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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힘] 다문화 교육과 경계 밖 아이들(권유미)

시선의 힘

by 제3시대 2009. 11. 5.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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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교육과 경계 밖 아이들

권유미
(초등학교 교사)

1. 영화의 이야기

화요일 6교시를 마치고 초등학교 3학년 영화(가명)는 4-3반 교실로 간다. 다문화 방과후 교실 수업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곳에 가면 영화는 일본인 엄마를 둔 3학년 영신이와 6학년 인중이 오빠, 그리고 얼마 전부터 함께 공부 하게된 중국인 엄마를 둔 효진이를 만난다. 효진이는 지역 복지관에서 영화와 같은 다문화 가정임을 알게 된 아이이다. 효진이의 엄마가 중국인인 것을 알고 영화가 다문화 방과후 교실에 데려온 것이다.

다문화 방과후 교실에서는 선생님께서 중국과 일본의 문화를 알 수 있는 동화책을 읽어 주시고, 엄마 나라 문화와 한국 문화에 대해서 놀이나 이야기를 통해 알려주신다. 배운 내용을 우리가 직접 따라하기도 하고 가끔은 그림을 그리기도 하지만 게임할 때가 재미있다. 그래도 가장 좋은 건 맛있는 간식을 항상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의 엄마와 아빠는 중국 연변의 조선족이다. 중국 연변 출신인 할머니가 한국인 할아버지와 국제결혼을 하면서 할머니와 함께 엄마 아빠는 한국에 왔다. 어릴 적에는 시골에서 엄마와 아빠와 함께 살았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고부터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었다. 엄마와 아빠의 얼굴 보는 일도 점점 줄어들었다. 할머니는 한국인 할아버지와 결혼해서 한국인이 되어 살고 있지만 연변 출신인 엄마와 아빠는 한국인이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학교를 들어갈 나이가 되고 난 이후에는 할머니가 영화를 친손녀라고 하지 않고 데리고 온 아이 업둥이라고 이야기하며 함께 지낸다. 법적인 자녀로 입양을 하려고 했지만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연세가 너무 많아 입양을 할 수 없다. 영화는 현재 엄마와 아빠가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고아 상태이다. 결국 할아버지가 영화의 후견인으로 함께 살고 있다. 엄마와 아빠가 있지만 이주 노동자의 자녀가 아니라 할머니의 국제결혼가정의 업둥이 손녀로 영화는 다문화가정의 자녀임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게 훨씬 더 안심이기 때문이다. 엄마는 지금 연변에 가 있다. 어른들은 엄마가 왜 연변에 가 있는지 이야기 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6개월 후면 다시 한국에 올꺼라고 하신다. 엄마가 보고 싶다.


2. 학교 안의 다문화 가정 아이들


가.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

2008년 다문화가정 자녀의 초․ 중등학교 재학생의 수는 2만명을 넘었다. 국제결혼가정 자녀 1만 8700명, 외국인 근로자가정 자녀가 1400명으로 2007년에 비해 각각 39.6%, 15.9% 증가했다. 이중 국제결혼가정 자녀는 2006년 2만5000명에서 2007년에는 4만4000명, 2008년에는 5만8000명으로 증가했다. 2008년의 경우 6세 이하가 57.1%를 차지한다.[각주:1] 현재까지는 국제결혼가정 자녀 중 상당수가 취학 이전 단계에 있으나 앞으로 초중등학교에 다닐 다문화가정 자녀가 계속 늘어날 것임을 예측하게 한다. 국제결혼이 2000년 이후에 급증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학령기 아동은 향후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남성과 결혼하여 이주한 여성의 출신국이 점차 다양해지면서 외모나 문화, 교육에 관한 사고 및 지원방식이 한국과는 크게 다른 국가 출신의 결혼 이주자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국제결혼가정 어머니가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국제결혼으로 만들어지는 다문화, 다민족 현상은 한국 사회에 또 다른 소외 계층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그로 인해 다양한 사회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이로 인한 여성 결혼 이민자와 그들의 자녀들은 사회․ 문화적인 편견 속에서 적응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살아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는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어머니가 자녀교육을 담당하게 됨으로써 자녀양육에서의 문제뿐만 아니라 학교 입학 준비 및 가정교육 지원 부족으로 인한 자녀의 학교생활 부적응 문제를 초래하는 것으로 보고된다.[각주:2]

이는 한국어를 잘하는 어머니를 둔 다문화가정 자녀가 그렇지 못한 경우의 자녀에 비해 학교생활에 만족하고 학교 공부를 재미있어 하는 비율이 더 높은 것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자아정체성, 또래관계와 같은 정의적인 측면에서도 어머니의 언어능력, 가족의 교육적 지지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2007년 자료에 의하면 여성 결혼 이민자는 총 94,966명이며, 국적별로는 한국계 중국인 31,899명, 중국 22,835명, 베트남 20,140명, 일본 5,436명, 필리핀 4,751명이다. 이들의 자녀들은 1997년 국적법 이후 한국 국적을 가지게 되었으며, 다른 영역과 마찬가지로 취학과 의무교육 등의 교육적 측면에서도 내국인과 동일한 권리를 가지게 되었다. 국제결혼 가정 자녀의 취학 현황을 보면, 지역별 학생 수는 경기(24.2%), 서울(11.2%), 전남(9.6%), 전북(8.4%), 경북(7.6%)의 순으로 초 87.1%, 중 9.5%, 고 3.4%로 아직은 초등학생이 대부분인 것을 알 수 있다.[각주:3] 

이들 자녀들이 학교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부분은 학교생활의 언어능력의 부족, 정체성의 혼란, 정서적 충격으로 보여지며, 이는 많은 현황 보고 자료에 의하여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한 근거는 국제결혼가정 2세들은 말을 배우는 가정 중요한 시기인 유아기에 한국말이 서투른 외국인 어머니의 교육 하에 성장하기 때문에 언어 발달이 늦고 의사소통에 제한을 받는다. 이에 따른 언어 능력의 부족은 학습 부진을 초래하고 있다. 일상적인 의사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독해와 어휘력, 쓰기, 작문 능력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국제결혼 가정 자녀들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하기도 한다. 어느 조선족 어머니는 자녀들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조선족은 한국 사람도 중국 사람도 아니거든요. 그 가운데서 이 문화도 저 문화도 아닌 조선족 문화를 가지고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한국문화를 완벽하게 알고 있지는 못하거든요. 그러니깐 생각이나 사상이 많이 다른 상황이예요.”

그러나 자녀들은 약간 다른 위치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된다. 초등학교 저학년때까지는 비교적 국제결혼가정의 자녀의 상황을 별반 다르게 느끼지 않고 어머니의 문화에 대해서 오히려 더 호감을 가지고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고민하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어머니가 한국인이 아니라는 사실과 정체성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외부의 타자들이 어머니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국제결혼가정 자녀가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나. 외국인 근로자 가정의 자녀

불법체류자를 포함한 등록 외국인 중 취학 연령대인 7세 이상 18세 이하는 17,287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외국인 학교 재학생 7800명을 제외하면 국내학교 유입 가능 인원은 약 9500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국내 학교 재학생은 1574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약 8000명의 불법체류자의 자녀들이 학교 밖에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저개발국의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 가정의 경우에는 거주지의 불안정, 경제적 어려움, 신분노출 우려 등의 이유로 자녀를 정규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료에 의하면 학교에 다니지 않는 이유로 ‘돈을 벌기 위해서’(35%), 한국말을 못해서(20%), 불법체류 아동이기 때문에(15%) 등으로 나타난다.

학교를 다니고 있는 1500여명의 외국인 노동자 자녀는 학교 적응 양상에 있어서 제시한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언어 능력 부족으로 말미암아 학습부진의 정도가 심각하고,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하며, 집단 따돌림 등으로 건강하지 못한 정서적 충격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모국에 대한 긍지를 상실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특히 외모만으로는 외국인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외국인노동자 자녀의 경우 한국 생활에 적응해가면서 자신의 국적을 창피해하며 숨기려는 경향이 있다. 또한 나이에 맞지 않는 학년 배정의 문제로 있다. 부족한 한국어 실력으로 인해 2~3살 어린 같은 반 한국학생들에게 반말을 듣거나 성적이 낮게 나와 상처를 받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의사를 잘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학급 생활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학교를 결석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다. 새터민 가정의 자녀

새터민의 학생의 경우, 낮은 취학율과 높은 중도 탈락률은 자녀 교육의 커다란 문제로 지적된다. 새터민 가정 자녀의 초등학교 취학률은 85.7%인데 비해, 중학교 취학률은 49.1%, 고등학교 취학률은 6.6%이다. 2004년 자료에 의하면 새터민 가정의 학생의 수는 801명이고 이중 학력이 취학률은 303명으로 37.8%를 보이고 있다. 새터민 학생에게 가장 큰 고민은 ‘학교성적(73.9%)인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중학생이 학교성적에 대한 고민이 크고. 초등학생의 경우 ’말씨가 다른 것(20.6%)이 성적 다음으로 많이 차지한다.

3. 다문화 교육의 정책 현황

자료는 서울대학교 중앙다문화 교육 센터에서 연구된 2007년 박성혁 외의 ‘우리나라 다문화 교육정책 추진현황, 과제 및 성과분석 연구’ 와 조영달(2007)의 ‘다문화 교육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 인식 조사’를 참고하였다. 다문화 정책 전반에 대한 각 시행주체별 교육 정책 빈도를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
 

 
<표> 정책사업의 목적과 대상에 따른 다문화정책 사업 빈도분포

교육인적자원부는 2006, 2007년 ‘다문화 가정 자녀 교육지원 대책’을 발표하였고, 각 시도 다문화교육 센터를 설립하여 세부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였다. 또한 2007년 2월 28일 개정 고시된 교육과정에는 이전 교육과정에서 나타난 단일민족주의 관점을 지양하고 교과서에 다문화와 인권 내용을 강화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르면 다문화가정의 자녀 중 상당수가 한국어 능력 부족 및 한국문화 부적응으로 인해 학습 부진과 사회적 편견에 따른 정체성 혼란을 경험하고 있으므로 복지 차원에서 교육 양극화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근거하여 시․도 교육청에서는 실행 방안이 담긴 2008년, 2009년 ‘다문화 가정 학생들의 지원 계획’을 발표하였다.


4. 학교와 교실, 작은 사회 속에 맡겨진 과제

현재 다문화 가정 자녀가 재학하고 있는 학교에서는 ‘다문화 가정 학생들의 지원 계획’에 따라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행정적 지원을 통해 한국어 교육 및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다문화 담당 교사를 선정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자 하나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방과후 프로그램이 제대로 개발 ․ 보급되어 있지 않아 운영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다. 또한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개별 가정에 따라 문제를 겪고 있는 정도가 달라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고, 다문화 가정 학생의 상황에 맞추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해야 한다.

다문화 교육은 학습 부진이나 사회적 편견에 따른 정체성의 혼란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일반 학생들과는 다른 가정적 배경과 환경을 갖고 있으며 교육 문제의 원인 또한 일반 학생들과 다르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별도의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이 연구되고 마련되어야 한다.

학교 안에서 다문화 가정의 자녀를 위한 교육은 학기 초 다문화 가정 조사서를 통해 대상 학생 수를 파악하게 된다. 그러나 다문화 가정임에도 불구하고 그 가정의 자녀가 다문화 가정의 자녀임을 들어내기를 꺼려하는 부모들이 많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라는 이유로 학교생활에 적응에 어려움을 보일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따라서 다문화 가정 자녀를 대상으로 한 분리 교육은 그로 인한 낙인감과 같은 두려움을 제거하면서 교육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학교생활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담임 교사나 학교 구성원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일반 가정과는 다른 문화적 환경으로 인해 겪는 어려움들을 예상하고 배려하는 학교 교육의 차원이 필요한 것이다.

교실은 아이들이 살아가는 작은 사회이다. 각각의 모두 다른 존재들은 저마다의 특별함을 가지고 그 작은 사회의 구성원이 된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 역시 일반 가정의 자녀와는 다른 문화적 배경과 환경을 가진 교실이라는 작은 사회의 구성원이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가 어린 시절 사회화의 과정에서 다름에 따른 차별의 시선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받는 경험을 교실 안의 작은 사회 통해 느끼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학교와 교실에게 맡겨진 과제라고 생각한다.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직접 만나고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교사에게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 역시 돌봄과 가르침을 통해 만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 웹진 <제3시대>

  1. 행정안전부(2008), 2008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실태조사. [본문으로]
  2. 이재분(2008), 다문화 자녀 교육 실태 연구:국제결혼가정을 중심으로, 한국교육개발원. [본문으로]
  3. 조영달 외(2007), 다문화교육 정책수립을 위한 기초 인식조사 연구, 교육인적자원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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