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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힘] 아이에게 말을 걸어보세요 (김난영)

시선의 힘

by 제3시대 2016. 6. 6.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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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말을 걸어보세요




김난영

(한백교회 교인)

 


     “음-마” 


     아이가 처음‘엄마’라고 불러주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이제 막 말문이 트인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짧은 단어에 ‘참 예쁘다’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는 미완의 발음이 주는 귀여움 때문은 아닐 겁니다. 말하는 아이의 눈과 얼굴근육의 움직임을 통해 한 자 한 자 얼마나 정성을 들인 발음인지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정성스럽게 쌓아가는 말소리가 모여 단어가 되고 문장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요즘 ‘아이야말로 위대한 시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부부가 저녁식사 정리에 정신이 없는 중에 아이가 말을 걸어옵니다. 

     “아빠, ○○는 지금 뭐하고 있을까?” (○○는 며칠 전 제 아이 율이를 심하게 밀친 아이지요) 

     “○○는 지난 번에 율이 때린 친구아니야?? 율이는 ○○가 좋아?” 

     “그럼, 우린 친구잖아!”   


     3월부터 새로운 어린이집에 적응 중이었던 6살 첫째가 기존 어린이집 친구들의 텃세 속에 어떻게든 함께 어울리려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안쓰럽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저희 부부에게 아이의 한 마디가 가슴을 울립니다. ‘친구’라는 존재에 대한 아이의 강한 신뢰감, 이 보통명사에 담겨있는 묵직함이 아이의 적응과정을 지켜보는 내내 혼란스럽던 제 맘을 지그시 눌러 내리더군요. 친구 생각에 얼굴 가득 웃음을 짓는 아이의 한 마디 말이 흔들리는 부모의 맘을 다잡고 아이를 믿고 기다리게 해 준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아이는 몇 안되는 단어로 어떤 유려한 산문보다 정직하게 세상을 담아냅니다. 우리는 종종 그런 아이의 말을 ‘엉뚱함’이라고 웃고 지나치지만, 왠지 모르게 시간이 지나도 곱씹게 되는 낯설고 거침없는 표현들은 우리에게 분명 생각거리를 던져줍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제 아이는 물론 아이의 친구들에게 이것저것 묻거나 말을 거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미간에 힘을 주거나 눈을 굴리며 생각하고 입을 삐죽 내밀며 대답해주는 모습 자체가 사랑스럽기도 하지요. 

     돈은 혼자 열심히 벌어오는데 쓰는 사람(바로 저지요)은 따로 있어 아들에게 공로를 치하 받지 못해 억울한 남편이 묻습니다. 


     "율아, 너 맨날 맛난거 먹는거랑 장난감 누가 사줘?" 

     "엄마가." 

     "엄마가 사주는 그 돈 어디서 난 줄 알아?” 

     "주.머.니." 


     아이에게 말을 걸어보세요. 아이의 예리한 통찰력이 웃을 일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미소를 선물하기도 한답니다.   


ⓒ 웹진 <제3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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