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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힘 : 서평] 성서는 지극히 인간적인 책 - 인물로 뒤집어보는 성서(김진호, 삼인) (김재홍)

시선의 힘

by 제3시대 2010. 12. 2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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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는 지극히 인간적인 책
- 인물로 뒤집어보는 성서(김진호, 삼인)


김재홍
(성공회 부평교회, 진보신당 당원)



《라이프》(Life)라는 잡지에서는 21세기가 임박하였던 1997년에 마르틴 루터의 성서번역을 1천년의 역사에서 가장 큰 사건이라고 보았다. 그 이유를 난 성서읽기의 다양성을 발견하게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종교개혁이전의 교회에서는 공부를 많이 하였거나 신학교를 나온 지식인을 빼고 대다수 신자들이 라틴어로 쓰인 성서를 읽을 수 있는 학식이 없었기 때문에 교회에서 가르쳐주는 대로만 성서를 이해하는 것 외에는 성서를 만날 수 없었다. 이를 이용해서 교회에서는 신자들을 지배하였다. 루터의 성서번역은 기독교인들이 교회의 권위가 아닌, 자신의 지성으로 읽을 수 있게 함으로써 성서를 읽는 방법이 다양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였다. 실제로 신학자 김호경은 《l인간의 얼굴을 한 성서》(책세상)에서 루터의 성서번역이 기독교인들의 성서읽기가 교의적인 해석에서 학문적인 해석으로 발전함으로써 성서 비평학이 등장했다고 말한다.

신학자 김진호의 《인물로 뒤집어 보는 성서》는 이러한 성서읽기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성서인물들을 사회에서 소외와 억압을 받는 민중들에 대한 관심으로 재해석하는 비평적 성서읽기를 한다.

이를테면 엘리야 예언자 이야기를 저자는 엘리야 시대에 살던 민중들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이어간다. 흔히 엘리야는 갈멜 산에서의 대결로만 알려져 있다. 갈멜산에서 바알과 아세라의 예언자들과 대결하여 승리한 야훼의 예언자로 찬양될 따름이다.

하지만 저자는 엘리야 예언자 이야기를 지배계급들의 탄압으로 인한 민중의 고통과 투쟁의지가 만들어낸 기억이라고 이해함으로써 엘리야를 재해석한다.

엘리야가 살던 시대는 나봇의 포도원 이야기와 사렙다의 과부 이야기에서 드러나듯이 민중의 수난사였다. 가뭄이 일어났을 때 아합이 걱정한 것이 민중들이 아닌 전쟁에서 부릴 말과 노새였던 것(열왕기상 18:5)이었다는 이야기와 사렙다 아줌마가 엘리야 예언자에게 “저에게 있는 것이라고는 뒤주에 밀가루 한 줌과 병에 기름 몇 방울이 있을 뿐입니다. 저는 지금 땔감을 조금 주워다가 저희 모자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있는 것이나 모두 먹을 작정이었습니다.”(열왕기상 17:12)라고 말한 이야기는 민중들이 소외와 가난으로 고통 받았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러한 사회의 진짜 모습은 오므리 왕조에 의해 형성된 신학인 바알 신앙에 의해 가려진다. 저자의 말대로 오므리 왕조가 만들어낸 ‘국가의 성공’은 국가적인 지원에 힘입은 대규모 제의, 그 화려한 전례행사를 통해 찬양되었고, 이에 도전하는 이들은 탄압받았다.(민중의 예언자 엘리야, p.155) 엘리야는 바알과 아세라의 예언자들과의 대결로써 사회의 옳지 못함을 가리는 종교는 거짓에 불과함을 드러낸다. 엘리야 예언자는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인 것이다.

교부 아우구스티누스 주교의 말처럼 성서는 하느님에 대한 인간의 고백이다.[각주:1] 이를 우리가 사는 시대의 현실로 읽는다면 인간을 소모품으로 여기고 착취하며 이에 도전하면 억압하는 자들 그리고 이들의 편에 서서 무저항을 강요하는 교회로 인해 고통받는 민중들에 관심을 가지시는 하느님, 그래서 예언자들을 통해 민중의 편에 서시는 하느님에 대한 고백이 성서이다. 그래서 성서를 읽는다는 것은 민중에 대한 하느님의 관심을 읽어내고 실천하는 것임을 저자는 성서에 나오는 인물들을 뒤집어 읽어냄으로써 논증한다.

ⓒ 웹진 <제3시대>


 


『인물로 보는 성서 뒤집어 읽기』

지은이 : 김진호

펴낸날 : 2010년 7월 14일
페이지 : 286쪽
정  가 : 12,000원
펴낸곳 : 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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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김진호 저자가 뒤집어 읽은 성서에는 성적 억압, 가부장주의, 보수적 민족주의, 보복의 정치, 권력과 지배 이데올로기의 야합, 다수성을 용인하지 않는 공동체주의 등이 판을 친다. 이에 저자는 그런 야박한 현실에 짓눌리고, 스러져 간 이름 없는 인물들의 삶을 되살려 낸다.

곧 천상의 복음 아래 은폐된 폭력을 해부하고, 일개 조연으로 또는 무명으로 사라져 간 성서 속 인물들을 복권해, 성서를 넘어서는 새로운 성서를 읽으려는 것이 책의 주제다. 단순한 성서 비판서도 아닌, 그렇다고 교조적인 성서 찬양서도 아닌 <인물로 보는 성서 뒤집어 읽기>는, 성서의 내적 한계를 조망하면서 그 심오한 의미를 재발견한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1. 《영원한 인류의 고전 신약성서》/정승우 지음./아이세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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