순하게 기능을 익히는 문제가 아니라 미디어 구조를 통찰하고 재 구성하고자 하는 의지의 문제다. 

미디어 예술 교육의 매체로, 누구나 접근 가능한 스마트폰과 유튜브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둘의 결합은 기성 언론 못지않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어떤 점에서는 능가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여가를 보내거나 수익성을 노리는 일부 유튜버의 영역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 스마트폰과 유튜브를 활용해서 새로운 사고의 지평을 제시하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리고 실제 충만한 수요에 직면해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사례는 스마트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나와 공동체를 돌아보는 실천의 경우다. 2016년 4월 1일에 인터넷 게시판에 “엄마 모습 동영상으로 좀 찍어놔라”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온다. 인터넷 특성상 격식 없는 말투로 쓰여진 글은 다음과 같다.  

 “엄마 모습 동영상으로 좀 찍어놔라

  목소리도 나오게끔 말도 붙여가면서

  요즘 스마트폰 좋자나

  뜬금없을 때 좀 멋쩍겠지만

  아무 말이라도 걸면서 슬쩍 찍어둬”

그리고 2019년 6월 27일 “가족 동영상 찍어야 하는이유”라는 게시글이 올라온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1)대학 신입생 때 가족 동영상을 찍었다. 2)부모님이 부끄러워 하셨지만 화목한 모습의 가족영상을 담았다. 3)1년전 아버지가 돌아셨고 4)군대에서 동영상을 보면서 울기도하고 웃기도 한다. 가족 동영상을 찍는다는 것은 기능적으로는 언제나 가능했지만, 사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미디어 예술 교육은 위의 사례와 같은 예술적 동기를 제시하고 기술적으로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우리 사회를 어떻게 규정하든, 어쩔 수 없이 기술 기반 사회를 벗어날 수없다. 고도의 기술은 많은 가능성을 제공하지만 소외와 고립 이라는 그늘이 있다. 미디어 공동체의 문제를 극복하고 공동체를 완성하는 일은 미디어의 통찰과 실천을 통해서 이룰 수 있다. 미디어 예술 교육은 미디어의 속성을 탐구하고 재구성 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는 활용이다. 스마트 폰이나 인터넷이 생활 도구로서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예술적 매체로서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삶의 영향력이나 확장성으로 볼 때 스마트 미디어야 말로 매력적인 예술 활동의 도구가 될 수 있다.

*필자소개

홍대 회화과를 중퇴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을 졸업했다. 2008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5회의 개인전을 했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2년 홍은예술창작센터, 2013년 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로 레지던시 활동을 한 바 있다. 음악적 청각화를 주제로 “Walking alone on a clear night: Musical sonification based on cityscape”외 1편을 등재하였다.

ⓒ 웹진 <제3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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