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힘] 안경과 고양이(유하림)
안경과 고양이 유하림* 안경을 처음 쓰게 된 것은 고삼 때이다. 사실 그 때 나는 학교를 안 다니고 있어서 고삼은 아니고 그냥 열아홉이기는 했는데, 대학을 준비하기는 했으니 고삼이 맞기도 했다. 수능은 볼 생각이 없었고 대학을 한번 가볼까 하는 생각으로 검정고시와 대학 수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열아홉까지 나는 눈이 참 좋았다. 눈이 참 좋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좋지 않은 게 어떤 것인지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눈은 서서히 나빠졌고, 어느 순간 날이 어두워져 해가 떨어졌구나 알아채듯이, 어느 순간 멀리 있는 글자들이 흐릿하게 보였다. 검정고시 학원을 다니고 있을 때 그것을 깨달았다. 칠판을 보는데 아무래도 선생님이 글씨를 작게 쓰는 것 같아 잘 안 보인다고 했더니, 네 눈이 나쁜 건 아니니? 하는 것이..
시선의 힘
2018. 10. 19. 1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