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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세이] 나를 사냥한 자여!!! (이수만)

사진에세이

by 제3시대 2016. 4. 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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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으로 잠겼던 수몰지역에 땅이 드러나고 넓은 평야가 펼쳐졌다.




제 부모도 누려보지 못한 평야를 활보하다.. 사냥을 당하였다. 



시선을 빼앗는 갑작스런 빛이, 망막을 가득 채울 때...

탕~~!

헤드라이트에 묶인 고라니가 쓰러졌다.



이십 청년의 망막에 빛이 침입하여,

탕~~!

거죽만 남은 오십중년이 쓰러졌다.



 * 진안고원의 밤길을 운전하다보면, 헤드라이트를 보고 순간 그 자리에 얼음이 되어버리는 고라니를 종종 만난다. 헤드라이트의 강한 빛이 고라니의 망막에 부딪히면 순간 맹인이 된 것처럼 꼼짝을 못하는데, 이때 고라니는 돌진하는 차를 피하지 못하고 로드킬을 당한다. 수몰지역에서의 고라니의 참사는 이런 고라니의 습성을 이용한 사냥꾼의 소행이 분명하다.  


   난 20대의 젊은 날,  '종교'라는 강한 빛에 망막을 강탈당하였는데, 50이 되어서야 ‘무능한 남편, 부끄러운 애비’가 된 나를 발견케 되었다. "수치스럽다." 그것은 수몰지역에서 벗겨져 껍질만 남겨진 존재도 없는 고라니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젊은 날, 나를 사냥한 자여!!!!!!!!



 

 

 이수만 作 (한백교회 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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