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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세이] 빛은 나를 경계한다 (박준식)

사진에세이

by 제3시대 2016. 2. 22.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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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랜드마크 - 빛은 나를 경계한다








통일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북쪽을 보는 것이 안보 관광인지 통일 관광인지 모르겠다. 사실 그것은 안보도 통일도 관광도 아니다. 아무리 좋은 망원경으로 북쪽 산하를 본다 할지라도 그것은 저 너머의 허상에 불과할 뿐 만질 수 있는 실체가 아니었다. 


나는 이 한반도에 있으나 결코 가까이 가거나 볼 수 없는 북한에 대해 고민을 한다. 생각해 볼까? 북한은 우리에게 무엇일까? 분명히 한반도의 북쪽에 있으나 보이지 않는 곳, 보이지 않아서 더 궁금하고 그 실체를 알고 싶은 곳, 피를 나눈 형제라는 사실이 때때로 어렵고 두려운 곳…. 


경기도 1번 국도 일대에 설치되어 있는 탱크 저지선 구조물의 형상을 만들었다. 


 나는 인공위성이 촬영한 평양의 시가지를 출력해서 평양의 전체 지도를 만들다. 그것은 우리가 아는 작은 지도가 아니다. 평양의 시가지를 한 눈에 살필 수 있는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지도이다.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요즘의 구글 지도는 건물은 물론 자동차와 사람들까지도 보여준다. 그렇다고 완벽한 지도라고는 할 수는 없다.. 강과 길과 아파트와 여러 구조물들이 불규칙한 그리드 위에서 평양을 그리고 있을 뿐이다. 


그런 약간의 현실성과 비현실성이 이 작품의 묘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 지도 위에 나는 평양의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는 기념비적인 사회주의 랜드마크를 세웠다. 투명 아크릴 판 위에 마치 광고판처럼 불을 밝힌 사진들이 그 것들이다. 


그런 다음, 지도와 구조물을 사각의 밀러아크릴 박스로 덮어 놓았다. 관람객들은 저 멀리서 아크릴 박스 안에서 무언가 총천연색으로 빛을 밝히고 있는 이미지들에 이끌려 가까이 다가서게 된다. 대략 3미터 전방까지는 그 박스 내부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보인다. 박스 내부가 아주 밝은 조명 있다. 


하지만 그 이상 가까이 가면 밀러아크릴 박스는 완전히 시커멓게 암흑천지로 돌변한다. 센서에 의해서 박스 내부의 조명이 꺼져 버리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의아해 한다. 왜 갑자기 꺼져 버렸지? 왜 안을 볼 수가 없는 거지? 가끔 관객들은 작품에 문제가 있다고 하소연 하지만 사실은 바로 그것이 나의 의도였다. 여전히 금단의 구역이라 할 수 있는 평양, 언제쯤 그 곳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이러한 상황은 나와 평양의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경계를 말하고 있다.왜? 그곳이 평양이니까요. 북한이니까요. 

 


 

박준식 作 (사진작가)


- 작가소개

독일 베를린 조형예술 대학교(U.d.K) 마이스터 졸업, 현재 성신여대에 출강하면서 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많은 개인전과 단체전을 치루었는데, 근래 비무장지대(DMZ)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인상적이다. 2012년 DMZ 대성동 자유마을에서 '경계를 넘어서'라는 작품전을 기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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