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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세이] 붉은 실타래(백정기)

사진에세이

by 제3시대 2017. 8. 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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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실타래

 

  2009년 나는 호기롭게 작업 중단을 선언했다. 문학가로 치면 절필 선언이다. 나름 호방한 태도를 뽑내고 즐기기도 했다. 하지만 치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해가 거듭할수록 자존감이 사라지고 불안감이 커졌다. 결국 거창한 명분도 없이 작업을 시작했다.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일명 백지 공포증이다. 그때 실마리로 삼은 것이 선긋기다. 볼펜으로 종이 위에 무작정 선을 그었다. 대단한 작업은 아닐지언정 무언가 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했다. 몇주 동안 안이하게 선을 긋는 와중에 문득 “선”이 눈에 들어왔다. 특유의 구불거림과 점성을 가진 선은 관습과 선입견으로부터 이탈한 선 그 자체였다. 

 이런 과정 속에 탄생한 결과가 <이것이 나의 마지막 말이다>(2012)라는 드로잉 작품이다. 목적 없이 쌓인 선이 예술활동의 새로운 활력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백정기, 이것이 나의 마지막 말이다, 4절 3장, 종이 위에 볼펜, 2012 

 


 


백정기 作 (미디어작가)


- 작가소개

홍대 회화과를 중퇴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을 졸업했다. 2008년 개인전 를 시작으로 5회의 개인전을 했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2년 홍은예술창작센터, 2013년 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로 레지던시 활동을 한바 있다. 음악적 청각화를 주제로 “Walking alone on a clear night: Musical sonification based on cityscape”외 1편을 등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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