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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세이] 조용한 도시 (백정기)

사진에세이

by 제3시대 2016. 7. 1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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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도시 



                           


백정기, The Palimpsests Of The City, 비디오, 가변크기, 10분, 2014


   선릉역은 아침마다 출근길 인파로 수선스럽다. 특히, 계단을 좁게 빠져 나온 사람들이 지하철역 입구에서 한꺼번에 터져 나와 장관을 연출한다. 이런 풍경은 도시가 있는 한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다. 출근길 인파는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사실 인간성 이라는 것은 전혀 담겨있지 않다. 인간성뿐만 아니다. 자유의지와 전혀 상관 없는 몸뚱이가 질량(mass) 운동을 위해서 팔다리를 흔들다가 멀리 사라져 버린다. 그렇다고 여기에 비관적인 감상이 들지는 않는다. 어쩌면 비인간적인 인간상은 이미 자연스럽고 익숙한 현상이다. 인간적인 진보, 이성, 도덕, 자유의지처럼 추상적인 가치야 말로 간헐적으로 인간의 그림자 위에 떠오르는 환상일 지 모른다. 이 환상은 인간이 다른 동물들 보다 우월하다는 신화를 만들고 인간을 세상의 중심으로 사고하게 만든다.   


   시리즈는 도시에 존재하는 사람이 지워진 풍경을 보여준다. 작품 속 인간은 몸의 경계 조차 분명하지 않다. 그래도 작품 속 세상은 평화롭다. 사랑도 원한도 과한 의지도 없이 누구나 자연의 법칙대로 흘러간다. 인류의 종국적인 목표를 단정하는 사람들은 무기력하고 비관적으로 보이겠지만, 실은 인류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일지 모른다.  


                     

백정기, Palimpsests_announcement, 비디오, 가변크기, 12분, 2014




 


 


백정기 作 (미디어작가)


- 작가소개

홍대 회화과를 중퇴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을 졸업했다. 2008년 개인전 를 시작으로 5회의 개인전을 했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2년 홍은예술창작센터, 2013년 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로 레지던시 활동을 한바 있다. 음악적 청각화를 주제로 “Walking alone on a clear night: Musical sonification based on cityscape”외 1편을 등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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