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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예수가 사랑한 남자] 교회가 소외된 사람들의 잔치마당으로 변하는 그날을 바라며 (김창락)

특집

by 제3시대 2011. 6. 1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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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사랑한 남자> 출판기념회(2011.6.7) 인사말

교회가 소외된 사람들의 잔치마당으로 변하는 그날을 바라며

 


김창락
(본 연구소 소장)


1.

우리는 저마다 자기의 눈에 자기도 모르게 해석학적 색안경이 끼워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우리에게 충격적으로 깨우쳐줄 책이 이렇게 이른 시기에 우리말로 번역, 출간된 것을 다 함께 기뻐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자축하고 서로 격려하는 의미로 큰 박수를 칩시다.

2.

세계 제2차 대전이 끝나고 20세기 후반기에 들어와서 세계 각 곳에서 갖 가지 해방운동들이 잇달아 일어났습니다. 이에 호응하여 갖 가지 급진적 신학사상들이 등장했습니다. 1950년대와 60년대에는 남미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자기들이 당하는 격심한 경제적 불의로부터 해방하려는 운동이 확산되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해방신학(liberation theology)이 탄생했습니다. 1960년대 초에에는 백인과 흑인 사이에 인종차별이 극심한 미국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흑인들의 민권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졌습니다. 여기에서 black theology(흑인신학)가 탄생했습니다. 1960년에서 70년대에 한국에서는 급속한 산업화 정책으로 희생을 당하는 노동자들의 생존권쟁취 투쟁과 정치적, 문화적, 사회적 차원에서 소외당한 민중들의 반독재민주화 투쟁이 치열하게 벌어젔습니다. 이 맥락에서 민중신학이 탄생했습니다. 민중신학은 현재의 체제 아래서 억압받고 소외당한 사람들의 해방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사상사적으로 해방신학과 흑인신학과 같은 궤도에 서 있다고 하겠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해방, 흑인의 해방, 민중의 해방보다 한 걸음 더 급진적으로 나아간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그것은1970년대에 세계 각 곳에서 일어난 여성운동이었습니다. 여기에서 여성신학(femnist theology)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여성신학들은 주장하기를 설령 가난한 사람들, 흑인들, 민중의 해방이 실현된다 하더라도 여성의 해방은 자동적으로 이루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여성은 고통을 당하는 가난한 사람들, 흑인들, 민중들 가운데서도 차별적으로 가장 고통을 당하는 층을 이루고 있습니다. 여성의 차별과 억압을 당연시하는 현재의 가부장적 제도와 문화를 변혁하지 않고서는 총체적인 인간 해방은 있을 수 없다는 기치를 내걸고 여성해방이야말로 참된 인간 해방을 지향하는 모든 신학의 알파와 오메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970년대와 80년대에 또 한 걸음 더 급진적으로 나아간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그것은 미국과 유럽 각지에서 일어난 성소수자 권리 운동입니다. LGBT(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여성 동성애자, 남성 동성애자, 양성애자, 성전환자) 권리옹호라 불리는 이 운동은 남성과 여성 양쪽으로부터 다 배제당하는 특별한 성소수자의 권리를 주장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queer theology가 등장했습니다. 이 신학은 성소수자에 속하는 사람들에도 이른바 정상적인 남성/여성과 꼭 마찬가지로 차별없이 그들의 성정체성을 향유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3. 

우리나라에서는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차별금지법안이 2007년 10월에 동성애 조항이 삭제된 채 국회에 제출되어 통과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된 까닭은 일부 대형교회와 기독교인 네티즌들의 극렬한 반대운동 때문이었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 기독교회가 약자의 인권문제에 대하여 가장 배타적이며 보수적 성향의 단체임을 단적으로 반증하는 것입니다.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도 교회가 성소수자를 포용해야 하느냐의 가부를 놓고서는 교회가 분열되는 현상이 벌어지는 지경입니다. queer 신학은 교회가 성 문제와 관련된 현 사회의 지배적인 제도와 가치를 문제 삼지 않으면서 성소수자의 처지를 단지 예외적 사항으로 보고 시혜적 차원에서 용인해 주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오히려 이들의 존엄성을 짓밟는 행위라고 비판합니다. 저자는 기독교인들의 극단적인 동성애 혐오증은 잘못된 성서해석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을 많은 성서본문들의 세밀한 해석을 통해서 밝히고 있습니다.

4.

독일에는 2년에 한 번씩 Kirchentag이라고 하는 신도대회가 열립니다. 이것은 교회 당국이 아니라 평신도들의 주관으로 신학적, 교회적, 정치적, 사회적 주요 당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하여 2년마다 약 일주일 간 전국 곳곳으로부터 수십만명이 참가하는 큰 회의입니다. 1974년은 제가 독일에 간 후에 처음으로  Kirchentag이 열리는 해였습니다. 특이한 것은 이 대회에서 호모섹스의 문제가 독일에서 처음으로 공론화 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것입니다. 호모섹스 집단도 이 대회에 참가 단체로 초청을 받았으며 그들에게도 자기네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펼칠 수 있는 장(場)이 제공되었습니다. 그 때에 이 집단이 발표하려는 연제는 “나는 한 남자를 사랑했다”였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3,000여명을 수용하는 대형 강당이 특별히 제공되었습니다. 많은 청중이 예상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나도 일찍부터 자리를 잡고 기다렸습니다. 동성애자의 연제가 “나는 한 남자를 사랑했다”니까 그가 동성애자로서 그의 상대역 되는 한 남자와 어떻게 동성애 관계에 빠지게 되었는지 그 내력을 이야기하리라고 지레짐작을 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귀을 귀울였는데 그는 한 남자, 즉 예수라는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신앙고백이었습니다. 이야기의 내용은 기대와 전혀 달랐지마는 그 동성애자도 예수를 사랑한다면 똑 같은 예수를 사랑하는 우리와 그 사람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Kirchentag 이후에 신학교 게시판에는 동성애자 파트너를 구한하다는 광고가 공공연히 나붙게 되었으며 교회의 목사가 동성애자임을 표명하더라도 해임당하지 않고 목사직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은 <예수가 사랑한 남자>입니다. 예수와 한 여자, 예를 들어 막달라 마리아 사이에 에로틱한 로맨스 사건이 일어났다는 가상적 풍설에도 우리는 충격을 받을 터인데 예수와 한 남자 사이에 아가페적 사랑이라면 몰라도 육체적 친밀함이라는 기이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하면 더욱 충격을 받지 않겠습니까?

5.

성서는 억압, 차별, 착취, 탐욕, 교만과 같은 강자가 약자에게 행하는 불의를 가장 큰 죄악으로 규탄했는데 이와 달리 교회는 인간의 성본능을 가장 가장 큰 죄악으로 부각시켰습니다. 이렇게 하여 교회는 한편으로는 사회적 강자들, 즉 부유한 자들과 권력자들과 지배자들의 죄악을 눈감아 줌으로써 그들과 한 편이 되어 특권을 누리는 길을 마련했으며 다른 한 편으로 교회는 성에 대한 죄의식을 극대화하여 그것으로 모든 인간을 꼼짝없이 옭아매고 죄사함이라는 필요불가결한 미끼를 사용하여 그들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었습니다. 교회는 섹슈앨리티(성애, sexuality)를 죄 중의 죄로 내세우는 난공불락의 신화를 일찍부터 쉽게 구축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오늘날 교회는 동성애를 가장 혐오스러운 죄악으로 규탄하는 그 한 가지 일로써 교회가 이 사회에서 최선의 윤리를 수호하는 고귀한 투쟁의 최선봉에 서있다는 자기 최면에 빠집니다. 그 결과로 대다수의 이성애적 교인들로 하여금 동성애와 무관하고 이성애적 성관계의 테두리 안에 머물러 있는 한, 성과 관련된 현재의 어떠한 제도와 문화에도 아무런 문제점도 없다는 착각에 사로잡히게 합니다.

6.

이성애를 근거로 하여 대다수의 교인들은 혼인과 가족 제도, 자녀 출산과 같은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되는 완전무결한 절대적 가치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입니다. 가족이 개인에게 안정을 부여하고 자녀 생산이 사회를 존속하게 해 주는 순기능을 함에도 불구하고 가정은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는 기본 조직이라는 사실을 꿰뚫어보지 않으면 안됩니다. 가족 제도는 분리, 사유재산, 지배로 특징지워집니다. 교회가 이 제도를 현재 있는 그대로 영속 불변적인 것으로 보는 한, 여성들과 아이들을 가정의 폭력에 내동이치는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입니다. 부활 때에는 시집하고 장가가는 일이 없는 전혀 새로운 세상이 도래한다는 빛에서 혼인과 가족이라는 현재의 제도를 비판적으로 재고하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7.

저자는 작년 이맘 때 이 자리서 “교회와 동성애”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밝혔습니다. 교회의 극단적인 동성애 혐오는 성소수자에 속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을 교회 밖으로 또는 죽음으로 휘몰아갔다고 고발하면서 교회는 이들에게 끼친 피해와 하나님의 말씀에 끼친 피해에 대하여 회개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교회가 가진 자들만의 잔치마당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모든 사람들이 다 함께 참여하여 즐기는 잔치마당으로 변하는 그 날이 도래하는 것입니다.  

ⓒ 웹진 <제3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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