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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세이] 막(5) (오종희)

사진에세이

by 제3시대 2017. 11. 2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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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5)

 

 






 

용산역 뒤편과 전자상가를 사이에 두고 국제업무지구 예정지를 둘러싼 가림막이다. 

용산역은 1899년 3.5평의 목조건물 완공으로 경인선 보통역으로서 역사를 개시한다. 

그 후 러일전쟁을 계기로 일제는 한국을 거쳐 만주 전선까지 이르는 군용철도의 건설을 계획하는데 경의선 공사는 그 출발점이었다.  


1904년 육군임시철도도감을 조직하여 용산 일대의 거대한 땅을 수탈한다. 일제가 이른바 군용지라고 수탈한 철도역 주변의 땅은 300여 만 평. 사실 필요한 면적은 그 16분의 1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1906년 경의선 철도가 완성된 후 일제는 본격적으로 군사 관련 시설을 건설하는데 오늘 날 남대문 경찰서가 있는 자리에서부터 남산기슭 일대와 이태원, 그리고 욱천(지금의 만초천)부터 한강까지의 광활한 지역을 군용지로 헐값에 사들였다. 


용산 일대는 일본군과 일본인의 거리가 되어 ‘조선 내 일본’으로 불려졌고 일제 강압통치의 심장부로 변했다. 오늘날 용산의 동부이촌동에 일본인 타운이 형성된 것이 우연이 아닌 역사적 배경이 있는 것이다.


그렇게 3.5평으로 시작한 용산역은 지금은 연면적 8만 2천 평 지하 3층 지상 9층의 거인이 되었고 용산역 앞, 한강로는 더 큰 거인이 들어섰고 용산역 뒤 전자랜드 편에도 무지막지한 덩치가 들어섰고 또 계속해서 들어서는 중이다. 단지 가림막 너머 흙 밭인 조차장 터만이 낮은 자세를 고르고 있다. 어느 시대엔 한강과 만초천이 범람을 거듭하던 모래 땅으로, 어느 시대엔 난데 없는 군용지로, 그리고 지금은 거대 빌딩을 뫼실 예정지로서 가림막 안 쪽엔 해가 다르게 나무들이 무성해 진다.

 


 

 

 


 


  

오종희 作 (본 연구소 회원, 한백교회 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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