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소식: 제235차 월례포럼] 자본의 자립화, 노동의 프레카리아트화: 오클로스/민중의 노동사회론적 재구성을 중심으로 (정용택)

소식/월례포럼

by Σίσυφος 2020. 10. 22. 13:10

본문

 

 

*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조정됨에 따라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235차 월례포럼(2020.10.26)은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가운데 다시 오프라인/온라인 병행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자본의 자립화, 노동의 프레카리아트화: 오클로스/민중의 노동사회론적 재구성을 중심으로

 

발표자

정용택 (본 연구소 연구실장, 기독교사회윤리학 전공)

 

발표 소개

안병무 이래로 마가복음을 주된 텍스트로 한 민중신학의 ‘오클로스/민중’론(論)은 1세기 팔레스틴, 특히 갈릴리와 같은 지역 촌락사회에서 율법의 정결 규정에 대한 바리새파의 관심이 유대인 대중들 대다수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던 이른바 ‘정(淨)-부정(不淨)의 가치체계’에 기초한 성전-회당체제를 당대의 사회적 매개를 구성했던 지배적인 사회관계들의 체제로 규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러한 지배체제로부터 배제당한 오클로스의 ‘사회적 성분’을 밝혀낼 뿐만 아니라, 회당 밖 호숫가 주변으로 상징되는 삶의 자리에서 어떤 이들이 오클로스/민중으로 구성되고 발견되는 ‘사회적 과정’을 정교하게 분석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문제는 사회적 매개가 종교적 규범, 관습, 전통, 혈연, 공공연한 권력 관계, 의식적 결정 등에 영향을 받던 전(前)자본주의적 사회형태를 대상으로 도출된 오클로스/민중 개념이 그러한 관점에서 더 이상 설명될 수 없는 사회적 상호의존성―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직접적‧인격적으로 지배하는 대신에 모든 개인들이 “추상들에 의해 지배”당하는―에 의해 구조화된 오늘날의 자본주의적 사회형태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현대 자본주의사회는 노동 그 자체가—직접적으로든 아니면 그 생산물로 표현된 것으로서든—타자들의 생산물들을 획득하는 ‘객관적’ 수단으로 기능함으로써 상품을 매개체로 하여 사람들 간의 사회적 접속‧상호의존‧사회적 결합‧사회적 매개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역사상 전례 없는 ‘노동사회’로 규정되는데, 과연 이렇게 이질적인 사회형태에서도 민중신학의 오클로스/민중론은 여전히 타당성을 지닐 수 있는가?

 

그러나 인정이론 계열의 비판이론가들이 논변하듯이 현대 사회에서도 임금을 비롯한 물질적 재화의 분배를 조직하는 규칙은 제도화된 가치의 위계에 부합하여, 사회적 집단에 의해 향유되는 사회적 존중의 정도에서 비롯되며, 시장이 노동생산물에 부과하는 가격 역시 전체로서의 사회가 부착하는 모종의 가치를 반영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런 점에서 오클로스/민중의 권리를 박탈하고 참여를 배제하는 주된 지배의 장치로서 작동하는 성전-회당체제의 정-부정의 가치체계에 대한 민중신학의 문제의식은 종교적 가치나 도덕적 규범으로부터 완전히 ‘뽑혀 나온’(disembedded) 것처럼 보이는 시장경제의 현상들 속에도 언제나 윤리적인 의미에서의 가치 매개적 소통이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안병무가 마가복음 2장 13-17절을 분석하면서 오클로스/민중의 구체적인 부류 가운데 ‘세리와 죄인’을 주목하고, 특히 후자의 죄인 범주 안에 “일반이 공인하는 범죄자(범법자)”뿐만 아니라 요아킴 예레미아스의 주장을 좇아 “그 직업이 직접적으로나 결과적으로 율법을 위반하게 하기 때문”에 죄인으로 규정받는 “천한 직업인”(배꾼, 목자, 그리고 창기, 가죽 만드는 자, 동(銅) 굽는 자 등)을 포함시켰다는 사실은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회당 체제 내부의 농민 일반(암 하아레츠)이나 그들로부터 상향분화된 소자산가적 농민들과 달리 농민 일반에서 하향분화되어 근거지를 상실하고 회당 밖 호숫가를 떠도는 오클로스/민중 가운데 애초부터 노동할 수 없는 “나병환자, 혈류병자, 정신병자 등”만이 아니라 비록 천한 직업으로 규정된 일을 할지라도 노동하는 이들, 그러나 그 노동의 구체적인 성격으로 인해 정결 규정을 위반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도 포함시킴으로써 민중신학의 오클로스/민중론은 노동이 포섭과 배제의 기준으로 작동하면서 사회관계들의 형태를 일정하게 구성하는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게 된다.

 

그리하여 노동의 관점에서 오클로스/민중에 접근할 때, 예수 당시의 성전-회당체제가 다양한 종류의 노동들을 제의적 불결함과 연결시키는 정-부정의 가치체계를 통해 특정한 노동자들을 사회의 경계 바깥으로 쫓아내 그들을 ‘비시민화’했던 것처럼, 오늘날 자본은 가치증식을 위해서 구조적으로 필수적인 노동을 점점 잉여적이고 시대착오적이게 만드는 모순적인 자립화 운동을 통해 광범위한 노동자들을 고용 관계, 임금/소득, 사회보험을 아우르는 “산업사회의 시민권적 규범”에서 배제된 프레카리아트(불안정 노동자)로 양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겹쳐서 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토대로, 이번 제235차 월례포럼에서는 민중신학의 오클로스/민중 개념이 포스트포드주의적 노동사회론의 관점에서 프레카리아트 개념으로 재구성될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일시_ 2020. 10. 26 월요일 오후 7:30

장소_ 해아서교(마포구 잔다리로 30. 해냄빌딩 3층)

참여형태_ 현장 15명(참가비 1만원, 연구소 후원회원 5천원), 온라인 30명(참가비 1만원, 연구소 후원회원 5천원) 선착순 제한

입금계좌_ 하나은행 376-910014-70604

문의_ 02-363-9190 / 3era@daum.net

 

참가 신청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