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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힘] 미세먼지와 새로운 정치(이상헌)

시선의 힘

by 제3시대 2018. 4. 2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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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와 새로운 정치[각주:1] 




이상헌

(녹색전환연구소장·한신대 교수/ 한백교회 교인)




지난 3월 20일 서울시의회에서는 촛불혁명으로 어렵사리 진전시켜놓은 민주주의를 여지없이 짓밟는 폭거가 발생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야합해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안을 자기들 이해관계에 맞게 수정해서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심지어 저지하려는 동료의원들에게 폭언을 한 의원도 있었다. 이로써 서울시에서는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 비해 2인 선거구와 3인 선거구가 늘어나고, 4인 선거구는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다. 이제 2개의 거대정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후보는 서울시의회에 진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개혁소위원회는 3월 15일 회의에서 임기만료에 의한 국회의원 선거에 두 번 참여해 두 번 모두 의석을 얻지 못하거나 100분의 1 이하의 유효득표를 하지 못한 경우 정당 등록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정당법 개정에 합의했다고 한다. 정당 등록 취소는 과거 군사정권에서 소수정당을 탄압하기 위해 만든 독소조항이었고, 지난 2014년 녹색당 주도로 헌법재판소에 제소하여 위헌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다시 이를 뒤집어엎겠다는 것이다. 철저하게 기득권을 가진 거대정당에 유리한 정치시스템을 가져가려는 속셈이다.


소수정당이 의회에 진출하지 못하게 되면 다양한 의견들, 특히 소수자나 사회적·생물학적 약자의 목소리, 생태계를 대변하는 목소리는 지역 혹은 국가 정책에 반영될 수 없고 정치는 오직 기득권자들의 권력투쟁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사실 한국의 정치는 좌우를 막론하고 산업화 세력들의 운동장이 된 지 오래다. 산업화 시대에 형성된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적 지향성은 거칠게 말하자면 산업화의 결과물 분배방식을 두고 입장 차이를 보이고 경쟁을 벌일 뿐, 산업화 그 자체에 대한 성찰은 부족하다. 또 산업화가 초래한 환경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산업화 시대의 이데올로기 속에서만 접근할 뿐이다.


산업화 자체를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기후변화, 미세먼지, 방사성 폐기물, 미세플라스틱 등의 심각한 환경문제를 발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새로운 목소리가 기존 정치판에 들릴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거대정당에 포섭된 정치판은 최악의 미세먼지로 가득한 도시와도 같다. 여전히 대기업 및 토건세력과 유착되어 있는 거대정당들이 전횡을 일삼는 정치판에서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오기 어렵다.


문명의 근본적인 전환을 시도할 수 있는 다양한 정치적 실험이 시도되어야 하고, 소수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정당들이 정치적 장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악몽 같은 미세먼지를 만들어낼 뿐인 산업화 세력에게 작별을 고하는 새로운 정치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소수정당이 진출할 수 있는 정치적 기회의 창이 지금보다 더 열려야 한다.


ⓒ 웹진 <제3시대>

  1.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24&art_id=201804021517201#csidx225fa6797dcb96cb88ec988ac72df65 이 글은 주간경향 2018. 1. 23에 동일한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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